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포수 나종덕은 올 시즌 '앉아쏴'를 장착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건일 기자] 조인성 현 두산 2군 배터리 코치는 현역 시절 도루 잡는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조 코치는 다른 포수들과 달리 앉은 채로 공을 쐈다. 앉아서 공을 던지면 일어서는 과정이 없어 공이 베이스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른바 '앉아쏴'. 어깨가 강한 포수들만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어깨 좋은 포수들이 종종 보여 줬으나 KBO리그에선 조 코치의 특허와 같았다.

지난 15일 사직에서 1루 주자였던 LG 정주현이 1루에서 2루로 달렸다. 그런데 공을 잡은 롯데 포수 나종덕이 앉은 채 공을 쐈다. 공은 빠르고 정확히 날아가면서 정주현보다 먼저 2루 베이스에 도달했다. 조 코치가 현역 시절 보여 줬던 '앉아쏴'였다.

이후 나종덕은 계속해서 '앉아서' 주자들을 저격하고 있다. 박준태(KIA), 이형종, 오지환(이상 LG)이 나종덕의 앉아쏴에 당했다. 지난 25일 오지환이 뛰었을 땐 시속 129km로 느린 변화구였는데도 도루를 저지했다.

나종덕은 "갑자기 하게 된 건 아니다. 캠프 때부터 최기문 배터리 코치와 함께 앉은 채 캐치볼을 하면서 연습했다"며 "결과가 좋으니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나종덕은 마산용마고 시절부터 어깨만큼은 KBO리그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질적인 데뷔 시즌인 지난해에도 548⅓ 이닝 동안 도루저지율 32.2%를 기록했다. '앉아쏴'를 장착한 올 시즌엔 11차례 도루를 막아 세우면서 도루 저지율이 44%로 훌쩍 뛰었다. 10회 이상 도루 저지를 기록한 포수 가운데 리그 1위다. 김준태(18회 성공/2회 저지), 안중열(8회 성공/1회 저지) 등 팀 내 포수 중에선 도루 저지율이 월등하다. 투수력과 내야 수비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롯데에 나종덕의 어깨는 큰 힘이다.

여전히 1할 대에 머물고 있는 타격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롯데 코칭스태프는 블로킹과 투수 리드만큼은 합격점을 주고 있다. 올 시즌 포수 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양상문 감독은 "당분간 나종덕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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