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박병호(33·키움)는 4월 6일 광주 KIA전 두 번째 타석부터 4월 10일 고척 kt전 마지막 타석까지 13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기록과 타이였다.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박병호의 위압감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쳐서 나간 것이 아니라, 사실상 상대가 승부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박병호는 6일 3개, 9일 4개, 10일 2개까지 총 9개의 볼넷을 골랐다. 6일부터 10일까지 3경기에서 타수는 고작 세 번이었다. 그것마저도 모두 안타였지만, 말 그대로 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 해설위원은 “박병호가 왜 리그 최고의 선수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상대 유인구 승부에 전혀 말려들지 않고 순리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는 것이다. 대개 타자들은 쳐서 나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박병호와 같은 거포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상대 배터리의 방향을 간파하고 무리하지 않았다. 13타석이나 연속으로 출루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 배터리의 두려움을 역이용하는 노련함도 돋보인다. 박병호는 올해 무주자시 27타석에서 4개(14.8%)의 볼넷을 기록했다. 반대로 주자가 있을 때는 38타석에서 볼넷이 12개(31.6%)에 이른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지난해 유주자시 볼넷 비율(17.3%)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상대 배터리는 여전히 박병호를 두려워한다. 철저하게 까다로운 승부를 한다. 특히 1루가 비었거나 위기 상황에서 더 그렇다. 큰 것을 맞는 바에는 볼넷을 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박병호의 인내심도 대단하다. 이에 동요하지 않고 있다.
타격감을 살리기 어려운 여건이기는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타율은 3할2푼6리로 나쁘지 않다. 타율이 전년대비 3푼이나 떨어진 리그 상황(2018년 0.286→2019년 0.255)을 생각하면 지난해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장타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는 홈런을 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연관이 있다. 기량만 유지하면 시간이 가면서 해결될 문제다.
그런 박병호는 고의4구를 포함, 시즌 15경기에서 16개의 볼넷을 골랐다. 경기당 1개가 넘는다. 시즌 144볼넷 페이스다. KBO 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70개 이상의 볼넷을 기록한 선수 중 볼넷 개수가 경기보다 많은 사례는 딱 한 번 있었다.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다. 호세는 117경기에서 127개의 볼넷을 골랐다. 워낙 강력한 타자라 차라리 피해가는 게 낫다는 의식이 팽배할 때였다. 당시 호세가 기록한 5할3리의 출루율은 여전히 역대 기록으로 남아있다.
시즌 초반이나 박병호의 출루율은 5할8리에 이른다. 장타율의 저하를 출루율이 상쇄하면서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도 1.119로 나쁘지 않다. 박병호를 상대하는 나머지 구단들의 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병호의 올해 볼넷 개수와 최종 출루율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잦은 볼넷 속에 타격감 유지, 그리고 이 볼넷을 이용하는 키움의 전략 또한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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