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돔에 모인 한국 대표 팀 ⓒ 도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선동열호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16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개막전에서 일본에 승부치기 끝에 연장 10회 7-8 끝내기로 진 한국은 결승 진출을 위해 17일 대만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대만의 전력이 3개국 가운데 객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건 분명하지만 단판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대만의 강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 '대왕' 왕보룽을 막아라

대만의 자랑 '대왕' 왕보룽(라미고)이 최고 경계 대상이다. 올해 타율 0.407, 178안타,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4개 부문 모두 1위. 단 10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지바 롯데와 3차례 연습 경기에서는 12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유일한 안타마저도 내야안타.

대만 야구 전문가인 김윤석 전력분석원은 "상대 투수들의 수준 차이가 원인이다. 일본 투수들이 대만 투수들보다 제구력이 좋고, 그러다 보니 약점을 더 집요하게 공략하는 면도 있다. 심리적으로는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타자인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양다이강(요미우리)은 1번 타순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닛폰햄에서는 니시카와 하루키에게 리드오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주로 1번 타자였고, 올해는 8월 이후 요미우리의 붙박이 1번 타자로 뛰었다(2번 타순 2경기).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프로, 국제 무대 경력 모두 가장 많은 베테랑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이름값보다는 최근 컨디션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코너 외야수로 나오는 천쯔하오(중신, 78경기 타율 0.336)가 돋보인다. 3차례 연습 경기에서 9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1차전 교체 출전해 2타수 2안타, 2차전 2번 타자로 나와 3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는 4번 타자를 맡아 4타수 2안타를 쳤다.

테이블세터감 천제셴(퉁이), 중심 타순 후보 쑤즈졔(퉁이)와 주위셴(라미고) 등 왼손 타자들도 경계 대상이다. 천제셴은 올해 타율이 0.387로 높은데, 삼진(36개)보다 볼넷(53개)이 많기까지 하다. 주위셴은 27홈런 83타점으로 2개 부문 2위. 왕보룽과 천쯔하오도 왼손 타자들이라 심재민과 함덕주, 구창모 등 대표 팀 왼손 불펜 투수들의 임무가 막중해졌다. 기동력이 좋은 선수들로는 양다이강과 왕보롱, 천제셴, 천핀졔(푸방)가 꼽힌다.

◆ '초단기전' 불펜 물량전 주의보

김윤석 전력분석원은 대만전 승부처를 "누가 선발을 일찍 무너트리느냐에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공격력에는 나름 자부심이 있는 대만인 만큼 기선 제압으로 분위기를 잡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자칫 분위기가 밀리게 되면 불펜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천관위와 궈쥔린(세이부)을 상대해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다 6-3으로 힘겹게 역전승한 사례가 잘 보여준다. 선발을 무너트리고도 고전한 적도 있다. 올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2회초까지 6-0으로 앞서다가도 연장 10회 11-8로 어렵게 이겼다. 선발 싸움까지 진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선발은 예상대로 천관위(지바 롯데)다. 올해 27경기에서 3승 4패 4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제구에 기복이 있는 편이다. 컨디션이 좋다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처럼 한국을 위협할 수 있고(2경기 7이닝 2실점), 그렇지 않다면 올해 WBC처럼 일찌감치 무너질 수도 있다(1⅓이닝 3실점, 손가락 문제로 교체). 

대만은 투수를 10명 밖에 뽑지 않았지만 어차피 많아야 3경기다. 어떤 경기라도 물량전을 펼칠 수 있다. 이미 지바 롯데와 연습 경기에서 주쥔샹(라미고)과 뤄궈화(푸방), 왕홍청(중신)이 3일 연투했다. 본선이라고 다를리 없다. 김윤석 전력분석원은 "불펜에서는 왕홍청, 왕야오린(라미고, 홀드 1위), 치우하오쥔(퉁이, 홀드 3위)이 좋았다. 마무리는 천위쉰(라미고, 세이브 1위)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지바 롯데와 3차례 연습 경기에서는 선발보다 불펜에 의존했다. 1차전 천관위 4⅓이닝 6실점, 2차전 린화칭 2⅓이닝 6실점, 3차전 린정셴 4⅓이닝 4실점으로 선발은 모두 난타당했다. 

불펜은 1차전 3⅔이닝, 2차전 6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9로 진 3차전에서는 불펜에서 4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는데, 7명의 구원 투수 가운데 2명만 실점했다. 그 가운데 1명은 3일 연투한 뤄궈화(⅓이닝 2실점)였다. 치우하오쥔은 ⅓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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