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의 이임생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2019시즌을 앞두고 가장 실망스러운 이적시장을 보낸 팀은 단연 수원 삼성일 것이다. 주축 선수를 여럿 팔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영입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을 2013시즌부터 이끌며 리그 준우승 2회, FA컵 우승을 이끈 서정원 감독이 떠났고, 이임생 신임 감독이 선임됐다. 아무도 만족할 수 없는 프리시즌의 시작이었다. 

◆차분한 취임식, '빅네임 영입 없을 수원' 공표

이임생 감독은 지난 1월 3일 경기도 화성 소재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게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목표는 "ACL에 도전하고 싶다. 이후에 목적을 설정하고 싶다. 팀을 운영하면 목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목표는 ACL이다. 선수와 최선을 다하겠다. 수비를 안정감 있게 하고 빠르고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공허한 한 마디였다. 으레 감독들은 기자회견이든, 전화 통화든, 새 시즌이 시작하는 미디어데이서도 누구도 "수비 축구를 한다"고 하지 않는다. 백이면 백 "공격 축구를 한다고" 하지. 

선수 영입은 하지 않고, 신예 선수만 대거 '콜업'했다. 주승진 유스 총괄디렉터를 1군 코치로 임명한 것이 신예 선수가 2019시즌 대거 기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인사였다. 

이임생 감독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미 구단에서는 나름의 한 해의 예산 기준이 있다. 구단의 고충을 저에게 설명했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동의했다. 가능하면 기존의 선수와 가고 싶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구단의 1년 예산과 수원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한다. 데얀이나 염기훈처럼 노장도 함께 가고 있다. 구단과 맞춰서 의논해서 가고 있는 중이다"며 차가운 현실을 솔직하게 말했다. 

주승진 코치 역시 "그런 부분(신인 선수 적응)에 있어서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수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수급하는 건 원만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감독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제가 (감독과 신인 선수의) 가교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향이며, 현재 멘털 상태는 어떤지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능력을) 끌어 올리려 한다"고 밝혔다. 

▲ 지난 1월 취임식에서 "공격 축구"를 선언한 이임생 감독(가운데) ⓒ임창만 기자

◆공허한 말이 아닌 '진짜 공격 축구'

수원은 결국 김다솔, 고명석, 구대영, 타가트 수혈로 영입 시장을 끝냈다. 2019시즌 K리그 우승 후보 울산 현대와 K리그 개막전을 치렀다. 선발진은 다소 놀라움을 자아냈다. U-22룰 넘어 파격 기용이었다. 매탄고에서 올해 콜업된 수비수 김태환을 센터백으로, 신예 송진규를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출전 시켰다.

개막전이며 원정에 상대가 울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뭇 파격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간 스리백을 고수한 수원을 생각하면 염기훈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올린 4-4-2 역시 생소했다.

물론 영입생 구대영이 페널티킥을 내줬고, 송진규는 전반이 끝나고 교체, 수비수 김태환은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실점 이후 4-2-4 포메이션으로 수정하고 전세진과 염기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돌격 앞으로'를 외친 건 사뭇 이임생 감독의 면모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결단이었다. 지고 있을 때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잇달아 기용하는 K리그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 프로라면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래도 성적이…

개막전 이후로 이임생 감독을 응원하는 수원 팬들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울산 원정에서 1-2로 졌어도 '재밌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점이 그렇다. 이임생 감독이 경기를 지고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수원 팬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승점 3점을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는데, 내가 부족해서 아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자의든 타이든 수원은 어린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임생 감독은 신예들의 울산전 기용에 대해서 "김태환, 송진규, 구대영은 K리그1 첫 출전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긴장을 한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구대영은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예 선수들을 계속해서 기용하겠다는 긍정적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재밌는 축구도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원은 울산과 개막전 이후 전북 현대와 홈개막전을 치른다. 빡빡한 일정이다. 이 고비를 넘기면 성남FC, 인천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 강원FC전이 이어진다. 

홈에서도 이임생표 '돌격 앞으로'가 이어질까.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되든 '그랑블루'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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