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자'의 김주환 감독.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2017년 565만 관객을 모은 '청년경찰' 이후 2년, 김주환 감독이 영화 '사자'(제작 키이스트·공동제작 세븐오식스)로 돌아왔다.

박서준을 한국형 퇴마 액션 히어로로 내세운 '사자'는 여름 극장가의 가장 도전적인 기획이다. 아버지를 잃고 신을 외면했던 주인공 용후가 성흔을 깨닫고 악과 맞서 가는 과정을 그렸다. 100억대 다크 판타지 액션도 신선하지만, '사제', '사신' 등으로 이어질 거대한 세계관을 품은 '사자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이라는 점도 시선을 붙든다. 수많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흥미로운 단초만을 던져놓은 셈.

관객의 선택에 '사자'의 성패는 물론이고 '사자'가 문을 연 거대한 세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함께 달렸다. 김주환 감독은 높아진 기대감과 무거워진 부담, 스트레스에 대해 "못 이긴다, 그냥 가지고 있다"고 토로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물들을 따라 판타지 세상을 즐겨달라"며 풀어놓은 김주환 감독의 이야기.

※아래에는 영화 '사자'의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 영화 '사자'의 김주환 감독.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청년경찰' 감독이 오컬트액션이라니, 기획부터 뜻밖이었다.

"사실 모두 캐릭터가 중심이다. '청년경찰'도 사건이 터질 때까지 27분이 걸린다. '사자'도 마찬가지다. 사실 오컬트와 액션은 상충하는 장르고, '사자'는 10대 눈높이의, 그리고 20대 30대도 즐길 수 있는, 다크 히어로가 나오는 판타지의 서막이자 첫번째 챕터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오컬트의 탈을 쓴 다크 액션 히어로의 탄생기.

"마니아가 보는 오컬트의 문법, 또 다른 오컬트 팬의 기준 등이 각기 다른 것 같다. 한국 오컬트라고 하면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요약되는 것도 같고. 따지고 보면 오컬트도 수퍼내추럴(초자연물)의 서브장르다. 이번에 만난 '콘스탄틴'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도 오컬트란 말고 '수퍼내추럴 스릴러'라는 표현을 쓰시더라. 문화, 장르가 갖는 역사, 관객의 최근 경험에 따라 규정이 다른 것 같다."

-확장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소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시다시피 정통으로 가려면 예산을 줄여야 하고, 스케일과 볼거리를 넓히려면 그만큼 커진 예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전작을 봤을 때 '500만이 보면 정말 다양한 시선이 있구나. 상상치 못한 시선이 있고 내가 생각지 못하게 해석하는구나' 느꼈다. 보편성과 소통을 어떻게 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용후의 전사는 어느정도 드라마 페이소스를 녹여내는 게 맞나 고민을 했다.

-10대 관객의 눈높이를 생각하며 공포나 액션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균형 잡는 게 어려웠다. 주요 관객층이 10대 혹은 20대나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했다. 여중생 여고생은 떡볶이만 먹어도 맛있지만 나중엔 아니지 않겠나. 하지만 현장만 해도 해드 스태프는 주로 40대 중후반이고, 영화를 정말 많이 본 상위 0.001%대 '하이 유저'나 다름없다. '더 세게, 더 무섭게' 하자는 의견이 굉장히 많이 온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안돼요' 설득하는 쪽이었다. 대중과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해 박서준 배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수위도 고민했다. 사실 결과의 문제기도 하다. 수위를 맞췄다 해도 결과는 여러 이유로 달라질 수 있다. 운명인 것 같다. 다 주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있다. 엄청난 흥행을 바라는 건 아니다. 멋진 캐릭터가 한 명 탄생한다면 성공이니까. 다음 영화가 확보되느냐의 문제기도 하고."

-악귀를 '때려잡는' 다크 히어로라는 신선하다. 

"악마의 존재는 상상의 악으로 남겨놨는데, 물리적인 힘으로 제압한다는 건 맞다. 사실 지져버린다. 나중엔 부마자를 때려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용후는 이름부터가 '신의 분노' 아닌가. 안신부도 히어로다. 자기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 히어로라 생각한다. 그는 죽음까지 가도 주님을 따를 캐릭터인데 몸이 망가지고 있다. 횃불을 넘겨주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 영화 '사자'의 김주환 감독.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용후가 아빠와 먹을 계란말이를 만들며 시작된다. 소금을 많이 친다.

