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준 새로운 '공룡좌'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저는 처음 온 사람이다. 기존에 공룡 옷을 입으시던 분이 오늘 못 오신다고 하더라. 제가 대신해서 왔다."

강원FC와 FC서울은 6일 밤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강원은 승점 28점으로 5위를 유지했다.

피치 위에서 강원이 펼치는 뛰어난 경기력만큼 관심을 끄는 존재가 관중석에도 있다. 바로 공룡 인형을 뒤집어쓴 한 팬. 최근엔 ‘공룡좌’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5월부터 강원의 응원석에 점차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6월 23일 강원이 포항스틸러스에 0-4로 뒤지다가 5-4로 역전하는 '기적적인 승리'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강원의 홈 유니폼 색과 같은 주황색 공룡 인형은 강원 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서울과 강원의 맞대결에도 어김없이 '공룡좌'가 등장했다. 강원 팬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제 원정석의 명물이 된 '공룡좌'와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고생한다며 선뜻 음료수를 건네는 팬더 있었다. 공룡은 대체 왜 강원의 경기마다 등장하는 것일까.

▲ 강원 팬들은 공룡좌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하프타임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공룡 인형 안에서 "저는 처음 온 사람이다. 기존에 공룡 옷을 입으시던 분이 오늘 못 오신다고 하더라. 제가 대신해서 왔다"고 손사레를 치다. 전국에 방송된 중계 화면에서 포항전 기적의 역전승에 춤을 추던 '공룡'과 다른 인물이라는 것. 공룡 의상은 이미 가지고 있었고 서울전에서 처음 공룡으로 관중석을 지킨 것이다.

"강원이 고향이다. 관심을 쭉 가지고 있었지만 매 경기를 챙겨보게 된 것은 5,6년 정도 됐다"는 이 팬은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유는 자신이 '원조'가 아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공룡'은 "이름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나보다 먼저 공룡 의상을 입으신 분이 있지 않은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다. 2마리의 공룡을 볼 수도 있을까? 이 팬은 “기대하고 있다”며 2마리 공룡을 강원의 응원석 출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 기온은 섭씨 36도를 기록했다. 폭염 경보가 내린 뒤였다. 경기가 열리는 시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기온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인형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명 비닐 창에는 땀과 열기 때문에 뿌연 김이 서렸다. 하지만 이 팬은 "골이 들어가니까 시원하다. 골을 줬을 땐 좀 덥더라"며 당차게 말했다.

최근 강원의 축구는 '공룡좌'의 응원에 보답할 만하다. 이날 경기에도 원정으로 벌어졌지만 강원은 짧은 패스, 긴 패스를 섞어가며 서울을 공략했다. 그리고 전반 추가 시간과 후반 12분 김지현의 연속 골은 '잘 만들어진' 득점이었다. 김병수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강원은 차근차근 경기력을 보강하며 승점까지 쌓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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