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용수 감독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부잣집 도련님이 소년 가장이 됐네." 최용수 감독의 농담 같은 진담이지만 FC서울은 상황에 맞게 싸울 준비를 했다.

FC서울은 개막전부터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에서 포항스틸러스를 2-0으로 이겼다.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합격점을 줄만했다.

경기 전후 만난 최용수 감독은 솔직하고 현실적이며 재치 있었다. "부잣집 도련님이 소년 가장이 됐다"는 말은 이제 큰 투자 없이도 실리를 찾아야 하는 서울의 현실을 아프지만 정확히 짚은 말이 아닐까. 최 감독의 입담 속에서 2019시즌 서울의 현실 인식 그리고 시즌 운영의 실마리 엿볼 수 있었다.

◆ "우리가 안 무서운 팀이 어딨나. 도전자다."

경기 전 서울이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갈 정도로 부진했는데 '빅네임' 영입은 없었다. 더구나 외국인 선수 페시치와 오스마르가 출전 불가에, 윤주태, 김주성 등 출전 예상 선수들도 전열에서 이탈했다.

경기 전 선수들 이탈에 대해 묻자 최 감독은 "너무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다. 2019년 첫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베스트"라며 웃었다. 이어 "정말이다. 컨디션 관리, 훈련, 부상 방지 다 고려했다. 결과도 내면 최고"라고 호언장담했다.

역시나 농담 반 진담 반이다. 이내 "미팅을 하는데 살짝 부실하더라. (다리를 다소곳하게 모으고)이렇게 앉아 있더라. 주전 3,4명이 빠지긴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한 경기에 전부 보여줄 순 없다. 훈련했던 것만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할 일을 하자'고 말했다.

현실 인식은 냉정하다. 최 감독은 "우리가 포항보다 좀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안 무서운 팀이 어딨나. 우린 도전자"라고 단언했다. 굵직한 선수 영입이 없었고 지난해 부진도 있었으니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기 결과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길 것이다. 물러설 수 없다. 오늘 이 친구들이 한계까지 가보면 좋겠다. 항상 팀으로 수비, 공격을 한다. 오히려 기대가 된다."

▲ 슛을 시도하는 '젊은 피' 윤종규 ⓒ연합뉴스

◆ "끈끈한 분위기가 좋아졌다."

최 감독이 팀을 지도했던 2012~2016시즌까지 서울은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하는 팀이었다. 데얀, 몰리나, 하대성, 아드리아노, 박주영 등이 모두 서울을 대표하던 스타플레이어다. 씀씀이도 지금에 비해 컸고 그만큼 성적도 좋았다. K리그(2012)와 FA컵(2015)을 1회씩 우승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2013)도 1번 기록했다.

투자가 줄어든 서울의 선수단은 어려졌다. 선발 출전한 황현수(1995년생), 윤종규(1998년생)를 비롯해 김한길(1995년생), 조영욱(1999년생), 이인규(2000년생)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대거 포항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팀 내 단합은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FC서울의 문화, 내부 질서 등에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끈끈한 분위기는 정말 좋아졌다. 포지션 뿐 아니라 각 나이 대에 맞게 책임감이 생겼다." (최용수 감독)

경기 운영도 이제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팀 전체를 위해 움직인다. 최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평정심(이 중요하다). 뭔가 해야 한다, 보여줘야겠다 생각하면 위험하다. 동료가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베테랑이 된 수비수 고광민도 "개인보단 팀이 우선시하는 게 강해졌다. 똘똘 뭉치는 게 좋아졌다. 한 생각으로 움직이는 게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이름난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만큼 경쟁은 공정하게 벌어진다. 최 감독은 "지금 스타플레이어는 없다. 공정히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 선발 명단에는 적잖은 '의외의 선수'가 있었지만 결과를 냈다. 이제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면 다른 선수들 역시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른바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다. "원래 선발은 아니었다"던 황현수는 멀티 골로 포항전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나.

▲ 멀티 골 황현수(왼쪽 2번)의 첫 득점 ⓒ연합뉴스

◆ "상대를 압박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무기력한 경기가 문제였다. 지더라도 내용이 있어야 한다. 기초적인 것부터 잡았다. 압박의 타이밍이나 강도나 포지션이나 느슨했다. 첫 경기다 보니 조금 나왔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오늘 나간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새로 올 선수들도 있다. 공격적으로 훈련을 많이 했다. 슈팅도 크로스도 많이 나와야 한다. 상대가 볼을 잡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최용수 감독)

전술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역시 많이 뛰는 축구다. 공격수 박주영은 "저희가 하려는 축구는 '같이 하는 축구'다. 수비도, 공격도 같이 도와주면서 하자고 했다. 그런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이 즐겨쓰는 스리백을 기본으로 하지만 공격 할 땐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전진한다. 공을 빼앗긴 뒤엔 빠르게 재압박해 역습을 차단한다. 최 감독은 "1차 전지훈련부터 수비가 엉성하면 또 위기가 올 것이라고 봤다. 그때부터 수비 전술을 가다듬은 게 효과를 봤다. 아직 강팀이라고 하는 팀들과 맞대결이 남아 있다. 시험해봐야 한다. 아직 부족해보였고 불안했다"고 가능성과 보완점 모두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격 일변도 전술은 아니다. 윙백을 내려 파이브백 형태로 수비를 갖추고 역습을 펼치는 '실리'도 있다. 최 감독은 "우리 진영으로 상대가 넘어오면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오늘은 자주 나오지 않았지만 역습에 대한 반복 훈련을 했다. 상대 원톱 한 명에 수비수 3명이 기다릴 필요는 없다. 수비수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몸값이 높은 만큼 선수들의 기량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출을 줄인 서울이 과거와 다른 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최 감독은 "난 이런 게 재밌더라.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며 즐기고 있다. 서울의 2019시즌은 도전과 모험이 새로운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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