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제러드 호잉-멜 로하스 주니어-제이미 로맥-로저 버나디나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외국인 타자들도 이제는 잘 치고 잘 뛰어야 사랑받는다.

'호타준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20홈런-20도루 달성은 지금까지 KBO 리그에서 47번 나왔지만, 외국인 타자는 1999년 제이 데이비스(당시 한화)를 시작으로 9번(7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추세가 바뀌고 있다. 7명 중 4명이 최근 5년 사이에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올해 또 많은 외국인 타자들이 호타준족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효자 타자가 한화 외야수 제러드 호잉이다. 호잉은 25일 기준 22홈런-15도루를 기록 중이다. 홈런 8위, 도루는 6위로 두 부문에서 모두 리그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상급 호타준족 타자다. 수비까지 뛰어나 팀 성적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중. 한화 내에서도 "지난해 로사리오는 홈런만 잘쳤다면 호잉은 공수주가 모두 다 된다"며 매우 흡족해 하는 분위기다.

두 부문에서 리그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타자는 또 있다. KT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는 홈런 공동 4위(24개), 도루 7위(14개)로 20홈런-20도루에 도루 6개 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KT에 대체 외국인 타자로 입단한 로하스는 올해 실력을 제대로 꽃피우는 중. 특히 7월 15경기에서 5홈런 6도루 타율 4할2푼9리로 맹활약하고 있다. 로하스가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다면 KT 창단 최초 기록이 된다.

SK 내야수 제이미 로맥은 25일 인천 두산전에서 2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한, SK의 대표 거포다. 31홈런으로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최정(SK)과 김재환(두산)을 1개 차로 바짝 쫓고 있다. 도루도 8개(23위)로, 홈런 군단인 팀 내에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로맥은 타율(.325)도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타자 중 1위에 올라 있는 효자 선수다.

KIA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는 홈런 16개(19위), 도루 25개(1위)로 도루가 홈런보다 더 많다. KBO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타자 중에서는 흔치 않은, 발 빠른 유형의 선수다. 올해는 리그 역대 최초 외국인 도루왕도 노린다. 리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도 27홈런-32도루로 KIA 외국인 최초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가능하다면 데이비스(1999~2000년), 야마이코 나바로(당시 삼성, 2014~2015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는 외국인 타자가 된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 타자들에게 없는 '거포형' 스타일이 외국인 타자 영입의 기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국내 타자들도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기술 발전으로 남부럽지 않게 홈런을 쳐내고 있다. 스카우트 팀이 외국인 타자들을 보는 눈도 바뀔 수밖에 없는 요즘. 리그 맞춤형 외국인 타자들이 팀에서 '복덩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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