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전임 감독들의 경질 후 지휘봉을 잡았고 현역 시절 한 팀에서만 뛰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선배는 4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지략을 인정받았고 후배는 아직 초보 감독 딱지를 떼지 못한 시점. 시즌 초반 선두권을 형성 중인 두 감독이 만났다. 치열한 경쟁 속 현재 선두에 올라있는 두산 베어스 김태형(48) 감독과 디펜딩 챔프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52) 감독이 주인공이다.

19~21일 잠실 3연전을 펼칠 예정이던 두산과 삼성. 19일 경기가 우천 연기된 가운데 그 사이 19일 SK가 한화를 7-5로 꺾으며 사이를 파고 들었다. 두산의 승률이 0.611(22승14패, 1위, 19일 현재)이며 2위 SK는 0.605(23승15패), 3위 삼성은 0.600(24승16패)이다. 세 팀이 승차 없이 1~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터라 20~21일 경기에 따라서 승차와 순위가 한순간 뒤바뀔 수 있는 형국이다.

현역 시절 명품 수비형 포수로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고 2001년 플레잉코치로서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던 김태형 감독. 2012~2014시즌 SK에서 재직한 것을 제외하면 현역 시절과 코치 생활을 전신 OB 시절 포함 모두 베어스에서 보냈다. 선수-코치로서 오랜 시간을 재직한 만큼 두산 본연의 팀컬러가 어떤지, 그리고 선수들의 성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다.

당초 2011시즌 말 감독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던 김태형 감독은 김진욱 당시 1군 불펜코치가 지휘봉을 잡음에 따라 두산을 떠났다. 2013년 말 김진욱 감독 경질 뒤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그룹 내부에서 '나이가 아직 젊다'라는 의견이 나와 다시 감독 차점자로 밀려났다.

당시 두산은 김용희 현 SK 감독을 1순위로 놓았고 2순위가 김태형 감독이었으며 3순위가 당시 퓨처스팀 감독이던 송일수 전 감독이었다. 두 김 감독이 각각 '두산과 연이 없다', '아직 젊다'라는 평으로 낙마한 뒤 명목 상 감독 후보로 올랐던 송 전 감독이 자연스레 감독 지휘봉을 잡았으나 많은 팬이 아는 바와 같이 지난 시즌 후 경질되었다. 그리고 2014년 10월 두산의 선택은 김태형 감독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미 수식어가 필요 없는 국내 최고 명장 중 한 명이 되었다. 김재박 현 KBO 경기감독관과 이종범 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사이 한국 최고 유격수 계보를 잇는 스타 플레이어이자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를 공고히 했던 류중일 감독은 1999년 은퇴 후 삼성에서 계속 코칭스태프로 일했다. 2009년 1군이 아닌 퓨처스팀 코치직을 맡기도 했으나 2010시즌 후 한국시리즈 4전 전패 준우승으로 미끄러진 선동열 감독의 경질 후 그 뒤를 이었다.

잘 갖춰진 팀을 이어받았다는 일각의 이야기도 있으나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정현욱(LG), 오승환(한신), 배영수, 권혁(이상 한화) 등 지키는 야구의 일원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났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류중일 감독은 커다란 누수현상 여파 없이 신구 조화로 투수진을 꾸린 동시에 이승엽-최형우-박석민-채태인 등 중심타선 신구 조화까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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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매년 테이블세터 요원이 바뀌던 가운데서 배영섭(경찰청), 정형식, 박해민 등을 중용하고 베테랑 박한이에게 믿음을 보이며 탄탄한 전력을 유지했다. 감독 재임 이전 류중일 코치의 주전공은 바로 수비-주루였다.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고 해도 보석들을 잘 꿰고 규합한 코칭스태프 수장 감독의 공로도 분명 크다. 류중일 감독은 가장 삼성을 잘 알고 이해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김태형 감독은 포수 선배 김경문 현 NC 감독과 성향이 비슷하다는 평이다. 김태형 감독도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을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2007년 김경문 감독이 신고선수 출신 김현수의 가능성을 믿고 팬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붙박이 2~3번 타자로 기용한 결과는 이미 팬들이 잘 알고 있다. 김태형 감독의 경우도 믿는 선수에 대해서는 확실히 지원사격을 해주는 스타일이다.

주전 1루수로 기회를 받고 있는 포수 출신 좌타 거포 김재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으나 셋업맨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우완 김강률 등이 그 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0시즌 포수 신인왕 양의지는 홈 경기 시 매일 경기 전 30분 이상 실내연습장에서 무수한 블로킹 연습을 거쳤고 그 결과 정상급 포수가 되었다. 여기에는 김태형-강인권 두 배터리코치의 공로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싶을 때는 끊는 면모도 확실한 이가 김태형 감독. 투수진 맏형 이재우는 “감독님은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 확실한 분”이라고 밝혔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밀고 당기는 능력이 뛰어나다. 2011년 '나는 믿을거야, (라이언) 가코 믿을거야'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말았으나 채태인, 최형우의 각성과 라이언 킹 이승엽의 부활 등은 모두 류중일 감독 지휘 하에서 생긴 일이다. 60억 좌완 장원삼의 슬럼프에 “돈 내 놔라, 먹튀야”라며 농을 던진 것도 기본적으로 선수에 대한 믿음이 기반한 것. 동시에 2011시즌 신인왕 배영섭을 비롯한 젊은 야수 무한 경쟁으로 정형식, 박해민, 김헌곤, 구자욱, 우동균 등을 골고루 발탁하고 중용했다. 이지영을 주전 포수로 기용하는 가운데서도 적재적소에서 맏형 진갑용을 관리해주고 믿는다.

사실 삼성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전력이 안정된 팀이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류중일 감독은 가장 안정적인 방향으로 팀을 이끌기를 원한다. 팜부터 1군까지 체계가 잘 잡힌 삼성인데다 류중일 감독 또한 지난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대단한 공력을 갖췄다. 리드 상황에서 리그 최고 셋업맨 안지만으로 공이 넘어간다면 이는 곧 십중팔구 삼성의 승리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반면 초보 감독의 두산은 외국인 타자 한 명의 결원 속 계투진에 물음표가 많다. 무엇보다 광속 셋업맨 김강률이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에서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마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마무리 윤명준은 좋은 마인드를 갖췄으나 블론세이브 5개가 뼈아프다. 두산 입장에서는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만들지 못하고 확실한 선제점과 쐐기점을 뽑지 못한다면 앞서 대구 원정 2연전 전패를 답습할 수 있다.

20일 유네스키 마야(두산)-알프레도 피가로(삼성)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면 21일은 더스틴 니퍼트-장원삼의 대결이 유력하다. 마야는 지난 2일 삼성전에서 7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고 광속구 투수 피가로는 두산과 첫 대결. 19일 선발로 내정되었으나 하루 쉬고 21일 나서게 될 니퍼트는 이미 공인된 삼성 킬러(15승1패 평균자책점 2.33)다. 장원삼은 지난해 두산전 2패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으나 올 시즌은 1일 두산전에서 7이닝 4실점으로 승리한 바 있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러나 팀 간의 전력 차가 크지 않고 좋은 의미로 미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감독의 전략 구사는 승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어마어마한 내공을 자랑하는 류중일 감독과 초보 감독 김태형의 패기. 20~21일 잠실 2연전은 2015시즌 양 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표] 김태형-류중일 프랜차이즈 감독 ⓒ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사진1] 류중일 감독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2] 김태형 감독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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