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포스트 시즌은 정규 시즌과 다르다. 가을은 화려한 묘기 수비보다 잔 실수 없는 안정적인 플레이가 더 중요한 계절이다. KBO 역사상 첫 와일드카드 시리즈였던 7일 SK-넥센전은 이 같은 야구계의 격언을 실제 증명해 준 경기였다.

넥센 히어로즈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SK를 5-4로 이기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 2개가 자칫 승패의 주인공을 바꿔 놓을 수 있었다. 가을 야구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결국 이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것도 SK 내야진의 끝내기 수비 실책에서 나왔다. 내년을 기약하는 SK나 플레이오프에 대비해야 하는 넥센 모두 귀중한 경험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얻었다.

넥센은 1-1로 팽팽히 맞선 5회 박정권과 김성현에게 각각 2루타와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2사 3루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나주환은 좌익수 오른쪽으로 타구를 띄워 보냈다.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짧은 타구였기에 한번에 잡기에는 다소 무리였으나 좌익수 박헌도는 과감하게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글러브는 타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공은 뒤로 빠지고 펜스까지 굴러갔다. 단타로 막을 수 있었던 타구가 3루타로 바뀌었다.

이후 유격수 김하성의 실책까지 나왔다. 중견수 이택근으로부터 공을 받기 위해 중계 플레이에 나선 김하성은 공을 잡자마자 3루를 향하던 나주환을 잡기 위해 송구했다. 그러나 김하성의 3루 송구는 나주환의 발을 맞고 3루 쪽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타자주자 나주환은 결국 홈까지 밟았고 백중세였던 경기는 순식간에 1-3으로 벌어졌다.

7회 2점을 뽑아 3-3으로 균형을 이룬 11회초에도 넥센은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조상우에 이어 등판한 한현희는 2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최정 타석 때 포수 박동원의 실수가 화를 불렀다. 볼카운트 1-0에 던진 한현희의 공을 박동원이 뒤로 빠뜨려 3루 주자 나주환이 홈을 밟았다. 최정이 헛스윙하기는 했으나 제대로 들어온 공이어서 아쉬운 패스트볼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11회말 2사 만루에서도 '가을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나타났다. 넥센 윤석민은 교체된 투수 박정배의 5구째를 건드렸다.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투수를 삼각형으로 그 가운데 높이 떴다. 그러나 뒤로 물러난 수비를 하고 있던 유격수 김성현은 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공이 SK 내야진 위로 뜬 사이 3루 주자 브래드 스나이더가 홈을 밟은 상태였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 위원은 이 수비에 대해 "김성현이 달려와서 잡기는 매우  어려운 타구였다. 공이 뜬 높이가 애매했다. 김성현이 달려오면서 글러브를 손바닥이 보이게 해서 잡으려 했는데 설령 잡았다 해도 반발력 때문에 튕겨 나갈 가능성이 컸다. 만약 2루수가 이 공을 잡았더라면 안전하게 뜬공을 처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큰 경기에서는 작은 수비 실책 하나가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투수와 야수는 경기 후반에 이르면 긴장감이 극도로 높은 상황을 몇 분, 몇 십분을 견뎌야 한다. 깔끔한 수비로 차곡차곡 아웃 카운트를 채워 나가는 건 경기의 중요성이 주는 중압감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와일드카드 1차전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가을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상] 7일 스포츠 캐스트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김용국

[사진] 김성현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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