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에 투수 코치로 참가했던 선동열 감독(가운데)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4일 한국 야구 대표 팀을 맡은 선동열 감독은 앞으로 약 3년 동안 4개 대회를 책임진다. 그동안 '전임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있었지만 이렇게 긴 임기를 정해둔 적은 없었다. 그러니 대표 팀에 대한 시선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기한 결정일 수 있다. 올해 11월 일본에서 열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해마다 국제 대회가 열린다. KIA 감독에서 물러난 뒤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던 선동열 감독은 이 3년 동안 태극 마크만 바라봐야 한다. 

직전 국제 대회인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 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전 감독은 한국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사라질 때쯤 이런 말을 했다.

"젊은 감독이 팀을 이끌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 현실은 하고 싶어도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 창창한 감독들에게 당장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실패해도 믿고 맡기다 보면 우리 야구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나. 앞으로 국제 대회가 자주, 꾸준히 열리니까 젊은 감독이 맡아서 팀을 이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한국의 전임 감독 제도는 일본의 그것과 닮았다. 김인식 감독이 '모델'로 삼은 것도 2013년 10월부터 올해 WBC까지 '사무라이 재팬'을 이끈 고쿠보 히로키 전 감독이었다. 고쿠보 감독은 2014년부터 친선 대회로 선수단을 구상하고, 프리미어12에서 실질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한국은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0-3으로 끌려가다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도쿄돔은 침묵에 빠졌지만 여론까지 조용할 리 없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고쿠보 감독의 성향을 꼬집으며 교체를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고쿠보 감독의 임기를 보장했고, WBC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감독은커녕 코치 경력조차 없던 고쿠보 감독과 우승 경험자 선동열 감독에 대한 기대치는 다르겠지만, 기틀을 다지는 시간은 충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국가 대표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선동열 감독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태극 마크에 대한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사명감을 고취할 만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 채 '강요된 자부심'만으로 경기를 꾸려갈 수는 없다. 단 이 당근은 유형 혹은 무형의 '혜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WBC에서 중남미 국가 선수들이 보여준 '흥'은 그동안 한국 대표 팀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대표 팀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는 방법은 눈빛에만 있는 게 아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았으니 즐기는 방법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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