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왼쪽)과 한성정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버지는 왜 경기 보러 안 오세요? 다음에는 꼭 오세요."

중학생 아들의 말 한마디가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체 장애 3급인 자신을 아들이 부끄러워 할까 봐 조심했던 아버지는 용기를 내서 경기장을 찾았다. 2017~2018시즌 남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한성정(21, 레프트)과 아버지 한은범(50) 씨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성정이 옥천고를 거쳐 홍익대에 진학한 뒤에도 아버지와 동행은 계속됐다. 충북 옥천에 살고 있는 한은범 씨는 아들이 뛰는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그는 "나는 몸이 불편해서 학교 다닐 때 늘 교실만 지켰다. 아들이 운동을 한다고 하니까 고마워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한번도 안 빠지고 (경기장에) 다 다녔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학 3학년인 아들은 아버지와 행복한 동행을 이어 가기 위해 일찍 프로 무대로 뛰어들었다. 한은범 씨는 "경제 사정이 어렵다 보니까. 자기가 가장이 돼서 벌어야 한다고 했다. 1년 이라도 더 일찍 돈을 벌어야 아버지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며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성정은 "얼리 드래프트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 학교랑 박종찬 감독님, 동료 선수들이 내 가정 환경을 알고 배려해 주신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 감사 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아들과 아버지는 서로 "고맙다"고 했다. 한성정은 "아버지가 지금까지 도와주신 덕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효도하면서 뒷바라지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은범 씨는 "일찍 철이 들었다. 아들 때문에 속 썩은 적이 없었다. 프로 가서도 몸 안 다치고 지금처럼 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레프트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최홍석과 나경복, 신으뜸, 안준찬이 있다. 김정환은 라이트로 등록됐지만,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있어 사실상 레프트로 뛰고 있다. 한성정이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긴 쉽지 않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한성정의 기본기를 눈여겨 봤다. 김 감독은 "기본기가 있고, 나름 장신(197cm)이라 늘 좋게 본 선수다. 우리가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 선발했다. 대학 리그와 전국체전을 마치고 팀에 합류하면 바로 준비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한성정은 "동기들보다 공격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서 내가 살 길은 리시브라고 생각하고 연습했더니 좋은 성과가 있었다. 레프트가 좋은 팀이라 부담은 된다. 지금만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볼 거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잘 준비해서 기회를 얻었을 때 감독님께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들이 프로 진출의 꿈을 이룬 날, 아버지는 아들과 새로운 동행을 꿈꿨다. 한은범 씨는 우리카드 홈구장인 장충체육관에서 아들을 응원하는 장면을 그렸다. 그는 "(우리카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장충체육관은 물론이고 다른 구장도 자주 갈 거다. 집에서 대전(삼성화재 홈구장)까지도 30분이면 갈 수 있다"며 프로 무대를 누비는 아들을 지켜볼 생각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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