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진영이 28일 수원 LG전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1999년 5월 10일, 군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1차 지명의 영광까지 안은 기대주가 고향 군산 월명구장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쌍방울 외야수 이진영은 그렇게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20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마지막 쌍방울 선수'라는 수식어를, 또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명언과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남기고 28일 은퇴식을 갖는다. 

▲ 이진영.
◆ 마지막 돌격대

1990년 창단한 제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는 IMF 사태 후 경영 위기를 겪게 된다. 선수를 내주고 운영비를 충당하는 팀에 신인 선수는 사치였다. 1999년에는 지명한 신인 가운데 단 1명만 계약을 맺었다. 군산상고 출신의 강속구 투수 이진영. '마지막 돌격대'는 이렇게 프로야구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진영은 입단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타자로 진로를 정했다. 쌍방울이 1999년 시즌을 끝으로 해체되면서 이진영의 돌격대 시절도 1년으로 끝이 났다. 신인 이진영은 65경기에서 타율 0.258과 4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SK로 팀을 옮긴 뒤에는 9년 동안 뛰면서 '와이번스 왕조'의 기틀을 닦고 정상을 누렸다.

SK에서 영광의 시절을 함께 한 선배 중에는 쌍방울에서부터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있다. 김원형 코치(현 두산), 박경완 코치(현 SK) 등이 이진영과 쌍방울에서 만나 SK까지 함께 했다. 김원형 코치는 2011년을 끝으로, 박경완 코치는 2014년을 끝으로 은퇴해 이진영은 4년 동안 '마지막 돌격대'라는 수식어를 가질 수 있었다.  

▲ 이진영.
◆ 국민 우익수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평생 갈 별명을 얻었다. 3월 3일 아시아라운드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2루타가 될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았다. 0-2로 끌려가던 4회말 2사 만루에서 나온 극적인 호수비, 한국은 이 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진영의 수비가 없었다면 한국의 WBC 드라마도 없었다. 

LG 류중일 감독은 당시 수비코치로 대표팀에 몸담았다. 그는 아직도 10년도 더 지난 그때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원래는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가 김인식 감독님이 원위치로 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타구가 시프트한 그 자리로 갔다. 덕분에 다이빙캐치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진영에게도 '인생 경기'로 남았다. 그는 지난해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고 "WBC 대회에서 다이빙캐치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경기는 나한테도 강렬했던 경기였다"고 답했다.

▲ 이진영.
◆ 충격의 이적 후 

2009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FA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쌍방울-SK 때와 달리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 LG와 4년 FA 계약을 체결하며 '로열티'를 자랑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경험했다. 

이진영은 2015년 103경기에서 타율 0.256의 부진에 빠졌다. 그의 나이 35살. 커리어 황혼기기 시작될 시기이기는 했지만 LG에서 맺은 FA 계약이 1년 남은 시점이라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 제외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LG는 과감히 이진영을 40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했다.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가 3억원에 '국가대표 우익수'를 데려왔다. 

이진영은 이적 후 첫 시즌인 2016년 타율 0.325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14홈런 이후 7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달성하기도 했다. kt와 2년 FA 계약을 맺은 뒤 2017년에는 6월 16일 수원 한화전에서 2000경기와 2000안타를 동시에 달성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18년에도 타율 0.318로 천부적인 감각을 뽐냈다. 

▲ 이진영.
◆ 야구는 잘 하는 사람이 잘해 

SK 시절 '불타는 그라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후배 박재상에게 했던 말이 이제는 야구 팬들 모두가 아는 명언이 됐다. 이진영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야잘잘’이라는 단어 하나에 야구 철학이 다 함축돼 있었던 것 같다. 프로야구 선수 정도 되면 기량은 거의 똑같다. 그 기량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아서 얘기했던 거였다. '야구는 잘 생긴 사람이 잘해', 그건 아니지 않나. 잘 생긴 사람이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야구는 잘 하는 사람들이 잘 하게 돼 있다."

한편 이진영은 20년간 선수로 뛰며 통산 21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 169홈런, 979타점을 기록했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동시에 2019 프리미어12를 준비하는 국가대표팀 전력분석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kt는 이진영 은퇴식에서 사인회, 헌정 영상 상영, 기념 사인볼 증정 등 행사를 벌인다. 이진영의 아들 예준 군과 딸 채슬 양이 각각 시구·시타를 맡고, 이진영은 시포를 한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