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김복동' 포스터.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영화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피해 사실 고백 이후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영화는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세월 속에서도 아픔 없는 미래를 꿈 꿨던 고인의 흔적을 그린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겼던, 그러나 알지 못했던 김복동 할머니의 묵직한 여정이다.  

'김복동'(감독 송원근, 제작 뉴스타파)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 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자백' '공범자들'에 이은 뉴스타파의 3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김복동 할머니의 일상 한 귀퉁이에서 본격 시작한다. 검은 화면 위에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할머니의 음성이 흐르고, 오랜 시간 손을 씼어내는 그의 모습이 연이어 비춰진다. 그리고 다시, 열 네 살 소녀가 위안소로 끌려간 뒤 백발의 노인이 된 순간까지 겪은 고통의 시간이 잔잔히 전해진다. 고국의 땅을 밟았을 때 '위안부'라는 낙인으로 가족에게 외면 받고 아이를 낳지 못한 슬픔과 죄책감을 껴안고 살아야만 했던 세월을, 김복동 할머니는 담담하게 회고한다.

끔찍한 과거는 현재까지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는 없다. 일본 정부와 극우 단체들은 되레 그들을 향한 망언을 멈출 줄 모른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자체를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일본 정부에 분노와 울분을 표출하고 '피해자 없는' 한일 정부의 최종적·불가역적 합의에 좌절한다. 매스컴을 통해 어렴풋이 알려진 피해자들의 삶을, 영화는 김복동 할머니를 통해 구체적으로 응시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자체가 비극이라는 듯 어떤 극적인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 영화 '김복동' 스틸. 제공|엣나인필름

'김복동'은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미래를 말한다. 거동조차 불편한 김복동 할머니는 혹한의 날씨에도 수요집회에 참여해 꼿꼿함을 잃지 않고, 장시간 비행도 마다하지 않은 채 전세계를 누비며 피해 사실을 증언한다. 할머니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아이들이 앞으로 고통을 받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 매섭게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소녀 같고 인자한 웃음을 짓는다.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온몸과 온힘을 바치는 모습은 뭉클함을 넘어 존경심을 자아낸다.

배우 한지민과 가수 윤미래는 '김복동'의 뜻에 힘을 보탰다. 한지민은 내레이션에 참여하고 윤미래가 혼성듀오로 활동하는 로코베리는 헌정곡 '꽃'을 불러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김복동'은 오는 8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1분, 12세 관람등급이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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