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을 맞기까지의 40일을 총을 쏜 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묵직한 정치드라마가 시끌벅적하기 일쑤인 설 연휴를 내내 장악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소재도 눈길이 가지만, 일단 재미있는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남산의 부장들'은 논픽션 취재기가 원작이지만 영화적 재미에 충실하다. 절제미로 가득한 느와르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스파이물, 스릴러의 쫄깃한 재미도 상당하다. 직접 원작 영화화 판권을 하고 각색에 연출까지 맡은 우민호(49) 감독은 사실에 갇혀있지 않길 바랐다며 반가워하는 눈치다. 

그의 영화를 눈여겨 본 팬이라면 감독의 변화도 두드러지게 다가올 것이다. '내부자들' 본편과 감독판을 더해 800만 관객을 모은 우 감독은 전작 '마약왕'에선 1970년대를 호령했던 마약상을 그렸다. 펄펄 끓는 열기가 느껴졌던 두 영화와 달리 '남산의 부장들'은 차고도 건조하다. 조금 다가갔다가 다시 멀찍이 떨어지길 반복하며, 영화는 대통령을 위해 충성을 다했던 최측근이 왜 총구를 돌려 대통령을 저격했는지를 살펴간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대신 김규평(이병헌), 대통령 박정희 대신 그저 '각하' 박통(이성민), 전 중정부장 김형욱 대신 박용각(곽도원), 경호실장 차지철 대신 곽상천(이희준). '남산의 부장들'은 이름과 몇몇 설정을 바꾸고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했으나, 총 쏜 자의 머리 속을 들여다본 듯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김규평의 눈에 비친 제4공화국 말기의 풍경을 서늘하도록 건조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한편, 권력의 속성을 담아보고 싶었다는 게 우 감독의 변이다. 

우민호 감독과 나눈 '남산의 부장들' 속 이야기들을 일문일답으로 옮겼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 제공|쇼박스
※다음 인터뷰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논픽션이 원작인 정치물이지만 장르물 느낌이더라. 느와르 같기도 하고 스파이물 같기도 하고.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실존 인물이 모티프지만 영화적으로 찍으려 했다. 느와르 색채를 강하고 세게 담고 싶었다. 후반부에는 거의 스릴러에 가깝다. 역사적인 사실이고 큰 사건인데, 이 영화가 그 안에 갇혀있지 않기를 바랐다.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영화적으로 확장하길 바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에서 한 발 나가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10.26이란 잘 알려진 사건을 영화화했다. 이미 드라마, 영화로도 수 차례 만들어졌다. '남산의 부장들'은 어디에 초점을 맞췄나.

"저는 '남산의 부장들'에 나오는 10.26이라는 사건이 잘 알려져 있지만 베일에 싸여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벌어진 일은 있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내면은 알려진 게 없지 않나.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고증도 없고, 알려진 바도 없다. 우리는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쫓아가서 10.26을 조명한다. 거시적이라기보다는 미시적으로 쫓아가 1970년대 한국사회를 담으려 노력했다."

-내면을 다루지만 차갑고 건조하다. 멀찍이 거리를 두며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자체가 예민한 이야기다. 뜨겁게 접근하거나 감독이 들뜨거나 흥분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원작이 1990년대 동아일보 연재된 취재록이다보니까 원작자의 기자정신이 반영돼 있다. 태도나 정신이 냉정하고 차갑고 날카롭다. 그 시선과 태도가 좋았다. 그리고 우리도 그 시선과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정치적 선입견이나 편견에 갇히지 않고 이 영화가 지향하는 지점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립적으로, 차갑게,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다가가다가 안되겠다 하면 빠지기도 하고. 이병헌도 안에서 줄다리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소재 탓이라고는 하나 이 영화가 '내부자들'과 '마약왕' 감독의 신작인가 싶을 만큼 온도가 다르다.

