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햇수로 딱 10년이다. 거포 유망주에서 4번 타자로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29)의 이야기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에 입단할 때 김재환은 포수였다. 한 방 능력을 갖춘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다. 기대와 달리 1군에서 '주전' 수식어를 달기까지 8년이 걸렸다. 포수에서 1루수로, 또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하며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방망이 능력은 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다만 포수인데 오른쪽 어깨가 계속 좋지 않으니까 타석에서도 위축이 됐다. (2009년) 상무에 가서도 계속 어깨가 좋지 않았다. 1루수로 바꿔도 어깨가 안 좋아서 송구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어려웠다. 그러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지난해 외야에 자리가 생긴 게 컸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134경기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단숨에 주전 좌익수로 도약했다. 어렵게 재능을 꽃피우나 싶을 때, 2011년 10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자초한 일이니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김재환은 그저 묵묵히 방망이를 돌렸다.

올 시즌은 더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며 '4번 타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두산이 치른 101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0.359 OPS 1.089 29홈런 8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8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KBO 리그 역사 하나를 썼다. 김재환은 0-1로 뒤진 1회 2사 2루에서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12경기 연속 타점을 올렸다. KBO 리그 역대 최다 연속 경기 타점 신기록이었다.

국내 타자로 잠실에서 한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김재환은 올해 잠실에서 홈런 18개를 쳤다. 종전 기록은 1999년 두산 심정수, 지난해 김재환이 기록한 17개였다. 역대 최다는 1998년 두산 타이론 우즈가 기록한 24개다.

대기록을 세운 뒤 김재환은 마음껏 웃지도 좋아하지도 못했다. "많은 생각이 든다"고 입을 연 뒤 잠시 감정을 추슬렀다. 이어 "마냥 좋아할 수 없다. 대기록이고 영광이지만, 모든 야구 팬들께 죄송하다고 하고 싶다. 앞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야구를 하겠다"고 대답을 이어 갔다.

동료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재환은 "(박)건우가 워낙 앞에서 잘 나가 줘서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내가 못 쳐도 뒤에서 에반스나 (양)의지 형이 쳐 주니까 부담 없이 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황보다 투수와 싸움에 집중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만 100%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년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가족은 큰 버팀목이 됐다. 김재환은 "첫 번째는 부모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또 내 가정이 생기면서 마음을 다시 바로잡았다"고 했다. 2015년 11월 태어난 쌍둥이 딸들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그는 "첫째 아이들이 나를 180도로 바꿨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는 막내딸이 태어나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홈런을 친 날이면 김재환은 종종 선물로 받은 곰 인형을 들고 퇴근한다. 한번은 이유를 물으니 "딸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신기록을 세운 8일에도 김재환의 손에는 곰 인형이 들려 있었다. 곰 인형은 만년 유망주에 그칠 뻔했던 야구 선수 김재환을 새로 태어나게 한 딸들에게 아빠가 진심을 표현하는 방법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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