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삼성 권오준이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권오준은 9일 광주 KIIA전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책임진 이닝은 길지 않았지만 처한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선발이었던 백정현이 2이닝 만에 물러난 상황. 필승조가 투입되기 전까지 최대한 이닝을 끌어 줘야 했다.

특히 추가 실점 없이 던져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팀이 0-4로 뒤지던 경기를 6-4로 뒤집은 상황. 곧바로 점수를 내준다면 어렵게 끌고 온 분위기를 다시 KIA 쪽으로 내줄 수 있었다.

그러나 권오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볼넷 1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책임 이닝을 다했다. 권오준의 호투를 발판으로 삼성은 3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시속 150km를 넘나들던 광속구 시절의 권오준은 아니었다. 그의 패스트볼은 최고 140km에 그쳤다. 

하지만 포수 미트에 꽂히는 그의 패스트볼은 그 어떤 투수 못지않게 빠르게 느껴졌다. KIA 타자들도 좀처럼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비밀은 그의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에 있었다.

이날 권오준은 평균 2m 이상의 패스트볼 익스텐션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끌고 나왔을 때는 2.08m까지 찍혔다. 최대한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때려줬다는 걸 뜻한다.

KBO 리그의 평균 패스트볼 익스텐션은 1.85m다. 권오준은 이보다 약 30cm 가량 앞에서 공을 뿌렸던 것이다. 보통의 투수들보다 타자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공을 던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안정감 있는 하체 밸런스가 뒤를 받쳐 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권오준의 패스트볼은 140km가 넘지 않는데도 그에 못지않은 스피드감을 줄 수 있다. 그가 여전히 마운드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익스텐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에 맞는 제구가 허락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기록일 수 있다. 하지만 권오준은 이날 1개의 볼넷만 허용했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제구력도 함께 보여 줬다. 또한 빠른 공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완급 조절 능력까지 뽐냈다. 때문에 그의 긴 익스텐션이 유독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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