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여름 지로나 입단 이후 백승호는 계속해서 1군 팀과 훈련해왔다. 2019년 들어 1군 경기에 본격 투입되며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있다. ⓒ지로나FC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미드필더 백승호(22)가 라요 바예카노와 라리가 경기 명단에 빠졌다.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FC바르셀로나와 격돌하는 2019년 수페르코파 데 카탈루냐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019년 1월 이후 꾸준히 지로나FC의 1군 경기에 소집되고 출전해 온 백승호는 최근 3경기에 결장했다. 2경기에는 18인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한국 시간으로 2일 새벽 열릴 라요 바예카노와 2018-19시즌 스페인 라리가 26라운드 소집 명단에 빠졌다. 

순위 경쟁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잔류를 위한 지로나의 사정이 급해지면서 어린 선수들에 주어지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백승호가 레알 소시에다드전, 라요 바예카노전에 연이어 빠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군 팀에서 제한된 시간만 소화해온 백승호의 경기 감각과 체력을 높이기 위해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지로나 감독이 다른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 2연속 명단 제외 뒷이야기, 소시에다드전 앞두고 중국 팀과 평가전 풀타임 출전
■ 현지 시간 3월 6일, FC바르셀로나와 수페르코파 데 카탈루냐 경기 출격 명령
■ 에우세비오 지로나 감독, 백승호 제외 질문에 "1군 팀에 완벽하게 적응, 앞으로 팀 도울 선수"

레알 소시에다드와 경기를 앞두고 지로나는 중국 슈퍼리그 팀과 비공개 평가전을 치렀다. 지로나는 1군에서 고정적으로 선발로 뛰지 않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중국 슈퍼리그 팀과 경기했다. 백승호는 이 경기에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라요전 이후에도 지로나는 번외 경기 일정이 있다. 현지 시간으로 3월 6일,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 2시 45분에 FC바르셀로나와 2019년 수페르코파 데 카탈루냐 경기를 치른다. 카탈루냐주 사바델에서 열린다. 경쟁력 있는 팀을 상대로 선발 출전해 실전 감각을 높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2014년 10월 29일 첫 대회를 연 수페르코파 데 카탈루냐는 카탈루냐축구협회에 소속된 프로팀 중 직전 시즌 라리가에서 최고 순위를 차지한 두 팀이 펼치는 이벤트 대회다. 

2014년 첫 대회는 지로나의 안방 몬틸리비에서 개최됐고, 바르셀로나와 RCD 에스파뇰이 경기했다. 1-1로 비긴 뒤 바르셀로나가 승부차기로 4-2 승리를 거둬 우승했다. 2016년 10월 25일 열린 2회 대회는 타라고나에서 열렸고, 에스파뇰이 바르셀로나에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대회는 2018년 3월 7일 레리다에서 개최됐다. 바르셀로나와 에스파뇰이 또 붙었고,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바르셀로나가 우승했다. 이번 4회 대회는 처음으로 대진이 달라졌다. 2017-18시즌 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가 1위, 지로나가 10위, 에스파뇰이 11위를 차지했다. 바르셀로나와 지로나가 2019년 3월 6일 열리는 4회 대회에서 격돌한다. 

▲ 차분하게 스페인 드림을 이루고 있는 백승호 ⓒ연합뉴스/PENTA PRESS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와 수페르코파 데 카탈루냐에 선발 출전할 예정이다. 양 팀 모두 주축 선수들이 나서진 않지만, 1군의 준주전급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나서 카탈루냐 축구의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백승호는 2017-18시즌 지로나 2군 팀 페랄라다-지로나B로 임대되어 선발 멤버로 34경기를 뛰며 1골을 넣었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페랄라다-지로나B에서 12경기에 나섰다.

지난 시즌부터 훈련은 지로나 1군 팀에서 해온 백승호는 올 시즌 후반기 들어 1군 경기에 본격 동행했다. 코파델레이에 3경기 출전했고, 라리가에도 2경기 출전했다.

