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MBC 김태호 PD.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1년이 훌쩍 넘는 긴 휴식 끝에 돌아온 MBC 김태호PD는 '놀면 뭐하니'를 내놨습니다. 입버릇처럼 "놀면 뭐하니"라고 하는 유재석의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따왔다 합니다. 이젠 레전드 예능이 되어버린 '무한도전'을 뒤로 한 복귀가 부담이었던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고 편하게 무언가 해 보자는 마음도 함께 담았습니다.

스케줄 없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유재석에게 "놀면 뭐하냐"며 건넨 카메라에 담긴 이야기는 제작진 없이 카메라가 담아온 이야기, '릴레이 카메라'로 첫발을 뗐습니다. 그 카메라가 사람 사이를 돌고 돌아 담아온 이야기는 유튜브로 먼저 선보인 '놀면 뭐하니' 클립이 됐고, 0회가 되어 전파를 탔으며 결국 정규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시작이 됐습니다. 

제목처럼 허허실실 시작했지만, 그에 담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13년간 토요일 저녁을 지켜 온 '무한도전'을 마무리하며 김태호 PD를 아쉽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그 무한한 확장성을 손도 대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매회가 특집이었던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이자 탄탄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토크쇼, 추격전, 콩트, 시트콤, 관찰예능, 리얼리티쇼이기도 했죠. '무한도전'을 허브로 여러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면 그 생명력이 지금까지 이어졌을 지 모릅니다.

김태호 PD는 유재석과 다시 의기투합한 '놀면 뭐하니'를 통해 그 아쉬움을 풀어놓는 듯합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놀면 뭐하니' 간담회의 여러 이야기 중 기자의 귀를 가장 쫑긋하게 한 단어는 '플랫폼'이었습니다. '놀면 뭐하니'는 '카메라에 담긴 리얼하고도 즉흥적인 진짜배기 이야기'라는 대전제 외에 어떤 것이라도 담을 수 있습니다. 김태호PD는 '놀면 뭐하니'를 두고 "리얼한 카메라 안으로 프로그램을 넣으려 했다. '무한도전'처럼 10년 이상 하겠다는 건 아니고 하나의 플랫폼처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유튜브와 TV채널을 통해 같고도 다른 콘텐츠를 공개하며 형식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TV의 문법에 맞게 편집된 정규 방송 외에 소소한 이야기들을 유튜브로 달리 가공해 공개하며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놀면 뭐하니'의 주 타깃이 시간맞춰 TV 앞에 앉는 시청자가 아니란 걸 감안하면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입니다. 동시에 프로그램이 시청률이란 한가지 잣대로 평가받지 않고 다채롭게 평가받을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확장 가능성은 내용 면에서도 돋보입니다. 사실 '놀면 뭐하니'는 카메라 외엔 어떤 포맷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유재석에게서 출발한 카메라가 다른 이에게 넘어가고 또 넘어가며 담기는 이야기 '릴레이 카메라'는 '놀면 뭐하니'를 시작하는 단초이자 이제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준비 단계라죠. 끝이 아닙니다.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 속 프로그램 '조의 아파트'와 '대한민국 라이브'가 시청자와 만납니다.

바퀴벌레가 드글드글한 독신남 아파트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영화에서 제목을 딴 '조의 아파트'는 말 그대로 '조세호의 아파트'입니다. 조세호의 아파트에 모인 유재석과 출연진들이 영상을 보며 주고받는 대화, 자연스런 리액션을 담아냈습니다. 이는 조세호의 아파트를 녹화 세트처럼 쓰는 또다른 리얼 버라이어티가 됩니다. 집주인 조세호도 집만 빌려주고 안 나올 수 있을 만큼 분위기도 자유분방합니다. "유대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스튜디오 버라이어티보다 쫀쫀한 재미를 만든 것 같다"는 게 김태호 PD의 자평입니다. 

나를 찍고 친구를 찍고 지인을 찍던 '릴레이 카메라'의 방향을 우리 주변까지 넓혀본 또 다른 이야기는 '대한민국 라이브'로 만들어집니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각기 카메라를 들고 부산과 공주 등 전국 각지를 다니다 포착돼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김태호 PD는 "대한민국의 교통수단을 새벽부터 밤까지 짚어봤다. 편집하며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릴레이 카메라'든 '조의 아파트'든 '대한민국 라이브'든 또 다른 코너 속의 코너든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개별 프로그램으로 독립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방송한 ' 놀면 뭐하니'의 정규 1회 방송의 시청률은 4.6%였습니다.(닐슨코리아 가구시청률 전국기준). 토요일 저녁 시간대 주저앉아버린 전체 지상파 시청률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확장 또 확장을 향해 가는 '놀면 뭐하니'의 힘을 단순 시청률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의 기시감이 있긴 하지만, 그 저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기엔 부족함 없는 시작이었다 생각합니다.

확장형 버라이어티를 향한 새로운 플랫폼 '놀면 뭐하니'는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진정한 '무한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의 성공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한다는 의미도 큽니다. 꼬리가 꼬리를 물듯 재미가 재미를 물며 탄생하는 예능의 신세계가 열릴지 기대가 더 커집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MBC 김태호 PD. 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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