▲ NC 손시헌과 박민우가 병살플레이를 시도하는 장면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 리그에서 내야 수비 시프트는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당겨 치는 성향이 강한 왼손 강타자를 상대로 2루수가 깊게 서는 정도가 아니라, 유격수와 2루수가 1-2루 사이에 들어가기도 한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지난해까지 시프트를 자주 쓰는 팀이었고, 올해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가 더 과감하게 야수를 움직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안 쓰는 게 바보'인 정도다. 미국 베이스볼인포솔루션(BIS)은 2010년부터 시프트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ESPN에 따르면 2012년 4,577회 2014년 1만 3,299회로 약 3배가 늘었다. 지난해는 2만 8,131회를 기록하며 다시 2년 만에 약 2배가 늘었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는 '올드스쿨' 스타일 감독의 생각도 바꿨다. 김경문 감독의 NC 다이노스도 수비 시프트를 쓰는 일이 잦아졌다. 당겨치는 왼손 타자에게는 당연하고, 오른손 타자라도 시프트를 건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이대호 타석에서 2루수 이상호가 계속 자리를 옮겼다.

이대호는 1회 우중간 안타, 3회 중전 안타, 5회 우전 안타를 때렸는데 이상호에게 걸릴 듯 말 듯 한 위치로 공이 빠져나갔다. 김경문 감독은 "이동욱 코치가 수비 시프트 여부를 결정한다. 18일 경기에서는 이대호에게 초반부터 시프트를 걸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그러지 말고 승부처에서 쓰자고 했다"고 밝혔다.

▲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 콜로라도가 내야수 3명을 1-2루 사이에 배치했다. 1루수는 윌린 로사리오(한화)다.

이동욱 코치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에릭 해커와 재크 스튜어트가 시프트를 원했다. 정규 시즌에서 데이터가 쌓이기도 했고, 오재일이나 김재환 같은 두산 왼손 타자들이 워낙 강해서 일반적인 수비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선수들 타구 분포를 보면 공이 유격수나 3루수 쪽으로는 거의 가지 않더라. 기습 번트를 대는 선수들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힐만 감독처럼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거는 건 아니고,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을 때만 시도한다. 그 전에 투수와 포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투수는 시프트를 쓸 수 있다는 걸 미리 알고, 포수는 그에 맞게 볼 배합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와 3연전에서 이대호에게 시프트를 쓴 것은 실험적인 성격도 있었다. 이동욱 코치는 "보유한 데이터가 있었다. 그런데 이대호는 콘택트가 워낙 좋은 타자 아닌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대호에게는 시프트를 거의 걸지 않았다. 18일 경기를 보면 밀어치는 타구가 많아서 실패했다. 19일에도 시도는 했는데 결국 그만 뒀다"고 얘기했다.

▲ NC 김경문 감독 ⓒ 한희재 기자

김경문 감독이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가 이뤄질 수 없었다. 이동욱 코치는 "감독님은 경기 초반에는 자제하고. 승부처에서 하길 원하신다. 감독님께 의견을 내면 상황에 따라 결정을 하신다. 외국인 투수가 던질 때는(감독의 결정을 떠나) 미리 맞추고 들어가기도 한다. 확률이 높다고 보면 시프트를 거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자료가 더 정교한 시프트 전략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 메이저리그 '스탯캐스트'처럼 트랙맨 기술로 집계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트랙맨은 도플러 레이더를 활용해 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비를 말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물론이고 타구도 속도, 발사각도, 비거리 등을 정확하게 측정한다.

"에릭 테임즈(밀워키)를 상대로 시프트가 안 통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타구 속도 때문이다. 투수가 잘 던져서 느린 땅볼을 유도한다면 시프트를 쓰지 않아도 잡을 수 있다. 강한 타구가 가는 길목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빗맞은 타구가 빠져나가면 투수가 흔들릴 수 있다. 19일 류현진도 1회 첫 타자부터 느린 땅볼이 2루타가 되면서 위기로 시작했다. 감독님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한국에서 시프트가 더 맣이 나오려면 레이더로 타구를 측정한 자료가 많아져야 한다. 우리 전력분석원과 내가 정리한 자료가 있지만 더 정확하게 타구를 측정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데이터가 더 세분화될 수 있다. 타구 속도나 각도까지 나온다면 야구가 더 진화할 것 같다."

물론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이동욱 코치는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프트도 의미없다고 강조했다.

"전력분석 미팅에서 투수에게 타자들의 성향을 설명하고,(경우에 따라) 시프트가 효과적일 거라고 얘기한다. 포수에게는 시프트를 걸 테니 볼 배합에 참고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성공 사례를 보고 믿어달라고 한다. 예외 하나를 보지 말고 잡는 걸 보자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시프트를 선호하는 투수가 있고 아닌 투수가 있지 않나. 동의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 NC 이동욱 코치 ⓒ NC 다이노스
# 이동욱 코치는 동아대 재학 시절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야구 대표 팀에 뽑혔고, 1997년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003년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자마자 코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롯데(2004~2005년)와 LG(2007~2011년)를 거쳐 2011년 10월 NC의 창단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지금까지 수비 코치를 맡고 있다. NC는 지난해까지 수비 시프트에 소극적이면서도 팀 DER(수비효율성지수)은 상위권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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