코파델레이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팀의 신뢰를 확인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라리가에서 데뷔했고, 벤투호 코치진이 참관한 우에스카와 라리가 경기에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투입되어 45분을 뛰었다.

백승호의 연이은 출전 행보는 레알 마드리드과 라리가 경기부터 멈췄다. 지로나는 이 경기에서 깜짝 승리를 거뒀고, 레알 소시에다드와 비기며 강등권을 벗어나 15위로 뛰어올랐다. 우선 잔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여기에 부상을 당했던 몇몇 주전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뛸 기회가 줄어들었다. 

라요전에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잉글랜드 윙어 패트릭 로버츠가 소집됐다. 스페인 스포츠신문 문도 데포르티보는 "최근 몇 달간 1군 팀에 활기를 불어 넣던 백승호와 발레리가 빠지고, 카를라스 플라나스도 전술적 이유로 제외됐다. 골키퍼 야신 보노는 질병이 있다"며 라요전 명단에 이례적인 이유를 따로 설명하기도 했다. 

■ 1부 잔류 절실한 지로나의 상황, 백승호 외에 포로-발레리 등 어린 선수 모두 제외
■ 1군 5경기 뛴 백승호, 5경기 더 뛰면 2군 경기 병행 불가능 '라리가 규정'
■ 스페인 2부리그 승격 유력 팀-네덜란드 1부리그 팀, 백승호 최근 활약에 영입 관심

에우세비오 감독은 백승호 외에도 1999년생 유망주 페드로 포로와 발레리를 1군 경기에 꾸준히 투입했다. 포로는 올 시즌 라리가 22경기를 뛰었고, 발레리는 10경기에 나섰다. 많은 기회를 얻던 둘도 라요전 18인 명단에 들지 못했다.

포로와 발레리는 1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2군 경기를 뛰며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2군 팀의 프로 리그 참여가 가능한 스페인 프로축구는 1군 공식 경기를 10회 이상 뛴 선수가 2군 팀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 백승호에게 기회와 믿음을 주고 있는 에우세비오 지로나 감독 ⓒ지로나FC


백승호는 올 시즌 1군 경기를 5차례 소화했다. 코파델레이에서 생존했을 때는 선발 출전 기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백승호는 잔류가 절박한 지로나의 시즌 막판 라리가 경기에 충분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우세비오 감독은 백승호를 비롯한 지로나의 유망주들을 평가전 및 카탈루냐 지역 경기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레알 소시에다드전의 경우 백승호가 이미 평가전에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기 때문에 명단에 들 수 없었다. 

1군 소속으로 라리가 경기에 뛰더라도 현실적으로 주어질 수 있는 출전 시간은 교체로 들어간 10~20분 남짓이다. 에우세비오 감독은 백승호가 더 오랜 시간을 뛰며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승호의 명단 제외를 두고 스페인 현지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발레리와 백승호는 1군 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팀을 많이 도울 수 있는 선수"라며 입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지로나는 백승호가 1군 경기에 교체로 계속 나서 10경기 출전을 채울 경우 시즌 말미에 2군 경기에라도 출전시켜 감각을 유지시킬 수 없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백승호는 콜롬비아 풀백 요한 모히카가 부상을 입으면서 비유럽 쿼터 여유가 생겨 1군 데뷔 기회를 잡았다.  재활 중인 모히카가 시즌 마지막 일정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지로나는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1군에 등록시킨 것처럼 백승호도 정식 1군에 등록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2군 경기를 뛰게 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해줄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다. 

백승호의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늘어나고 바이아웃 금액도 상승해 향후 진로에 유동성이 떨어져 득이 될 부분이 없다. 백승호는 2017년 여름 지로나와 3년 계약을 맺었다. 2019년 여름이 되면 계약 만료가 1년 남는다. 

최근 활약으로 승격권에 있는 스페인 2부리그 팀과 네덜란드 1부리그 팀의 관심을 받은 백승호는 유럽 무대에서 안정적인 성장과 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 백승호의 목표는 스페인 라리가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냉정하고 묵묵히 미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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