"짜다 싶으려면 얼마나 쳐야 되는지 감이 안 오더라. 더 치려고 했다.(웃음) 소금을 그렇게 치긴 했지만 따져보면 혼자 컸다는 뜻이다. 그런 것들이 뒤돌아봤을 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 신에 가장 현실적인 아빠와 아들 관계를 넣고 싶었다. 너무 자상하지도 않고, 툭툭 싸우기도 하고, 아버지지만 엄마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보통 '둘이 너무 사랑했다' 식이 되는데 이 정도가 진정성있고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죽음 이후 격투기선수가 되기까지 중간은 생략됐다.

"사진 같은 걸로 녹여내려 했다. '청년경찰''사자'에 이어 '멍뭉이'(김주환 감독의 차기작)도 나오는 배한용 배우가 어린 용후가 십자가 던지고 할 때 막는데, 그 분에게 복싱도 배우고 아버지의 동료들이 대체 아버지가 되고, 20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런 걸 보여드리려 했는데 용호가 덜 외로워보이더라. 사진만 남기고 다 빼버렸다."

-세계적 격투기 선수라는 설정이다. 끔찍한 부마자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단단한 캐릭터, 하드한 정서는 가지고 가자고 박서준씨와 함께 잡았다. 까마귀를 보거나 부마자가 기어올라가는 걸 보고 놀라거나 이런 건 했다. 파이터들은 본능적으로 주먹이 오는 걸 보고 피하는 사람이다. 일반인이 아니다. 방어기제도 다르다. 초인이나 다름없고, 반응도 다르다. 뭔가 뛰어 올라가면 끄집어 내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성흔을 알아보지 못한 용후는 무당을 찾아간다. 가톨릭과 무속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영적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종교 유무를 벗어나서 존재하는 다양한 것을 보는 거다. 조은형 양이 연기한 신내림 받은 여자애 역할이 좋았던 게 그걸 볼 수 있다. 재밌었다. 계속 있는 캐릭터다."

-격투기 하던 박서준이 사제복까지 입으며 매력을 발산한다. 사제복은 히어로 용후의 코스튬인가.

"박서준 배우는 아무래도 가죽 느낌이 아닐까. 사제복이 조끼 모양이라 입은 다음에 매듭을 묶는데, 사제복을 입고 가죽 점퍼를 입기도 한다. 그게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다. 오컬트라면 사제복, 히어로라면 가죽점퍼를 입겠지만 저희는 인물에 맞게 입혔다. 멋있게. 멋있어야 하니까."

-피부가 하얀 우도환의 검은 주교가 하얀 백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변신하더라.

"하얀 뱀이 들어오며 새로운 외피를 입는다. 배우도 분장팀도 고생을 많이 했다. 분장에 7~8시간은 걸린다. 폴리머 등으로 만들었는데 부위별로 따로 틀이 있고 그걸 착용한 다음에 이음새를 다시 메운다. 펀치를 받으면 지지고 태우고 칠하고 CG를 입혔다. 기본적으로 레이어 4~5개가 되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

-검은 주교의 제단이 있는 우물은 어떻게 만들었나.

"우물은 실제로 약 4m 깊이로 팠다. 세트에서 만들 수 있는 한 제일 깊게. 물이 수톤이 들어간다. 물이 터져나오는 장면은 CG가 아니라 폭약을 사용해 직접 촬영했다. 그것도 그냥 다이너마이트를 넣어 터뜨리면 세트가 다 폭파되니까 보호할 수 있는 강철로 된 통을 넣고 그 안에 폭약을 넣고 폭파시켜야 한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그를 보는 시선도 더 날카로워졌다. '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자 캐릭터가 없다 한다면, 잘 모르겠다. 박지현 배우의 수진이나 김시은 배우의 데레사 수녀 등은 어떤가. 분량이 상대적일 뿐,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배우도 역할의 귀천이 없달까. 열심히 해줬고 연기도 잘했다. 박지현의 눈물에 누가 흔들리지 않겠나. 수녀님들도 기도문을 통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십자가를 들고 믿음이 있다면 혼자서도 악에 맞설 수 있다고 일어난 데레사 수녀의 용기있는 행동도 보이지 않을까. 배우들이 그만큼 노력했고 역할에도 만족해 했다. 언젠가는 더 큰 역할이 될 수도 있고, 확장할 수도 있다. 남자 캐릭터를 여자로 바꾸는 것도 제 입장에서는 어렵다. 외피만 바꾸는 게 진정한 것도 아닌 것 같다."

