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차준환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17, 휘문소)이 처음 출전한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 점수인 83.4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선전한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 성적인 15위에 올랐다. 또 20년 만에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는 쾌거도 거뒀다.

차준환은 16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3.79점 예술점수(PCS) 39.64점을 합친 83.43점을 기록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그는 개인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인 82.34점(201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을 넘어섰다. 또 쇼트프로그램 15위에 오르며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플라잉 스핀을 하고 있는 차준환 ⓒ GettyIimages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 성적, 20년 만에 프리스케이팅 진출

차준환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역사를 하나씩 갈아치웠다. 그는 2016년 12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듬해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세 번째다. 정성일(49) 현 피겨스케이팅 코치는 1988년 캘거리(22위) 1992년 알베르빌(21위) 1994년 릴리함메르(17위)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뛴 그는 총 세 번의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규현(38) 피겨스케이팅 코치는 1998년 나가노(24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28위)에 참가했다. 이후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올림픽 출전 맥은 끊겼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네벨혼 트로피에 출전한 이준형(22, 단국대)이 평창 티켓을 거머쥐었다. 1~3차에 걸친 선발전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차준환이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이 동계 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확보한 것은 1996년 나가도 대회에 출전한 이규현 이후 20년 만이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고관절과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여기에 부츠 문제까지 겹치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열린 평창 올림픽 1, 2차 선발전에서 차준환은 이준형에게 밀려 올림픽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올림픽 3차 선발전에서 20점이 넘는 점수 차를 뒤집으며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차준환은 개인전에 앞서 단체전인 팀 이벤트에 출전했다. 그는 지난 9일 열린 팀 이벤트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0.71점 예술점수(PCS) 36.99점을 합친 77.7점을 기록했다.

팀 이벤트에서 다소 긴장했던 그는 수행점수를 많이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개인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클린에 성공한 뒤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차준환 ⓒ GettyIimages

차준환 쇼트프로그램 - 뮤지컬 돈키호테 중 '집시 댄스'

차준환은 팀 이벤트 남자 싱글 6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한국은 9위로 상위 5개 팀이 겨루는 프리스케이팅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팀 이벤트를 마친 차준환은 강릉에 머물며 개인전을 준비했다. 그는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 선수촌이 아닌 다른 곳을 숙소로 잡았다.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컨디션 조절 및 프로그램 최종 점검에 집중한 차준환은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 경기에 성공했다.

차준환은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30명의 선수 가운데 14번째로 빙판에 등장했다. 3그룹에 배정된 차준환은 두 번째로 경기를 펼쳤다. 그는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곡인 '집시의 춤(Gypsy Dance)'에 맞춰 경기를 시작했다.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였다. 빠른 속도로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한 그는 이 점프를 깨끗하게 뛰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이 기술에서 차준환은 기초점수와 수행점수(GOE)를 합친 10.9점을 받았다.

좋은 흐름을 계속이어간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기술 가운데 기초점수가 가장 높은 트리플 악셀(8.5점)을 시도했다. 빙판을 힘차게 박차고 올라간 차준환은 이 기술에 성공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트리플 악셀에 추가된 GOE는 1점이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한숨을 돌린 차준환은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러츠를 실수 없이 해냈다. 플라잉 카멜 스핀과 스텝시퀀스로 프로그램을 이어간 그는 마지막 과제인 체인지 풋 시트 스핀으로 경기를 마쳤다.

세 가지 스핀 요소는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4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차준환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들을 만났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만족한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은 엄청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잘 마쳐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대해 그는 "지금 몸상태로 봐서는 순위나 점수는 신경쓰지 않아야 할 거 같다"고 밝혔다. 그는 "연습한만큼 했으면 좋겠고 실수가 나와도 벌떡 일어나 마무리 하겠다"고 말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가득 채운 일본 팬들의 갈채를 받는 하뉴 유즈루 ⓒ GettyIimages

하뉴 쇼트프로그램 - 쇼팽의 발라드 NO 1

일본의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24)는 3개월 만의 복귀전인 평창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11.68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그의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이자 세계 기록은 112.72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뉴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그는 명실공히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일인자가 됐다. 그러나 2015년과 2016년에는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6, 스페인)의 기세에 눌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을 탈환한 그는 딕 버튼(미국, 1948년, 1952년 올림픽 금메달) 이후 66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4회전 점프 훈련을 하던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입었다. 이후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과 전일본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하뉴의 올림픽 2연패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기자회견을 연 하뉴는 "부상이 생긴 뒤 스케이트를 타지 못했던 기간은 2개월 정도다"며 "3회전 점프를 뛴 것은 3주 전, 4회전은 2주 전이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하뉴는 쿼드러플 루프와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토루프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모두 깨끗하게 뛰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른 그는 올림픽 2연패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날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가득 채운 일본의 2천 여명 팬들은 하뉴의 경기가 끝나자 일제히 빙판에 곰돌이 푸우 인형과 꽃다발을 던졌다. 팬들의 꽃세례를 받은 하뉴는 경기에 만족한다는 듯 환한 미소로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2위에 오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 GettyIimages

2위는 107.58점을 기록한 페르난데스가 차지했다. 104.17점을 받은 우노 쇼마(20, 일본)가 그 뒤를 이었다. 하뉴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 네이선 천(18, 미국)은 4회전 점프에서 연달아 큰 실수를 하며 82.27점으로 16위에 그쳤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은 17일 열린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순위

1위 하뉴 유즈루(일본) - 111.68점

2위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 - 107.58점

3위 우노 쇼마(일본) - 104.17점

15위 차준환(한국) - 84.4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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