"저도 살아야 하고...(웃음). '내부자들''마약왕'은 변화무쌍하고 뜨겁다. 저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뜨거운 피를 억누르면서 찍었다. 프렌치 누아르를 전부터 좋아했고,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다.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이나 첩보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소설 등, 좋아하던 영화와 책의 늬앙스나 분위기를 참고했다. 더구나 파리 실종사건은 파리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영화학도였을 때 본, 건조하고도 쓸쓸하고 멜랑콜리한 감수성이 차갑게 흐르는 멜빌 감독의 영화. 그렇게 찍고 싶었다. 파리 근교에 가보니 자연스럽게 묻어나더라. 공간과 풍경이 그렇다. 그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이런 늬앙스가 나오는구나 생각도 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제공|쇼박스
-파리 로케이션은 방돔 광장도 멋지지만 박용각(곽도원)이 죽는 파리 외곽 장면이 독특하다. 대낮에 아무도 없는 동네 길에서 소음기도 없는 총을 쏘고 그가 쓰러진다. 현실같지 않달까, 묘한 느낌이다.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느낌이다. 텅 빈, 차 한대 없는 마을. 앰비언스도 없다. 심지어 새소리도 없고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 최고의 권력이 타국에서 알 수 없는 곳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그 공간을 실재하는 곳 느낌보다는 좀 더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한때 한국에서 대통령의 비호 아래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권력을 쥐고 호령하던 박용각은 쫓겨나 망명하고 대통령을 성토하고 그러면서도 한국에 가고 싶어한다. 그 공간은 박용각이 황폐해진 박용각의 내면이지 않을까. 그런 지점에서 좀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담아냈다."

-그런 박용각과 김규평이 하나씩 겹쳐보이도록 이야기를 풀었다. 실제 모델과 달리 두 사람을 친구 관계로 설정한 것도 그래서인가.

"그래서 친구로 바꿨다. 원래는 선후배다. 두 인물이 다르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한 인물로 보였으면 했다. 데칼코마니처럼 접으면 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랐다. 박용각이 말하지 않나. '너도 나처럼 된다.' '너도 각하에게 버림받을 게 뻔하다'고. 김규평이 구두 한 짝도 신지 못하고 피에 젖은 발을 보는 건 실제 사건에서 따 왔다. 박용각 장면은 그에 맞춰서 만든 거다. 2인자 비극적 운명의 공동체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장치를 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 제공|쇼박스
-'남산의 부장들'이란 방대한 원작 중 일부가 영화에 쓰였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 실제인물이 모델인데 이 원작이 필요했던 이유가 어디에 있었나.

제목이 일단 꽂혔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정신, 시선, 태도가 상당히 놀라웠다. 1990년대면 녹록한 시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독자들에게 팩트들을 다 보여준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정신이 책의 문체에도 깃들어 있다.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고 힘이 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원작은 사건의 나열인데, 그 사건들이 필요하기도 했다. 파리 실종사건과 10.26을 물론 알고 있었지만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의 간극이 불과 20일에 불과하다. 둘다 중앙정보부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성에서 벌인 파리실종사건이 20일만에 어떻게 총성으로 바뀌었는지, 그 대목에서 상당히 크게 호기심이 일었다. 왜 그랬을까.

-이병헌이 인터뷰 중 감독도 자신도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로 남겨두자 했다'고 하더라. 어째서 '왜'라고 물으면서도 그것을 남겨두고자 했나.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이해할 것 같은데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도 있고. 저도 그렇고 이병헌도 그렇고, 도달한 하나는 '이 사건은 미스터리'라는 거다. 뭐 하나 방점을 찍기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있다. '여러가지 요인 중에 감정 중에 어느 한가지에 방점을 찍지 말고 끝까지 이 미스터리를 미스터리하게 남겨두자. 그 정답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 두자'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가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제공|쇼박스
-하지만 아쉽지 않았나. 감독으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 담고 싶은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 안에서 권력의 속성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들의 단어를 빌려온다면, 한때 '혁명'을 같이 한 동지들이 어떻게 저렇게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으며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 어떻게 보면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지 않을까. 각하라고 지칭되는 1인자, 절대권력자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그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2인자들을 키우지 않는다. 2인자를 여럿 두고 충성경쟁을 시키면서 권좌를 지키는 절대권력자는 올라오는 2인자를 쳐내고 새로운 2인자를 키운다. 그것이 반복된다. 극중 박통은 홀로 '황성옛터'를 부른다. 영화를 누린 사람들은 사라지고 남은 허무의 노래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설은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여 있노라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못이뤄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 져요"

-가수 이애리수의 '황성의 적'(황성옛터) 가사


-이성민이 홀로 '황성옛터'를 부르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다. 10.26 장면에도 나온다. 보통은 10.26 하면 '그 때 그 사람'을 많이 쓰지 않나. 어째서 그 곡이었나.

