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도곤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말은 바뀌었다. 과연 행동도 바뀔 수 있을까.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두바이로 출국했다. 8일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르고 14일 카타르와 최종예선 8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A조에서 2위다. 각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데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차이가 고작 1점이다. 또 한국은 이번 예선 중 원정 승리가 없는 가운데 카타르 원정을 떠났다. 그만큼 카타르전은 월드컵 진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출국 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슈틸리케 감독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진 것이다. 슈틸리케는 이번 최종 예선에서 부진한 경기력과 단순한 전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른 팀의 선수와 한국 선수를 비교한 '소리아' 발언까지 겹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 가운데서도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소리아' 발언은 사과했지만 무전술 비판에 대해서는 강경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축구를 구사했고 본인의 축구 철학도 이와 같다고 숱하게 말했다. 허나 내용은 물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표팀 명단 발표나 이전 경기를 앞두고도 "점유율에서는 우리가 이기고 경기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4경기에서 단 3골에 그치며 결정력 결여와 공격 전술의 부재를 끊임없이 지적받았지만 전술에 큰 문제는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골 결정력이 부족하거나 공격력이 약하다고 하지 않았다. 비판 받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 방법이 없었을 뿐아니라 추상적인 대답도 없었다. 그저 '앞으로 훈련을 통해 보완점은 보완하겠다', '나아질 것이다'라는 대답 뿐이었다. 그마저도 무엇이 나아지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날도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에서 벗어나지 않겠다. 지난 기간동안 우리는 우리의 전술을 유지했고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후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편으로는 점유율이 다는 아니다. 더 많은 기회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처음으로 '우린 늘 점유율도 높았고 잘했다'에서 '공격에서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태도가 바뀐 것은 많은 비판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자 더 큰 비판이 일었고 이를 어느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불통'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는 이미지가 강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으로 뜻을 굽히고 자신의 주장을 바꿨다. 긍정적인 요소다. 그동안 자신의 주장을 지나칠 정도로 고집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바꿨다는 것은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다.

자신의 '상징'과 같은 점유율을 내려 놓은 슈틸리케 감독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첫 시작과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자의든 타이든 변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 바뀐 행동과 전술로 보여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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