▲ 영화 '사자'의 김주환 감독.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를 구상하다보니 사자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떠올리게 됐나, 아니면 세계를 먼저 만들고 '사자'로 시작하게 됐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 같다. 세계관 확장의 단서를 준 건 배우다. 예를 들면 최우식이 없으면 최신부가 더 작아질 수 있다. 이 훌륭한 배우와 더 하고싶고, 더 재밌는 걸 보여주고 싶고, 10년간 이 캐릭터가 똑같이 나이를 먹고 상처가 생기며 드라마를 이끌 수 있으면 좋겠다 싶고. 그러다보니까 길이도 생긴다. 그런 인물을 다루려면 시간을 줘야 한다. 물론 비전일 뿐 완성이 되려면 여러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그래서인지 쿠키에 나오는 최신부는 물론이고 지나가는 캐릭터들도 캐릭터들의 귀환 가능성이 보이더라.

"세계관은 인물로 구성되지 않나. 돌아올 여지를 남겨놨다. 영화를 소비하는 방법이 10대 20대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엔 영화 한 편에 주제와 완결성이 한꺼번에 담겨야 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블이란 고유명사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 통용된다. 그래서 더 재밌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원작 없이 세계관을 만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진짜 보고싶은 건 캐릭터끼리 부딪치는 것 아니겠나. 영웅 서사를 다루고 싶다. 그러려면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하고 주관과 특징이 있어야 한다. '해리포터' 같은 원작이 있다면 좀 더 쉽겠지만 우린 다 만들고 있다. 만들 수밖에 없다. 원작이나 소스 콘텐츠가 있다면 팬베이스를 바탕으로 하나씩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매년 나올 수는 없을 것같다. 2번째 이야기에선 용후가 힘을 터득하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 그러면서 이어나가야 하고, 쿠키도 많아질 거다."

-드라마화 생각은 안했나. 시리즈물을 같이 찍는 방법도 고려할만하다.

"이전에 나온 인물들이 새 영화마다 가담해가는 구조다. 비슷한 분위기의 드라마 시리즈는 이미 있다. 지금에 만족 못하는 높은 눈높이에 대해 알지만 TV시리즈라 해도 사실 예산을 비교하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일단 영화 한 편에 담는 플랫폼을 생각했다. 동시촬영에 대해선, 지금 다음 2·3편을 같이 찍자 하면 망상이라 하겠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해보고도 싶다."

-'사자' 유니버스와는 별개로, 만난 배우들의 인연 속에 이른바 '김주환 유니버스'도 커지는 것 같다.

저란 사람의 삶에 박서준이 있는 것처럼, 박서준에게 최우식이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있어서 확장되는 것 같고, 또 결핍이 채워지는 것도 같았다. 연을 이으려고 노력한다. 작업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도전이 된다. '청년경찰'에서 서정연 배우도 기준 엄마로 나왔고, 배한용 배우도 떡볶이집 사장으로 나왔고, 부마자 역 이승희 배우도 노랑머리로 나왔다. 중앙대교구 청장으로 등장하는 최홍일 배우도 마찬가지다. '청년경찰'에선 강하늘의 아버지 역할이었다. 하나씩 연을 이어나가고 싶은데 그것도 잘 돼야 면목이 생긴다.

-'청년경찰'의 흥행 이후 대작을 여름 시장에 영화를 내놓는 만큼 기대도 관심도 더 커졌다. 부담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이기나.

"못 이긴다. 그냥 갖고 있다. 감사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사자'를 보는 가이드가 있다면?

"인물들을 따라서 재미있는 다양한 것들이 엮여 있는 판타지 세상으로 오시면서 그것을 만끽하시면 좋겠다. 다크 히어로 물, 악마를 때려잡는 히어로 물이니까 그렇게 즐겨달라."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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