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왼쪽)와 민병헌 ⓒ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번 스토브리그는 조용히 지나갈 겁니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리고 9개 구단이 바삐 계산기를 두드릴 때. 두산 베어스는 일찍 셈을 마쳤다. 내부 FA 외야수 민병헌(롯데)과 KBO 복귀를 고민하고 있는 김현수(LG)까지 대어가 둘이나 있었다. 알려진 대로 좋지 않은 모기업 자금 사정을 생각해도 민병헌은 잡을 가능성이 커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누구도 잡지 않았다. 긴 한숨과 함께 "올해는 조용할 겁니다"라고 했던 두산 관계자의 말 그대로였다.

두산은 올 시즌을 마치고 김현수가 국내에 복귀할 거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잡지 않을 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반드시 필요한 선수인가' 물음을 던졌다. 김현수가 없는 사이 김재환과 박건우가 빈자리를 채우고도 넘치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김재환은 2년 연속 30홈런-100안타-100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고, 박건우는 구단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묵묵히 외야 맏형 노릇을 해온 민병헌도 있었다.

민병헌을 놓치면서 사정은 조금 달라졌지만 변한 건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두산 프런트는 2013년 겨울을 떠올리며 '새 판'을 짜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두산은 FA 외야수 이종욱과 유격수 손시헌을 모두 놓쳤다. 프랜차이즈 선수라 믿었던 두 선수가 동시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으로 갈아 입자 두산 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우려와 달리 빈자리는 티가 나지 않았다. 이종욱의 빈자리는 정수빈과 민병헌이 채웠고, 손시헌이 나가면서 만년 유망주 김재호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두산은 이때를 계기로 구단 운영 방향의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 육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요원이 풍부하다고 판단하면 프랜차이즈 선수라도 큰 돈을 쥐어주며 붙들지 않았다.

▲ 이종욱(왼쪽) ⓒ 한희재 기자
최근 5년 사이 두산은 스토브리그에서 2차례 큰 돈을 썼다. 2015년 4년 84억 원에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했고, 지난해 4년 50억 원에 FA 유격수 김재호와 도장을 찍었다. 장원준은 당시 역대 FA 투수 최고액, 김재호는 역대 FA 유격수 최고액을 기록했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필요했던 마운드 사정, 그리고 김재호를 당장 대신할 마땅한 유격수가 보이지 않았던 팀 사정이 반영된 결과였다.

올해는 달랐다. 두산은 외야수 보강에 큰 관심이 없었다. 김재환과 박건우가 확실히 버티고 있고, 국해성, 정진호, 조수행, 김인태, 이우성 등 기회를 노리는 백업 선수층이 두꺼웠다. 다음 해 9월이면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정수빈도 있다. 민병헌과 김현수가 있으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무리를 하면서 잡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두산은 겨울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결단에는 화수분 야구의 자부심과 육성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의 길을 가던 선수들이 이탈하며 걱정을 샀지만, 결과는 늘 긍정적으로 흘러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육성과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나름의 선택을 했다. 팬들은 2013년 겨울처럼, 아니면 그때보다 더 큰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두산은 팬들의 원성을 각오하고 몇 차례 검증을 마친 육성의 힘을 믿기로 하며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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