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장에 선임된 이근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선수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팬들과도 더욱 소통하겠다."

공격수 이근호(33, 울산)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선수협회는 26일 이근호 회장과 염기훈(수원), 박주호(울산), 윤석영(서울) 신임 이사를 선임했다고 알렸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이름이 선수협회의 중심에 섰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근호 신임회장은 "당연히 부담스럽다. 직함(회장)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장, 선수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모든 선수들의 요구에 부응했다며 중책을 맡은 이유를 말했다. 

"경기는 경기 안에서 끝나야 한다. 밖에선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다. 같이 서로, 힘을 모아서 소통하고 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린 선수들이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얘기할 곳이 없었다. 그런 얘기를 들어주고, 서로 나눌 계기를 만들고 싶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베테랑 공격수. 하지만 여전히 K리그 최고의 선수로 활약 중인 이근호는 "그 전부터 연락을 계속 받았다. 기훈이 형이나 주호도 옆에서 많이 얘기했다. 나쁜 일이 아니니까, 주변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이 모여서 좋은 일을 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일도 할 것"이라며 선수 권익 보호 측면에만 집중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거창한 것만 하려는 게 아니다. 선수들만을 위한 단체도 아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 팬들과 소통하고, 선수들이 모여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싶다."

이근호는 최근 16회로 막을 내린 홍명보 자선축구의 사례를 언급하며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이 쉬는 기간에 적극적으로 좋은 이벤트도 추진하고 싶다"며 선수들이 중심이 된 여러 활동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님께서도 선수 생활 이후에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 그런 것들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준다. 나도 이를 통해 생각했다. 자선 축구 등 행사도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선수협에서 먼저 나서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 울산현대 공격수 이근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이근호는 "K리그의 인기를 위해서도 선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스킨십해야 한다. 선수협과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구단에서 시켜서 했던 것들이 많다. 선수들이 나서서 할 수 있게 소통하고자 한다.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이벤트도 만들고, 팬들과 소통할 기회를 더 만들겠다"며 솔선수범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근호는 “현재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겠다고 하더라”며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고 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선수협회의 방향이다. 이근호는 “팬들과 소통하고, 먼저 작은 일부터, 좋은 일을 하면서 우리의 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제도적 측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근호는 “이제 막 시작하는데 먼저 그런 것만 얘기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천천히 의견을 모으겠다. 선수들이 뭔가를 요구해서 무리하게 하기보다는, 최소한 선수들이 가져야할 권리를 마련하자는 생각”이라며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솔직히 저나 기훈이형 같은 선수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과 여러 많은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급하게 뭔가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권리를 위해 최소한의 창구를 만들고 싶다. 외국에는 이미 있다. 늦었지만 한국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협의 창설은 과거 연맹과 구단의 시선에 대한 부담으로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근호는 울산 구단의 반응을 묻자 "휴가 기간에 제의가 와서 수락했다. 혼잘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단, 연맹에도 좋은 일을 할 것이다. 모여서 안 좋은 일을 계획하려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권리에 대한 문제도 무리하게 요구할 생각이 아니다. 모든 것은 대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맹, 구단, 선수의 소통 채널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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