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루 도루를 시도하고 있는 LG 외야수 채은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00년대 후반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와 김경문 감독이 지휘했던 두산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작전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KBO 리그엔 '뛰는 야구' 열풍이 불었다. 도루, 번트 등 세밀한 작전으로 한 점을 얻는 데 주력하는 '스몰볼'이 리그 특색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국제 무대로도 이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등이 '스몰볼'로 거둔 성과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세밀한 야구가 드문드문하다. 특히 도루 개수가 크게 줄었다. 팀 별로 정규 시즌 40경기 후반에서 50경기 초반을 남겨 둔 1일 현재 리그 도루 개수는 540개다. 경기 당 0.04개 꼴로 2015년 0.06개, 지난해 0.05개보다 감소했다. 개인별로는 20도루를 넘긴 선수가 세 명 뿐이다. 2015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던 박해민(삼성)이 30개로 리그 1위에 올라 있고 이대형(kt)이 22개, 로저 버나디나(KIA)가 21개로 뒤를 잇는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도루가 50개가 안 되는 도루왕이 생길법 한다.

한국 야구에 뛰는 야구 바람을 불어왔던 김경문 감독이 지휘했던 NC는 2015년 도루가 204개에 이르렀는데 지난해엔 99개로 크게 줄었다. 올 시즌에도 59개에 그친다. 타자들의 도루 시도 자체가 줄었다. 박민우는 도루 개수가 2014년 50개, 2015년 46개에서 지난해 20개로 크게 줄었다. 올 시즌엔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58경기에서 2개에 그치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요즘엔 도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외려 도루하다가 다치는 선수들이 많아서 사인을 내기가 부담스럽다. 차라리 안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팀 도루가 48개로 리그 8위.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8개로 팀 내 1위다.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은 "옛날에 많이 뛰었던 선수들이 몸 상태가 나빠졌다. 추가 부상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또 '치는 야구'로 바뀐 리그 성향도 도루를 줄였다. 2009년부터 KBO 리그에 접어든 타고투저 현상은 지난해 3할 타자가 무려 40명으로 절정이었다. 타자들이 공을 강하게 때리고, 띄우면서 장타가 늘었다. 지난해 리그 전체에서 홈런이 무려 1,483개가 나왔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올 시즌엔 1,006개로 이를 뛰어넘을 기세다. 주자가 사라질 위험 부담이 있는 도루 작전보다는 주자를 쌓고 공을 띄워 장타와 다량 득점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홈런이 173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반면 도루가 38개로 가장 적은 SK를 이끌고 있는 트레이 힐만 감독은 "도루를 하느라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 팀엔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도루를 하는 힘을 타격과 수비에 집중한다. 미국(MLB), 일본(NPB)을 봐도 도루가 많은 팀이 우승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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