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빈은 허슬플레이로 무장한 선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프로야구는 꽃이 필 때 시작해 꽃이 질 때 끝난다. 대장정의 끝은 가을이다. 우승 팀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을 '가을 잔치'라고 부르며 찬바람을 막는 '가을 점퍼'는 가을 잔치에 진출한 팀의 특권이다.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경기의 중요도가 커진다. 정규 시즌 말미 순위 싸움이 절정에 이르고 단기전이 시작되면 공 하나에 탈락과 생존이 오간다. 그래서 가을에 잘하는 선수는 특별하다.

지난해 휴스턴은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일에 저스틴 벌랜더를 데려왔다. 벌랜더의 별명은 '빅게임피처'였다. 월드시리즈 3차례, 포스트시즌에만 16번 등판한 경력을 자랑한다. 벌랜더는 가을의 전설을 썼다. 이적 후 5전 전승으로 휴스턴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고,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두산은 외야수 정수빈이 경찰청에서 제대한 지 하루 만인 8일 1군에 등록했다. 한 차례 타석에 들어서 복귀전을 치렀다.

두산은 우익수가 구멍이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가 -0.52다. 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슬라이크 등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에 따른 영향이다. 시즌 내내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했으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정수빈은 중견수뿐만 아니라 우익수 좌익수가 모두 되는 팔방미인이다. 두산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다.

무엇보다도 정수빈은 가을 DNA가 강한 타자다. 정수빈은 2015년 한국시리즈 MVP다. 삼성과 6차전에서 9-1에서 12-1을 만드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사실상 우승 축포였다. 6경기에서 정수빈이 쓴 기록은 타율 0.571, 출루율 0.647, 장타율 1.000, 그리고 OPS가 무려 1.647 이었다. 정수빈의 OPS는 1987년 김준환(1.708), 2010년 최정(1.672)에 이어 역대 한국시리즈 3위에 해당한다. 정규 시즌에서도 월별 타율을 구분했을 때 9월 타율이 가장 높다. 그만큼 가을 냄새를 잘 맡는 타자다. 타격뿐만 아니다. 정수빈은 허슬플레이로 무장돼 있다. 타격 공격 수비 때 몸을 사리지 않는다. 단기전에 정수빈의 허슬은 팀 사기를 끌어올릴 강력한 무기다.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도 있다. 1990년생인 정수빈은 박건우 허경민 등 다른 주축 선수들과 입단 동기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대회에서 우승을 합작했고 2015년과 2016년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시 만나 우승을 만끽하기를 2년 동안 고대했다. 허경민은 정수빈이 복귀한 8일 누구보다 기뻐했다. 부상으로 빠진 박건우도 조만간 돌아오면 완전체가 된다. 세 선수의 바람은 두산의 한국시리즈 직행 가능성이 높은 올 시즌이 그 적기다.

정수빈은 "지금 팀이 잘하고 있다. 거기에 맞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시즌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시리즈 가면 최대한 내 몫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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