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마이너리그에 갈 거라면 이렇게 기자회견을 열었겠습니까."

지난해 11월 3일,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한 이대호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MVP스포츠그룹과 손을 잡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마이너리그 계약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메이저리그에 가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선을 그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가하고, 미국 현지에서 롯데 선수들과 훈련하며 구단과 협상을 이어 간 그에게 돌아온 것은 예상 밖 결정,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KBO 리그에서 11시즌 통산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하고 일본 프로 야구에서 4년 통산 타율 0.283, 98홈런 348타점을 올린 '정교하고 힘 있는 타자' 이대호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계약을 얻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시애틀 캠프에 합류하게 되고, 여기서 벌어질 오른손 타자 1루수 경쟁에서 이겨야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다.

소프트뱅크 구단은 비공식적으로 3년 18억 엔을 제시하며, 단 1일 미야자키 캠프 전까지 거취를 확실히 정하라고 요구했다. 오 사다하루 회장은 이대호라면 캠프 중간에 합류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구로다 히로키(히로시마)와 함께 일본 프로 야구 최고 연봉 선수로 남을 수도 있었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그 반대쪽 극단에 있다.

어디까지나 인센티브 포함 1년 최고 400만 달러 계약이다. 인센티브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애틀이 구상하는 대로 '1루수 플래툰'이라면 모두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적 기록에서 반드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점차 오른손 선발투수의 비중이 높아지고, 왼손 투수는 선발보다 불펜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왼손 투수를 상대할 이대호의 출전은 그만큼 제한된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은 맺지 않겠다"는 의지를 접었다. 연봉이라는 실리와 최고 타자라는 자존심은 버리고 오직 꿈 하나만 안고 간다. 빅리그에 진출한다면 '천만 배우'다운 영화 같은 이야기가 완성된다. 

[사진] 이대호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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