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아픔을 겪은 SK는 생각의 변화를 실천하는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SK와이번스

해외 스프링캠프를 떠났던 KBO리그 10개 구단이 속속 돌아온다. LG가 가장 먼저 7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다른 팀들도 줄줄이 귀국길을 준비하고 있다. 2월 1일부터 한 달여 동안 진행한 스프링캠프. 무엇을 얻고 어떤 희망을 발견했을까. 또한 앞으로 보완해야할 불안요소와 지켜봐야할 체크포인트는 무엇일까. 스포티비뉴스는 3일에 걸쳐 '우리팀을 말해줘' 시리즈를 싣는다. 각 구단 담당기자가 취재한 스프링캠프의 방대한 내용을 압축해 핵심 포인트만 짚었다. 한눈에 보는 10개 구단 스프링캠프 결산이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에이스는 떠났다. 각자 두 자릿수 승리를 책임졌던 외국인 투수 두 명도 같이 떠났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는 ‘역시나’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누구나 성적 추락을 예상한다. 언론도, 심지어 팬들도 기대치를 내려놨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2019년 ‘143경기’까지는 정규시즌 1위 팀이었던 SK의 이야기다. 지난해 허무하게 추락한 SK는 이번 오프시즌에서도 긍정적인 조짐을 만들지 못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태평양 너머에 있고, 앙헬 산체스(요미우리)도 이제 인천에 없다. 결정적인 보강은 없는 상황에서 각자 한 살씩을 더 먹었다.

그러나 돌려 말하면 절호의 기회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것, 팀의 기초 체력이 모두의 생각 이상으로 탄탄했다는 것, 이 팀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이만큼 좋은 무대도 없다. 전지훈련도 철저하게 그런 측면에서 계획되고 진행됐다. 나간 전력의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의 눈매는 매서웠고, 밀려나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땀방울은 굵었다. 코칭스태프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전지훈련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살펴보자.

◆주요선수 IN&OUT
▶IN : 닉 킹엄, 리카르도 핀토(외국인 선수), 윤석민(트레이드), 김세현 채태인(2차 드래프트), 김정빈 이건욱(군 제대)
▶OUT : 김광현(MLB 진출), 앙헬 산체스, 헨리 소사(외국인 선수), 허도환(트레이드), 최민재 백청훈(2차 드래프트)

▲ 각이 큰 패스트볼과 변화구 완성도를 앞세운 닉 킹엄은 새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다 ⓒSK와이번스

◆우리팀 강추! 외국인선수
▶‘장점’ 증명한 킹엄, SK 새 에이스 나가신다

핸섬하고 위트도 있다. 성격은 ‘핵인싸’다. 해를 바라보는 취재진과 자리를 바꿀 정도의 매너남이기도 하다. 그런 닉 킹엄은 마운드 위에서는 ‘전사’로 변한다. 어떻게 보면 와일드하고, 어떻게 보면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씩씩하게 공을 던진다. SK는 킹엄을 3년 전부터 지켜봤다. 이 선수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인지를 잘 안다. 그런 SK는 “부상만 없으면 두 자릿수 승리는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피츠버그에서 선발로 공을 들였던 선수다. 빅리그 데뷔 첫 해인 2018년 18경기 중 15경기를 선발로 시작했다. 아쉽게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MLB 구단도 이 거구의 우완이 가지고 있는 뭔가를 봤다는 의미다. 196㎝ 큰 키에서 나오는 각이 큰 공들이 일품이다. 타자가 볼 때는 위압감을 충분히 느낄 수준이다. 패스트볼은 물론 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커터를 모두 던진다. 구종별로 다소 차이야 있겠으나 전반적인 완성도가 수준급이다. SK가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하는 이유다.

이닝소화능력이나 경기운영능력도 나쁘지 않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쓰는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땅볼유도능력도 제법이다. 리카르도 핀토가 ‘육성형’에 조금 더 가깝다면, 킹엄은 팀 마운드를 짊어지고 나갈 에이스 몫을 기대 받고 있다. 180이닝 이상을 무리 없이 끌고 나간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킹엄은 “팀이 원한다면 몇 년이라도 계속 SK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SK도 재계약 제안서를 내밀 날을 고대하고 있다.

▲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윤석민은 내야에서 다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SK와이번스

◆우리팀 강추! 새 얼굴 새 전력
▶ 염경엽이 부른 베테랑 3총사, 절치부심 마지막 승부

주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젊은 선수들도 분명히 있다. 코칭스태프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공을 많이 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수를 다 지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들은 이번 오프시즌에 SK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3총사다. 내야에 채태인 윤석민, 그리고 마운드에 김세현이 눈을 부릅뜬다. 모두 염경엽 SK 감독과 히어로즈 시절 인연이 있었던 선수들이다. 염 감독은 “세 선수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채태인 윤석민은 내야 강화 차원의 영입이었다. SK는 1루에 제이미 로맥, 3루에 최정이라는 확고한 스타들이 있다. 그러나 그 뒤를 받칠 전력이 약했다. 염 감독은 “로맥과 최정은 컨디션이 좋든 아니든 경기에 나가야 했다. 선수 기록과 팀 모두 손해였다”고 떠올렸다. 윤석민과 채태인을 채워 넣은 결정적인 이유다. 꼭 주전이 아니더라도 지난해처럼 백업 포수를 대타로 내야 하는 상황은 이제 없을 것이다. 분명 경기 후반에 도움이 된다.

