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예전에는 다리가 벌어진 채로 던졌다. 그러다 다리와 다리 사이 간격을 좁히며 던지니 릴리스포인트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올 수 있게 됐다.”
베테랑이 익숙한 곳을 떠나 새 둥지에서 도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신이 10년 넘게 갖고 있던 습관 등을 버리고 새로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11년 전 두산 베어스에서 홀드왕이 되고 프랜차이즈 계투로 활약했던 베테랑 오른손 투수 이재우(36, 한화 이글스)가 기존의 것들을 버리고 새 유니폼과 새로운 투구 폼으로 2016년 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이재우는 지난해 11월 전 소속팀 두산의 배려로 자유계약선수가 된 뒤 한화의 손을 잡았다. 2005년 28홀드로 홀드왕, 2008년 계투 11승으로 활약하며 태극 마크까지 달았던 이재우는 이후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은퇴 위기를 맞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현역 생활을 유지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에도 이재우는 두산 필승 계투로 공을 던졌으나 페이스 저하와 함께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두산에서 자리를 잃은 이재우는 김성근 감독의 전화에 한화행을 결정했다.
한화는 일본 고치현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베테랑이지만 한화에 새로 합류한 만큼 이재우는 젊은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투구 폼도 살짝 바꿨다는 후문. 잠깐의 정지 동작을 넣었고 상체가 일찍 기우는 동작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재우에게 투구 폼 변화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폼을 살짝 바꿨는데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은 바꾸는 과정이라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일단 느낌은 아주 좋다. 감독님께서도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고.”
주자가 없을 때 발을 올린 뒤 잠깐 멈췄다가 던지는 것은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태평양의 기둥 왼손 투수였던 최창호(SK 코치)가 비슷한 투구 폼을 보였고 지난해 에릭 해커(NC)도 이 투구 폼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발을 든 뒤 한 다리로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리 힘과 균형 감각이 필요한 동작이다. 적응하더라도 꾸준한 하체 단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는 사실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해결책을 제시해 주신 것 같다. 다리가 벌어지면서 던지던 각을 좁혀 던지니 좀 더 공을 끌고 나와 던질 수 있게 됐다. 이제 걸음마 단계라 어떻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공을 던지는 순간이 정말 즐겁다.”
지난 2년간 그는 심각하게 은퇴를 생각했다. 기회를 위해 방출을 요청했으나 자신을 원하는 팀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던 그는 베테랑 감독의 전화에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이재우는 공을 던진다는 사실 자체에 즐거워하며 힘든 훈련을 치르고 있다.
[영상] 2013년 두산-삼성 한국시리즈 4차전 MVP 이재우 ⓒ 영상편집 송경택.
[사진] 이재우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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