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전 소속팀에서 그는 10년 넘게 ‘1번’을 달았다. 그러나 새 둥지에서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대신 고른 번호는 바로 한국 야구 전설의 번호. 두산 베어스에서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겨 재기를 노리는 이재우(36)의 새 등 번호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61번이다.

이재우는 한화의 일본 고치현 스프링캠프에서 담금질에 열중하고 있다. 2000년 두산에 훈련 보조로 입단해 이듬해 정식 선수가 됐고 2005년 홀드왕(28홀드), 2008년 계투 11승 등 프랜차이즈 계투로 활약했던 이재우는 두산의 배려 속에 지난 시즌을 끝으로 베어스 유니폼을 벗은 뒤 한화로 팀을 옮겼다. 김성근 감독은 그에게 새 투구 폼을 알려 주고 하체 밸런스 조정 등을 주문했고 이재우는 새 폼에 적응하는 단계다.

“문제점을 알고는 있었으나 어떻게 고쳐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공을 던지다 보니 ‘뭔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그의 등 번호가 무거워졌다. 두산에서 1번을 달았던 이재우는 이제 61번을 달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로 롯데에서 한화로 팀을 옮긴 심수창(35)이 1번을 달았기 때문이다. 심수창은 이재우의 고명초등학교 2년 후배다.

“와 보니까 수창이가 먼저 달고 있더라”며 웃은 이재우는 1번을 고집하는 대신 새 번호를 골랐다. 바로 ‘전설’ 박찬호를 대표하는 번호 61번.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할 때부터 텍사스-샌디에이고-뉴욕 메츠-필라델피아-뉴욕 양키스-피츠버그-일본 오릭스 등을 거치면서 계속 61번을 달았던 박찬호는 연고지 팀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61번과 함께했다.

박찬호의 은퇴 뒤 한화의 61번은 영구 결번되지 않고 계속 주인이 바뀌었다. 김주-케이럽 클레이-라이언 타투스코에 이어 지난해에는 호주 리그에서 뛰고 있는 임경완이 61번을 달았다. 임경완이 지난해 7월 한화를 떠난 뒤 주인이 없던 61번을 단 선수가 이재우다.

61번의 주인이 된 이재우의 소감은 “영광이지” 딱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 한마디에는 많은 것이 담겼다. 10년 넘게 자신이 가졌던 것들을 탈바꿈하며 새로 도전하는 만큼 자신의 새 번호,  그리고 전설적인 선배의 번호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은퇴도 생각했었다. 나처럼 아픈 후배들을 보살필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면 그 일을 하고 싶다고. 그런데 방출 소식이 나오고 얼마 안 있어 김성근 감독께서 내게 전화로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더라. 정말 오랜만에 팔이 아프지 않은 때가 지금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만큼 못할 것도 없다. 기왕이면 잘됐으면 좋겠다.”

[영상] 2013년 한국시리즈 4차전 이재우 5이닝 무실점 승리 ⓒ 영상편집 송경택.

[사진] 이재우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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