2016년 구원왕이었던 김세현도 기대주다. 김태훈이 선발로 전향함에 따라 필승조 한 자리가 비었다. 염 감독은 “김세현이 필승조 한 자리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2년간 극도로 부진했지만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니폼을 한 차례 바꾼 것이 심기일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세현이 구원왕 당시의 구위를 찾는다면, SK는 3억 원으로 FA 영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한동민은 40홈런 타자의 위용을 되찾아야 한다 ⓒSK와이번스

◆우리팀 강추! 미워도 다시 한번
▶ 이재원-한동민, 어깨의 짐을 덜어내라

주전 포수 이재원과 중심타선의 핵심인 한동민의 2019년은 유독 추웠다. 잔부상을 달고 싸우기는 했지만 핑계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적이 추락했다. 이재원의 OPS는 0.717, 한동민의 홈런수는 단 12개였다. 확실한 카드를 두 장이나 잃은 SK 타선은 시즌 내내 표류했다. 2020년은 이제 차라리 자존심과 싸움이다. SK 타선에 아주 큰 보강은 없었지만, 두 선수의 재기 자체가 ‘보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원은 올해도 주전 포수다. 몸을 말끔하게 정리했고, 이를 더 악물었다. 지난해 흔들린 수비부터 맹훈련으로 다잡았다. 신인들이나 할 법한 훈련을 군말 없이 소화했다. 코칭스태프의 표정은 분명 밝아졌다. 부활을 의심치 않는다. 연습경기 타격도 좋았다. 2년간 달았던 주장을 최정에게 넘겼고, 백업 포수들도 성장했다. 지난해처럼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보이지 않는 플러스다.

염 감독을 비롯한 SK 관계자들은 “결국 올해 타선은 한동민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한동민은 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멘탈’의 문제였다. 올해는 더 단단해져야 하고, 실제 그랬다. 전지훈련에서 가장 밤늦은 시간까지 방망이를 돌린 선수도 한동민이었다. SK에는 현재 3할을 쳐 본 포수는커녕 풀시즌을 경험한 포수도 없다. 40홈런 좌타자는 아예 구단 역사에 없다. 지난해 비판을 환호로 바꿀 도구는 성적뿐이다.

▲ 성실하게 훈련을 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정현은 개막전 주전 유격수에 도전한다 ⓒSK와이번스
◆우리팀 불안요소&체크포인트
▶ 센터라인과 투수, 쌓아두고 또 쌓아두세요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주전 키스톤 콤비다. 유격수 자리에서는 김성현 정현, 2루수 자리에는 최항과 김창평이 경쟁한다. 염 감독은 “정현과 김창평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고 기대를 건다. 두 선수의 주전 직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지난해 이맘때와 조금 다르다. 올해도 중앙이 흔들린다면 지난 오프시즌에서 중앙 내야수를 잡지 못한 구단의 소극적 태도는 두고두고 술 안주가 될 것이다. 

지난해 최고 불펜을 불안요소 중 하나로 보는 것은 불손한 시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험은 필요하다. 상당수 선수들이 개인 경력 최고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전지훈련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신진급 불펜 자원들이 시즌 중반 얼마나 힘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붕괴’와 ‘지탱’이 갈릴 것이다. 미련하게 수집하고 쌓아둔 투수 전력이 힘을 발휘할 때인데, 김정빈 이건욱을 필두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다. 선수단 ‘생각의 변화’다. 개개인별로 한 시즌 잘하고, 그 다음 시즌 못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선수들의 생각이 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구단의 냉정한 반성이다. 지난해 실패가 선수들의 뇌를 자극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괜찮을 것이다. 

전력이 약화됐다고 울상 짓거나 지레 포기하면 안 된다. 팬들조차 “올해는 성적이 떨어지겠지”라고 한다고 거기에 눈높이를 맞춰서도 안 된다. 목표는 당연히 정상 탈환으로 잡아야 하고 시작부터 그렇게 달려 나가야 한다. 그것이 지난해 마지막 순간 울부짖었던 팬들에 대한 기본 예의다. 아마도 개막 전까지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질 것이다. 프리뷰를 비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될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SK 담당 기자

■ 스프링캠프 결산-우리팀을 말해줘 <7일>
①두산을 말해줘…"우승팀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오전 8시)
②kt를 말해줘…"2020년 봄, 마법학교에서 있었던 일" (낮 12시)
③NC를 말해줘…"평가전 무적, 대권 도전도 꿈 아니다" (오후 5시)

■ 스프링캠프 결산-우리팀을 말해줘 <8일>
④SK를 말해줘… “당연히 성적 추락? 어쩌면 절호의 기회다”(오전 8시)
⑤삼성을 말해줘…"꼴찌라고? 사자가 준비한 발톱"(낮 12시)
⑥롯데를 말해줘…"화제의 프로세스, 가을야구 비밀의 문을 열겠소"(오후 5시)

■ 스프링캠프 결산-우리팀을 말해줘 <9일>
⑦KIA를 말해줘 (오전 8시)
⑧한화를 말해줘 (오전 11시)
⑨키움을 말해줘 (오후 2시)
⑩LG를 말해줘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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