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제 능력만으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저도 후배들을 돕는다면 그 후배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돕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3일 경기도 고양시 내유동 서울경찰수련장 내 경찰야구장. 경찰 야구단 주전 유격수 신본기(27,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기 전 관계자들로부터 그에 대해 정말 많은 호평을 들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 ‘정말 착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선수’,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선수’라며 그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연신 감사하다며 웃은 신본기. 그러나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는 강한 눈빛과 함께 이야기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감천초-경남중-경남고-동아대를 거쳐 2012년 2라운드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신본기는 말 그대로 부산의 프랜차이즈 선수다. 안정된 수비를 인정받아 1군 무대에서도 기회를 얻었으나 타격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이지 못해 풀타임 출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능성을 보여 주고 2014년 시즌 뒤 경찰 야구단에 입단한 신본기는 지난해 92경기 타율 0.348 3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안치홍(KIA)과 함께 경찰청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오랫동안 56번을 달고 뛰던 신본기는 2016년 등 번호를 7번으로 바꿨다. “1994년 야구를 시작했을 때 이종범 선배가 야구 천재 유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래서 7번을 달고 싶었고 마침 7번을 달 수 있었다”며 웃은 신본기는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뛰면서 운동할 시간도 많아 좋았다. 타격 성적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멀었다. 타격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좋은 동료들과 경찰 야구단 생활을 하고 있는데 특히 같이 키스톤 콤비로 센터 라인을 지키는 (안)치홍이에게 많이 배웁니다. 한 살 어려도 저보다 일찍 프로 생활을 경험했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야구로도 배울 점이 많지만 야구 외적으로도 생활 자체를 ‘야구 잘하기 위해 사는 선수’가 안치홍입니다. 겸손한 자세도 그렇고 ‘진짜 프로 선수구나’라고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학 시절 붙박이 국가 대표로 활약했으나 신본기에게 프로 1군 벽은 낮지 않았다. 그리고 2012년 6월 내야수의 선수 생명까지 위협한 어깨 탈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기도 했다. 부상 당시 ‘1년 반 그 이상의 재활이 걸릴 것’이라는 암담한 예상이 나왔으나 철저한 치료와 재활로 2013년 5월 그라운드를 밟았다. 병역 미필 시절 신본기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직구장에서 처음 야구를 본 제가 롯데의 프로 지명까지 받았다는 자체가 정말 기뻤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잘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불안한 경기력에 부상까지 찾아왔습니다. 제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쳐 눈도장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그래도 ‘유망주’라는 범위에 있어서 그나마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제대하면 그 방어막도 사라질 것입니다. 제대해 롯데로 복귀하면 ‘벼랑 끝이다’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뛰고 싶습니다.”

‘야구 천재’ 이종범을 동경하며 야구를 시작한 신본기. 그리고 그의 롤모델은 ‘국민 유격수’ 계보에서 이종범의 다음 차례인 박진만 SK 코치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타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바운드 하나를 줄이는 최고급 수비로 인정받았다. 박 코치는 ‘천재 유격수’라는 평을 무수히 받았으나 정작 스스로는 “나는 반복 훈련과 타자 분석에 힘을 기울였던 노력형 선수”라고 말했다. 신본기가 주목한 것도 바로 노력이다.

“아직 저는 팀 선배들과 비교해도 딱히 정해진 유형의 유격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참 멀었으니. 앞으로 제가 지향하는 플레이의 선배를 꼽자면 박진만 선배님입니다. 저도 상대 안타를 줄이고 팀을 위해 아웃 카운트 하나를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는 유격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좋은 유격수가 되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타격은 선천적인 능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수비는 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지 않은, 남들보다 더욱 뛰어난 노력으로 일취월장한 수비를 팬들 앞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신본기는 비 시즌마다 봉사 활동과 모교에 대한 기부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3,000만 원의 연봉을 받을 때 모교 동아대에 500만 원을 쾌척했고 자신의 팬클럽 ‘우리 본기’ 회원들과 함께 아동 양육 시설 ‘마리아꿈터’를 꾸준히 도왔다. 지난해 말 해외 원정 도박 파문 등이 터지며 고액 연봉 선수들이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은 가운데서도 신본기는 자신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우기보다 다른 이들에게 베풀고자 했다. “신본기는 꼭 잘될 선수”라는 주위의 칭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의 착한 마음씨와 선행이다.

“제 능력만으로 프로에 오고 경찰 야구단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야구 포기를 생각했던 제가 프로 선수도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저도 베풀고 그런 선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봉사 활동은 제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팬카페의 좋은 분들이 앞장서 함께 참여한 것 뿐입니다. 그 자리에서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착하고 밝은 아이들을 보며 저도 배우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팬들이 신본기에 대해 기대하는 이유. 아직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은 힘들지만 그만큼 제대 후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본기가 약점이던 타격을 보완하고 강점인 안정된 수비를 더욱 탄탄하게 갖춰 돌아 간다면 롯데의 2017년 키스톤 콤비 출격 카드가 더욱 많아진다. 팬들이 스포츠를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착하고 열심히 정정당당하게 뛰는 선수가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다. 경찰 야구단에서 2016년 퓨처스리그를 뛰고 롯데로 돌아갈 신본기는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는 선수다.

“밖에서 봤을 때 롯데의 야구 스타일이나 선수단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제대로 된 선수로서 돌아가고 싶습니다. 9월 초 제대 예정인데 아마 그때는 우리 롯데가 정말 강한 팀으로서 잘하고 있을 겁니다. 확대 엔트리에 등록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기회를 잡는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꼭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영상] 신본기 인터뷰 ⓒ 영상취재 고양, 배정호 기자.

[사진] 신본기 ⓒ 고양,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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