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완지 vs 아스널 선발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스완지(영국), 한준 기자] 스완지시티가 명확한 계획으로 아스널을 잡았다. 맨체스타시티를 꺾은 리버풀에 거둔 승리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스널과 2017-18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경기 승리로 증명했다. 스완지시티는 견고했고, 날카로웠다. 내려서서 경기했지만 골이 필요한 순간 번뜩임도 있었다.

현지시간 30일 밤 리버티 스타디움에는 이슬비가 내렸다. 그라운드는 촉촉했지만, 아스널의 패스 플레이는 물 흐르듯 이어지지 못했다. 스완지시티는 5-4-1 포메이션으로 아스널에 공간을 주지 않는 데 주력했다. 조르당 아유가 전방 원톱으로 나서 압박했는데, 조직적인 전방 압박은 아니었다. 네 명의 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자기 진영에 내려가 5백과 두 줄 수비를 펼쳤다.

▲ 스완지시티의 수비 대형 ⓒ한준 기자


◆ 5백으로 두 줄 수비, 공간 없앤 스완지

스완지시티는 머슨, 페데, 판데르호른으로 구성한 스리백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아스널 선수와 공이 돌지 못하게 했다. 좌우 풀백으로 나선 올손과 노턴도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네이선 다이어가 측면을 타고 가끔 올라갔지만, 왼쪽의 샘 클루카스는 중앙으로 좁혀 서서 엑토르 벨레린의 오버래핑을 견제했다.

기성용은 원톱 조르당 아유의 뒤를 커버하는 전방 압박을 적절히 펼쳤다. 아스널의 기점 패스가 편하게 연결되지 못하게 제어했고, 아스널 공격이 전개되면 빠르게 뒤로 내려와 5백과 4명의 미드필더 사이가 촘촘하게 유지되도록 라인 콘트롤을 주도했다. 공 소유권을 확보한 뒤에는 안정적으로 공을 관리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의 팀 플레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아스널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좌우 풀백 나초 몬레알과 벨레린이 전진하고 모하메드 엘네니가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후방 빌드업을 했다. 에런 램지와 그라니트 자카는 스완지시티의 두 줄 수비에 갇혔고, 알렉스 이워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메수트 외질도 고립됐다. 

아스널은 전반 33분 라카제트가 문전 우측으로 빠져나오고, 외질이 배후로 빠지면서 스완지시티의 밀집 수비에 틈을 만들었다. 외질의 왼발 로빙 패스가 문전 왼편으로 이어졌고, 레프트백 몬레알이 달려들어 마무리하면서 선제골을 얻었다. 스완지시티의 두 줄 수비가 가진 약점을 잘 공략했다.

아스널의 좋은 공격 장면은 이 선제골이 거의 유일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스완지시티의 수비 조직이 흔들리지 않았다. 선제 실점에도 본래 경기 계획은 흐트러지지 않고 수행했다. 

▲ 샘 클루카스의 커트인에 아스널 수비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지나치게 허술했던 아스널 수비, 머슨-클루카스 전진 플레이 ‘적중’

실점 후 1분 만에 동점골을 얻은 점도 스완지시티가 정신적으로나 전술적으로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였다. 스완지시티는 공격 숫자를 줄인 채 경기했지만 아스널이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고 경기한 허점을 잘 노렸다.

스완지시티의 동점골은 경기 내내 이어진 스완지시티의 역습 패턴이 전형적으로 적중하면서 나왔다. 스완지시티는 클루카스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으나 사이드 라인이 아니라 기성용의 앞 지역으로 커트인하면서 아스널의 미드필더와 최종 수비 라인 사이를 공략했다. 그리고 스리백 중 왼쪽 센터백으로 나선 알피 머슨이 중원 지역으로 한 칸 올라서 아스널의 허를 찔렀다. 클루카스의 커트인, 머슨의 전진은 아스널의 견제를 피해 공격 장면을 만들었다.

머슨의 패스가 클루카스에 이어졌고, 클루카스의 슈팅이 깔끔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아스널은 선제 득점 이후 벨레린과 몬레알을 뒤로 내려 수비를 신경 쓰려 했다. 수비 폭을 넓혔는데, 오히려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을 공략 당하는 결과를 나았다. 클루카스와 머슨이 이 지역을 공략했다.

스완지시티는 라인을 내린 대신 롱 볼 플레이로 라인을 높인 아스널의 뒷 공간을 공략하며 전진했다. 이때 아스널은 수비로 전환할 때 간격이 자주 벌어졌다. 특히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아 클루카스와 머슨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아스널은 조르당 아유와 네이선 다이어 등 빠른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 시도에 쉽게 벗겨지며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에 아스널은 스스로 무너졌다. 전반전에 체력을 아끼고 사기를 높인 스완지시티는 오히려 후반전에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아스널은 후반 15분 빌드업 미드필더 엘네니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헨리크 미키타리안을 투입해 오히려 공격 숫자를 늘렸고, 배후 안정감이 더 떨어졌다.

스완지시티는 뒤가 헐거워진 아스널을 더 몰아붙였다. 후반 16분 아스널의 실수를 끌어내 역전골을 넣었다. 강한 전방 압박에 자기 진영에서 공 관리에 실패한 아스널은 골키퍼 체흐가 범한 패스 미스로 역전골을 내줬다. 아유가 공을 낚아채 가볍게 마무리했다.

리드를 내준 아스널은 후반 31분 이워비 대신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해 총공세를 폈으나 스완지시티의 5-4-1 대형에 균열을 야기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완지시티가 후반 41분 또 한번 역습 기회를 만들어 쐐기골을 넣었다. 아유가 문전 우측을 개인 돌파로 무너트리며 야기한 혼전 상황에 클루카스가 달려들어 아스널 골망을 흔들었다. 아스널은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 카를루스 카르발랄 스완지 감독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아래) ⓒ한준 기자


◆ 양 팀 감독의 반응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날 아스널이 보인플레이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실망감을 표했다. 벵거 감독은 “우리는 수비적으로나 공격적으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결정적인 일대일 대결 상황에서 공격이든 수비든 스완지가 모두 이겼다. 스완지는 날카로웠고 규율이 잘 잡혀있었으며, 굶주려 있었다. 불운하게도 우리는 스완지를 상대할 만큼 잘하지 못했고, 규율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아스널 선수들을 질타했다. 

카를루스 카르발랄 감독은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의 어떤 팀을 만나도 볼 점유율을 많이 가져갈 팀”이라며 “우리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는 말로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고 자부했다. 선수비 후속공으로 경기를 지배한 카르발랄 감독은 “수비할 때 집중력이 좋았고 반응이 빨랐다. 공격으로 넘어갈 때 운반도 잘됐다. 특히 조르당 아유가 공을 받아서 2선 선수들을 잘 기다려줬던 플레이가 결정적이었다. 기성용도 중원에서 많이 뛰어줬다”며 승인을 설명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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