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지난해 포스트시즌 8경기 타율 0.433 2홈런 6타점으로 화력을 뽐냈던 남자. 그래서 전 소속팀 방출 후 곧바로 새 팀을 찾을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뒤로 하고 시간이 갈수록 살아나던 외국인 타자는 다시 '가을 전어' 같은 본능을 뽐냈다.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3)는 상대팀 최고 좌완 계투의 결정구를 동점타로 연결해 2년 연속 '가을 사나이'로 활약했다.

스나이더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SK 와이번스전에서 6회말 박헌도와 교체돼 대타로 출장한 뒤 3타수 2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3-4로 끌려가던 연장 11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필승 좌완 정우람의 초구를 날카롭게 당겨 동점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기록했다. 분위기를 대번에 넥센으로 이끈 스나이더의 결정타. 그리고 넥센은 후속 타자 윤석민의 내야 뜬공 때 상대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으로 5-4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스나이더는 사상 첫 와일드카드 MVP로 우뚝 섰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맹타에 힘입어 '재취업'했고 시범경기에서도 홈런쇼로 강정호(피츠버그) 이적 공백을 메울 가장 유력한 선수로 지목 받았던 스나이더. 그러나 시즌 개막 후 3~4월 17경기 타율 0.184 홈런 없이 8타점에 그치며 퓨처스리그에도 다녀왔다. 가장 유력한 퇴출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스나이더였으나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넥센 코칭 스태프는 그를 믿고 기다렸다. 시즌 최종 성적은 113경기 타율 0.281 26홈런 71타점. 9월부터 페이스가 떨어져 타율이 급락하기는 했으나 나쁘지 않은 성적표였다.

그리고 다시 맞은 가을 야구. 스나이더는 일단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SK 선발이 좌완 김광현인 만큼 오른손 타자 박헌도에게 선발 출장을 양보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에 대해 “윤석민과 함께 이번 경기 타선의 히든카드”라고 지목했고 6회말 대타로 출장해 우전 안타로 정확한 스윙을 보여 줬다.

두 번째 타석이던 8회말 2사에서는 서서 삼진으로 일축당한 스나이더. 그러나 연장에서 스나이더는 다시 빛났다. 정우람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을 낮게 걸쳐서 들어왔으나 스나이더는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려 동점 2루타로 연결했다. '가을 DNA'는 살아 있었다.

정우람의 공은 제구가 매우 잘됐다. 구속은 134km로 빠르지 않았으나 타자 몸 쪽을 향해 낮게 깔린 공이었다. 노리고 치지 않는 한 타자가 안타 또는 홈런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코스였다. 스피드만 빠르지 않았을 뿐 코스와 제구가 완벽했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이를 제대로 노려 적극적인 스윙으로 동점 2루타를 만들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맹활약에 대해 “콘택트렌즈를 바꾼 것이 대단한 효과였는가”라며 질문한 바 있다. 그러자 스나이더는 “콘택트렌즈를 바꾼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큰 변화였다. 포스트시즌 시작과 함께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활약할 무대는 바로 포스트시즌'이라고 생각했고 그 게 주효했다. 올해도 꼭 그렇게 팀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답했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스나이더의 방망이가 불타고 있다.

[영상] 정우람의 포심을 공략한 스나이더 동점타 ⓒ 영상편집 김용국.

[사진] 브래드 스나이더 ⓒ 목동,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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