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시즌 전 LA 다저스는 도박사들이 집계한 2015 월드시리즈 우승 배당률에서 가장 적은 배당(7.5대 1)을 받으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실제로 6일(이하 한국 시간)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블론 세이브가 2위다. 시즌 초 전망과 달리 다가오는 포스트시즌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다저스는 지난 3일(이하 한국 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7-10으로 역전패했다. 5회부터 가동된 불펜진이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날 경기에서 추가된 다저스의 블론 세이브는 21개가 됐다. 1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2개)와 한 개 차이로 메이저리그 공동 2위다.

다저스와 함께 최다 블론 세이브 2위인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다. 이미 다음 시즌을 기약한 두 팀의 상황은 월드시리즈를 노리는 다저스(승률 0.567)와 다르다. 시애틀(0.474)과 오클랜드(0.430)는 나란히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 5위다.

WPA는팀 승리에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하는 승리 기여 비율을 나타낸다. WAR과 유사하지만 다르다. WAR은 특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플레이를 중립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것으로 취급하는 반면, WPA는 특정 상황에서 가중치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10점 차 리드에서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처리한 투수와 한 점 차 실점 위기에서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올린 투수의 공헌도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WPA는 불펜 투수의 지표를 측정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WPA에서 올 시즌 다저스 불펜의 문제가 드러난다. 다저스 불펜의 2015년 시즌 WPA는 -3.78로 리그 전체 오클랜드(-8.00), 애틀랜타(-5.01)에 이어 3번째로 나쁘다. 이 부문 상위 세 팀 캔자스시티 로열스(9.5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8.9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7.66)는 물론 승률이 비슷한 상위권 팀인 뉴욕 양키스(6.95)와 차이가 현격하다.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41)와 차이 역시 크다.

문제는 무엇일까. 마무리는 아니다. 30번 세이브 기회에서 28번을 성공한 켄리 잰슨이 버티고 있다. 잰슨의 WHIP(이닝 당 출루 수)는 0.71로 메이저리그 전체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적다. 잰슨의 뒤를 웨이드 데이비스(0.82, 캔자스시티), 앤드류 밀러(0.83, 뉴욕 양키스)가 잇는 형국이다.

그러나 마무리 뿐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앞서 언급했던 다저스 불펜의 WPA는 -3.78이다. 이 가운데 잰슨의 WPA가 1.56이다. 잰슨과 함께 WPA가 0이 넘는 선수는 파코 로드리게스(0.54), 호엘 페랄타(0.05) 뿐이다. 후안 니카시오(-0.11)부터 이미 가르시아(-1.79)까지 약 10명의 투수의 WPA가 음수 값이다. 다시 말해 불펜진이 승리 확률을 낮췄다는 뜻이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다저스 불펜의 문제는 잰슨 앞에 이어지는 과정이다. 다저스가 9회 리드 했을 때, 즉 잰슨이 주로 등판했을 때 승률은 0.944(68승 4패)다. 그러나 이 승률은 경기 상황이 앞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8회 리드 때엔 0.887(63승 8패), 7회엔 0.857(60승 10패), 6회엔 0.841(53승 10패)이다.

물론 앞선 이닝일수록 승률이 낮아진다. 그러나 불펜이 탄탄한 팀은 이닝별 리드 때 승률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 2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리드 때 이닝별 승률이 6회부터 모두 9할을 넘는다.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7회를 리드했을 때부터 9할대 승률을 유지한다.

정규 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은 투수진이 중요하다. 다저스 투수진의 상황으로는 밝은 전망을 내놓기 힘들다.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 선발진은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브렛 앤더슨-마이크 볼싱어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커쇼와 그레인키에 비해 이후 선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당장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뉴욕 메츠 선발진(바톨론 콜론-맷 하비-제이콥 디그롬-노아 신더가드-존 니스)과 비교하면 3선발 이후 투구력에서 메츠가 우위를 점한다. 불펜 역시 다르지 않다. 메츠 불펜 WPA는 2.37이다. 

불펜 강화에 미온적이었던 결과다. 지난해 다저스의 약점 역시 불펜이었다. J.P 하웰, 잰슨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없었다. 2013년 역시 불펜은 불안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신임 사장은 다저스에 부임하면서 투수진 강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FA 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는 앤드류 밀러(양키스), 데이비드 로버트슨(시카고 화이트삭스)이 아닌 '선발 자원' 브랜든 맥카시와 앤더슨이었다. 맥카시는 3선발 류현진과 함께 시즌 아웃되면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 팀들이 '다저스 Top 3 유망주'인 훌리오 유리아스, 코리 시거, 작 피더슨의 이름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저스는 카드 맞추기에 실패하면서 특급 불펜 영입에 실패했고 맷 레이토스, 알렉스 우드, 짐 존슨 등을 영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세 투수 모두 다저스에서 성적이 나빠졌다. 특히 애틀랜타에서 평균자책점 2.23의 수준급 불펜 투수였던 존슨은 다저스 이적 후 13.91의 평균자책점으로 가장 불안한 투수가 됐다.

물론 단기전 특성상 투수진 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경험 많은 우드와 레이토스가 불펜에 합류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선 우드, 레이토스에 볼싱어까지 불펜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급 원투 펀치'를 보유한 다저스. 성공적인 포스트시즌을 위해선 남은 경기에서 불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진] 돈 매팅리, 짐 존슨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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