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가운데)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규 시즌 1위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도전자 SK 와이번스에 계속해서 끌려가는 모양새다. 1패 뒤 1승, 또 1패를 떠안았다. 1승 2패로 시리즈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공격력, 정확히는 홈런이 터지지 않고 있다. 단기전에서 홈런은 승패와 직결될 정도로 경기 분위기를 좌우한다. 두산은 3경기 1홈런, SK는 5홈런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의 존재감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제이미 로맥은 SK의 홈런 5개 가운데 2개를 책임졌다. 나머지는 박정권, 이재원, 한동민이 하나씩 기록했다.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최주환이 2차전에 7-3 승리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기록했다. 로맥의 몫을 해줄 외국인 타자가 없는 가운데 중심 타선 김재환과 양의지는 부지런히 안타를 생산하며 공격 흐름을 연결했다. 김재환은 2차전에서 사실상 리드오프 노릇을 하며 장타를 날린 뒤 후속타가 나오면 전력 질주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재일과 박건우의 침묵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의 연결고리가 돼야 하는 오재일은 3경기 11타수 1안타, 3번 타자 박건우는 12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4번 타자 김재환이 3차전을 앞두고 배팅 훈련을 하다 오른쪽 옆구리를 다쳐 전력에서 제외됐다. 8일 열리는 4차전까지도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김 감독은 "지금 최주환과 양의지 둘만 치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였다. 정규 시즌 때 3할 타율 또는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 대신 백업 선수가 들어가 미치길 바라는 것도, 단기전에서 정규 시즌처럼 시간을 주며 극복하길 바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백업 내야수 류지혁은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하면서도 "내가 경기에 나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이 경기에 나간다는 건 곧 팀이 위기라는 걸 뜻한다고 했다. 두산이 아무리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없다고는 하나 엄연히 주전과 백업의 구분은 있다. 보통 주전 누군가 다치거나 부진할 때 기회를 얻는 백업 선수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 김재환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결국 오재일이 터져야 한다. ⓒ 한희재 기자
김 감독도 같은 마음이다. 김 감독은 "최주환과 양의지 둘만 치고 있어서 누구를 앞이나 뒤에 둬도 마찬가지"라며 "백업들도 있지만, 계속 공을 보던 선수들이 낫다. 하던 선수(주전)가 그래도 확률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베스트 9 가운데 김재환이 빠진 좌익수 자리에만 백업 선수를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3차전에서 먼저 기회를 얻은 정진호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재환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타순 변화는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박건우와 오재일을 그대로 두면서 타순만 변화를 줄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건우는 코치들과 상의해 리드오프로 뺄 가능성을 언급했다. 허경민과 오재원이 3차전에서 2안타씩 몰아치며 살아난 건 고무적이었다.  

김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치르면서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또 하나, 김 감독은 평소 "경기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감독의 판단과 선택이 믿음이 될지 고집이 될지는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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