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2014년 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노크했던 내야수들. 한 명은 야수 역대 최고 계약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반열을 단단히 다진 반면 또 한 명의 내야수는 우선 협상 후 시장에 나갔으나 찬바람만 맞고 첫 제시액에 비해 대폭 깎인 금액에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2015년 5월19일. 프랜차이즈 스타의 부상 공백을 막은 이는 바로 그 찬바람 맞고 돌아온 내야수였다. 주전 3루수이자 주포 최정(28)의 부상에 근심하던 SK 와이번스가 나주환(31)의 활약 덕택에 3연전 중 1차전을 승리했다. 

나주환은 지난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회 1타점 우중간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7-5 승리에 기여했다. 최정이 경기 전 왼 어깨 통증 여파로 인해 한화와의 3연전 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나주환은 그 빈 자리를 잘 메웠다.

최정과 나주환은 모두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함께 이끌었던 내야 주축 선수들. 조범현 감독 재임 시절부터 '소년 장사'라는 칭호와 함께 공수주를 갖춘 주포로 자라난 최정은 김광현과 함께 SK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2003년 두산에서 데뷔한 나주환은 2007년 4월 유격수 이대수(SK)와의 맞트레이드로 가세한 뒤 2009년 118경기 0.288 15홈런 65타점 21도루를 기록하는 등 새로운 주축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들의 운명은 2010년을 기점으로 꼬였다. 이미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참가를 통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사실상 확정적이던 최정과 달리 나주환은 2010시즌 중 어깨 부상으로 인해 한 달 가량 출장하지 못했고 결국 이원석(두산, 현 상무), 안치홍(KIA, 현 경찰청)과 함께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시즌 후 경찰청에 입대원서를 넣었으나 훈련소 입소 후 고관절 부상으로 인해 퇴소, 군팀이 아닌 공익근무요원으로 실전 경험 없이 2년을 보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최정이 2011~2012시즌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며 팀을 이끈 반면 나주환은 그 기간 동안 체중이 많이 불어 소집해제 후 다시 몸을 만드는 데 고역을 치렀다. 최정은 지난해 부상 여파로 인해 82경기 0.305 14홈런 76타점으로 제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존재감이 대단했던 만큼 4년 86억원 야수 최고액 계약에 성공하며 그동안의 공로와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반면 나주환은 2013시즌부터 다시 몸을 만들고 선후배와 경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은 본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보직 변경해 주전 2루수로 출장했다. 지난 시즌 나주환의 성적은 127경기 0.273 7홈런 51타점 10도루.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2014시즌이기는 해도 FA 내야수로 푸대접을 받을 만한 성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20억원대 초반을 제시한 구단과 달리 4년 30억원 이상의 계약을 바랐던 나주환.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난 후 다른 9개 구단이 협상 창구조차 열지 않으면서 나주환은 울며 겨자먹기로 SK와 2년(1+1 계약) 총 5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공익근무 이전 공수주를 모두 갖춘 내야수 중 한 명임을 돌아보면 선수 본인에게 아쉬움이 큰 부분. 올 시즌 초반에도 나주환은 부진한 모습으로 인해 존재가치가 계속 희석되었으나 19일 경기는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불과 한 경기로 나주환이 최정의 공백을 온전히 메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최정은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인 만큼 부상을 떨치고 돌아오면 3루 자리는 최정의 것. 나주환은 박계현 등 후배들과 다시 뜨거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적어도 19일 나주환은 자신이 단순히 '기량 미달'로 헐값 FA가 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며 '86억 사나이' 최정의 공백을 메웠다.
 
[사진] 나주환 ⓒ 스포티비뉴스 문학, 한희재 기자

[영상] 나주환 1타점 2루타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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