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험난한 국내 적응기를 거쳐 가던 조쉬 스틴슨(27)이 해답을 찾았다. 땅볼 유도형 투수로 변신하면서 국내 정착의 청신호를 밝혔다.

스틴슨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진의 방화로 시즌 4승은 사라졌다. 그러나 4.75였던 평균 자책점은 4.39까지 끌어내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스틴슨의 피장타율은 4할대를 넘어갔다. 높은 장타허용율의 원인으로는 우타자 상대 높은 뜬공 비율이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GO/FO(땅볼/뜬공)이 1.50 이상이면 땅볼 유도형 투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스틴슨의 우타자 상대 GO/FO는 0.95로 뜬공 비율이 매우 높다.

또한, 스틴슨은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85이닝 동안 홈런 14개(9이닝당 홈런 1.48개)를 허용한 '홈런공장장'이었다. 이는 투고타저인 인터내셔널 리그에서 80이닝 이상을 투구한 61명의 투수 중 60위의 불명예 기록으로서 KIA 입단 당시 장타 허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됐다.

이날의 스틴슨은 확실히 달랐다. 우타자 몸쪽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낮게 구사하면서 땅볼 타구를 양산했다. 병살 2개를 포함해 스틴슨이 잡아낸 18개의 아웃 카운트 가운데 무려 11개의 아웃을 땅볼 타구로 유도해냈다.

1회부터 투심 패스트볼을 활용하면서 롯데 3, 4번 타자를 3루 땅볼 2개로 간단하게 요리했다. 2회엔 변화를 가져갔다. 좌타자 박종윤에게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투수 땅볼을 만들어냈다. 손아섭을 득점권에 보낸 위기 상황에서 임재철에게 던진 승부구 역시 슬라이더였다. 임재철을 3루 땅볼로 잡아내면서 간단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지난 8경기에서 스틴슨은 위기 상황에서 정타를 여러 차례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은 위기 때마다 철저하게 바깥쪽과 몸쪽으로 코너워크를 가져가면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3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정훈에게 144km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병살타를 만들어내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4회 1사에서 역시 투심 패스트볼로 강민호를 병살타로 유도했다.

KIA 내야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실책 14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소실책을 기록하고 있었다. 2루수 김민우가 4회 최준석의 땅볼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지만, 이날 KIA 내야진은 튼튼한 수비로 스틴슨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이날 스틴슨의 투구는 과거 KIA의 특급 외인 투수였던 아퀼리아노 로페즈를 떠올리게 하는 투구였다. 로페즈는 싱커를 바탕으로 수많은 땅볼 타구를 양산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09년 KIA를 우승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로페즈 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에서 성공한 여러 외국인 투수들은 땅볼 유도형 투수였다는 특성이 있다. 지난 2012시즌 다승 2위(16승)과 평균자책점 1위(2.20)에 올랐던 브랜든 나이트는 싱커를 주무기로 1.91의 GO/FO를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 역시 지난 2013년 1.87의 GO/FO로 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 밖에도 벤자민 주치키, 앤디 벤 헤켄, 더스틴 니퍼트등이 땅볼 유도형 투수로 국내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스틴슨은 9번째 경기에서 땅볼 유도라는 국내 정착에 대한 해법을 찾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88년생으로 성장 가능성 또한 풍부하다. 국내 무대 정착에 청신호를 밝힌 스틴슨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 조쉬 스틴슨 ⓒ 한희재 기자

[영상] 스틴슨, 땅볼 투수로 변신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박인애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