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룩스 레일리가 지난 5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척, 김건일 기자] 2루로 유격수 송구 실책이 나왔다. 3루가 비었다. 3루로 2루수 송구 실책이 나왔다. 모두 한 타자에게서 나온 상황. 안타로 출루한 김하성은 홈으로 '걸어서' 들어왔다.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31)의 첫 번째 자책점은 홈런을 맞지 않았는데 한 타자를 상대로 올라갔다.

4회엔 포수가 2루로 송구했는데 2루 주자가 3루로 달렸고 후속타에 홈을 밟았다. 6회엔 폭투에 주자가 1, 2루에서 2, 3루로 진루했고 짧은 안타에 모두 득점했다. 6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레일리는 5⅓이닝 동안 6실점 6자책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3.42에서 3.75로 치솟았다.

레일리는 윽박지르기보다 까다로운 투구 폼을 활용해 타자를 맞춰잡는 투수다.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타자를 잡는 무기다. 레일리의 독특한 투구 폼에서 날아오는 궤적에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기가 어렵다. 레일리는 지난해 땅볼/뜬공 비율이 1.91이었고 올 시즌 역시 18경기에서 1.59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6일 경기처럼 내야로 공을 굴려도 처리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 올 시즌 롯데 내야진의 실책은 45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다. 더 큰 문제는 병살처리율이 32.9%로 리그 최하위다. 1위 삼성(46.6%)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게다가 포수 도움도 안 따른다. 18경기에서 레일리의 폭투는 7개. 지난 시즌 4개였는데 올 시즌 전반기에 절반이 넘었다.

득점 지원마저 단 4.58점에 그치고 있다. 리그 선발투수 중 8번째로 적다. 수비 도움이든 공격 도움이든 투구 수를 줄일만한 조건이 없다. 오히려 실책과 폭투 등으로 투구 수가 늘어날 조건이다.

▲ 2017년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브룩스 레일리와 조시 린드블럼

레일리는 올 시즌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단 4승에 그치고 있다. 리그 외국인 투수 중 아래에서 두 번째다. 패배는 7차례. 144경기로 환산하면 7승 12패 페이스다. 재계약은 어려운 성적표다.

하지만 레일리는 2015년 롯데에 합류한 뒤로 4시즌 모두 30경기를 넘겼다. 잔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는 뜻이다. 올 시즌 역시 롯데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18경기를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14위.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에선 10위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3.80으로 12위로 올라간다. 퀄리티스타트는 11회로 SK 에이스 앙헬 산체스와 같다. 레일리보다 퀄리티스타트가 많은 선수는 단 7명.

레일리는 오른손 타자에게 고전한 지난해 팔각도를 조절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매 시즌 스스로 고민했고 발전을 모색했다. 올 시즌엔 슬라이더 구속이 지난해보다 3km 넘게 빨라지면서 경쟁력이 생겼다. 여전히 왼손 타자보다 오른손 타자에게 약하지만 지난해 0.308이었던 피안타율을 0.286으로 낮췄다. 9이닝당 홈런도 1.21개에서 0.58개로 크게 줄었다.

레일리에 대해 한 타자는 "레일리가 오른손 타자에게 약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상대해 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제구가 좋고 구종이 다양해서 치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레일리는 수비 실책이나 구원진이 승리를 날리는 일이 있어도 불만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격려한다. 지난 5년 동안 한결같았다. 최근 여러 외국인 투수들이 억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2015년부터 3시즌 동안 롯데에서 레일리와 함께 롯데에서 뛰었던 조시 린드블럼은 두산으로 이적한 뒤 평균자책점이 1점, 올 시즌엔 2점이나 줄었다. 잠실과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는 두산 내야진을 등에 업은 결과다.

한 관계자는 "레일리는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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