"원래 혼자서도 많이 불렀다고 한다. 10.26 당시에도 불렸다고도 하고. 그 1인자도 자신이 끝날지 모르겠다는 걸 직잠적으로 느낄수도 있었겠다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내려오기 싫은 게 아니라 내려오고 싶을 수도 있었겠다 했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거다. 질주하는 기관차 위에 타고 있는 기장이랄까. 폭주하는 기관차는 제어가 안 된다. 내려오고 싶어도 내려오지 못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왜'에 대한 답은 관객이 찾아가고, 저는 관객과 그 사람들의 심리를 쫓아가면서 권력의 속성을 짚어보고자 했다. 권력을 잡으며 모든 게 시작됐으나 그 권력 때문에 파국이 벌어진다. 아이러니하게 그 권력은 엉뚱한 이가 가져간다."

-프랑스, 미국 로케이션이 상당하지만 사실 그 질주하는 기관차가 이 영화의 주무대다. 청와대-중정-궁정동 안가만을 오가다시피 한다. 유일하게 김규평이 헬기에 탄 채 내려다보는 '부마항쟁'이 그려진다.

"1970년대 한국영화의 모습을 담는다는 게 쉽지 않다. '마약왕' 때 해봤다. 전국 돌아다니며 100회차 찍었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다. 이번엔 안 나가야겠다 했다.(웃음) 물론 그게 이유의 다는 아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특정 공간이 주로 나온다. 청와대, 중앙정보부, 중정동 안가 모두 권력의 핵심이 자리하는 공간이다. 그 어두컴컴한 공간을 통해서 1970년대 한국의 공기를 담고 싶었다. 부마항쟁도 그 곳에 내려가서 보는 게 아니라 권력자의 시선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찍었다. 세트나 자재도신경을 많이 썼다. 권력이 집중된 공간이라 자재도 함부로 쓸 수 없다. 저는 그 디테일이 관객의 눈에도 하나하나 다 보일거라 생각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제공|쇼박스
-신경 쓴 티가 다 난다. 공간마다 느낌이 다르다. 김규평의 방은 균열이 간 듯하고 청와대는 텅 비어있다.

"이병헌 방 뒤의 대리석 무늬는 날카로운 느낌이다.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날카롭게 신경이 사방으로 뻗쳐 있는 느낌이다. 청와대는 절대권력자 1인자가 18년간 있는 공간이다. 1인자의 내면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크고 화려한데 텅 비었다. 채우기보다는 많이 뺐다. 화려한데 텅빈 공간에 외롭게 권좌에 움켜쥐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조명도 어둡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제공|쇼박스
-맞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궁정동이 제일 밝다.

"궁정동 안가를 가장 밝게 찍었다. 민낯이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 보여주고 그들의 민낯과 내면이 다 뿜어져나와야 했다. 그 전에는 모두 보일락말락 줄다리기를 했다. 특히 청와대는 어둠 속에 있는 권력자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더 어둡게 했다. 실제로도 말년에 '각하'가 어둡게 지냈다고 하더라. 왜 그랬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말년의 불안함, 두려움 그런 것이 반영된 자기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당시 대통령 의상 만드신 분이 살아계시는데 그 분에게 들은 이야기다. 의상 맞추러 가면 항상 그렇게 어둡다는 거다. 치수를 재는데 잘 안 보여서 힘들었다고. 이번에도 직접 의상 재단과 제작을 하셨다.

불안에 잠식돼 초초해지면 그걸 숨기기가 쉽지 않다. 거느리고 있지만 견제하는 2인자에게 자신의 초라함을 보여주기 싫을 거다. 극중 김규평이 박용각 회고록을 가져온다. '각하'가 '혁명의 배신자'란 표현에 부르르 떠는데 김규평이 슥 그 얼굴을 본다. 이건 공포다. 김규평은 순간 파악을 한 거다."

-궁정동 안가 세트가 독특하다. 총격 장면의 롱테이크는 사실 한 번에 촬영한 게 아니라 여러번 찍어 이어붙였다고.

"궁정동 안가는 실제 고증에 맞춰서 세트를 지었다. 변형을 조금 시켰다. 연회 공간이 실제는 2층이었지만 1층으로 온 거고, 김규평이 격발이 안되니까 위 아래로 막 뛰어다닌다. 감정상태의 증폭. 상승과 하락을 하는 걸 원테이크 카메라로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카메라에서 비추지만 건물 외부까지 안가의 규모가 큰데 그 역시 고증이 바탕이다.

실제로 끊어서 찍었지만 원테이크로 보이는 장면은 굉장히 기술력을 요한다. 완성본은 원 신 원 컷으로 보이도록 하려면 카메라 워크가 힘들고 배우도 그에 맞게 감정 연기를 해야 하고, 또 카메라와 배우가 합이 맞지 않으면 다시 찍어야 했다. 무엇보다 김부장의 호흡을 끊고 싶지 않아 어렵지만 그렇게 찍고자 했다. 분할 컷으로 가면 그 호흡을 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발 후에 총을 가지러 가고 다시 오는 사람을 한 호흡으로,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확 내뱉는 장면으로 하고 싶었다. 모든 게 그 장면에서 터진다. 담배 구기는 장면, 곽상천과의 몸싸움 장면,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쇼' 장면 등등이 있지만 숨겼던 모든 게 드러나는 건 거기다. 모두의 민낯이 드러난다.

-대통령이 중정과 별개로 스위스 비밀계좌를 관리하게 했다며 등장하는 '이아고'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도중 사라진다.

"역할은 다했다고 본다. 김부장의 심리를 압박하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된다. 자신 말고 다른 2인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아고가 누군지 힌트는 줬다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이 스스로 찾아보면 도리 것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쓰임받고 버려지는 2인자 중에 하나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제공|쇼박스
-이병헌과 우민호 감독의 만남은 옳더라. 고요한 가운데 뚜렷한 음영이 특히 돋보이는데 혹시 '내부자들' 찍으며 이런 얼굴을 담아야겠다 생각한 것인가.

"그때는 생각 못했다. 장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사람'이나 '사무라이'를 보면서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에서 전혀 보지 못한 모습으로 김규평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해 주더라. 무척 행복했다."

-비주얼 싱크로율은 이성민. 서현우가 최고다. '닮음'을 보고 캐스팅한 건지, 캐스팅 후 만들어갔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성민은 특히 강렬하다.

"맞다, 그렇다.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인물의 특징을 잡아 '닮음'을 연기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이성민의 경우 이미 배우가 완벽하게 준비를 해오셨더라. 정말 놀랐다. 눈 앞에 각하가 보이다니."

-가장 애정하는 신이 있다면. 그 이유는.

"비오는 날 궁정동 안가로 잠입하는 김부장의 모습을 로우 앵글로 찍은 롱테이크다. 인물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그 분위와 행위만으로 인물의 내면과 감정이 잘 느껴저서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김재규 전두환의 실제 영상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다른 마무리가 담긴 버전도 있었다는데.

"죽은 망자들의 위령식? 죽은 자들이 박통을 중심으로 다같이 모여있는 장면이다. 어려워서 뺐다. 나중에 블루레이에 넣을 생각이다."

-혹시 '내부자들'처럼 삭제본이 들어간 '남산의 부장, 디 오리지널'도 나올 수 있나.

"생각이 없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 제공|쇼박스
-4.15 총선을 앞둔 해다. '남산의 부장들'은 왜 지금 나와야 하는 영화인가.

"특별한 의도는 없다. 원작은 1990년 동아일보에 연재됐고, 1996, 1997년 군대 다녀와서 친구 집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영화학도였기에 기회가 된다면 이거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했다. '내부자들' 끝나고 2016년 초에 원작자에게 연락해서 제가 직접 샀다. 원작자께서 '내부자들'을 잘 보시고 선뜻 허락해 주셨다. 그때부터 준비했다.

'마약왕'이 먼저 촬영에 들어가게 됐고, 찍고 있는 와중에도 이걸 준비하고 있었다. '남산의 부장들'을 찍으면서도 '마약왕'이 개봉했고. '왜 이 시기냐'고 묻는다면 '저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영화는 그 때부터 만들었다. 판권을 산 것이 박근혜 정권 때라 '부담 없었냐'고 하는 분도 있다. 저는 '내부자들'을 원작자도 보셨을 것 같고 '이 때다' 하고 샀다. 그러고 굉장히 기뻤다. 대학교 때부터 품에 안고 있던 책이었다. 또 원작을 산다고 영화화되는 게 아닌데 운 좋게 시나리오가 잘 나오고 배우들이 캐스팅되고 지금에 왔다. 여느 영화와 다름없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온 셈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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