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홍지수기자] 프로 야구에서 타자들의 임무는 하나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때리고, 달리면서 홈 플레이트를 밟는 것이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마다 맡은 임무는 다양하며 다른 가운데 1번과 2번, '테이블 세터'의 소임은 두말할 나위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 두산의 V5 이끌 정수빈-허경민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 공격 첨병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정수빈과 허경민의 활약을 앞세워 한국 시리즈 정상에 올라 14년 만에 웃었다. 두산은 올 시즌에도 정수빈과 허경민으로 테이블 세터를 구성해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두산이 '가을 잔치'를 벌이는 데 힘을 보탰다. 허경민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에서 MVP급 활약을 펼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474 1홈런 6타점 4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포스트시즌서만 23개의 안타를 때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 흔들린 삼성, 돌파구는 공격

삼성은 풍파를 겪었다. 투타 핵심 선수들이 팀에서 이탈했다. 중심 타선을 이끌던 박석민이 NC 다이노스로 떠났다. 때문에 테이블 세터의 임무가 더 중요해졌다. 후보는 여럿 있지만, 기동력을 갖추고 정확한 타격 기술이 있는 구자욱과 박해민이 1, 2번에서 공격 돌파구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붙박이 2번 타자는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72경기를 2번에서 뛰었다. 박한이와 구자욱이 각각 35경기, 18경기로 나섰지만 올 시즌도 박해민이 2번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리드오프는 구자욱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 1번은 구자욱(45경기)과 나바로(40경기), 박한이(38경기)가 번갈아 맡았다. 나바로가 떠난 가운데 2015년 신인왕 구자욱이 1번으로 뛸 수 있다.

◆ '우승 후보' NC, 든든한 1·2번

NC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다. 에릭 테임즈, 나성범, 박석민 등이 지키는 중심타선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위력적이다. 중심 타자들의 화력도 기대를 모으지만, 무엇보다 NC 타선에서 가장 든든한 포지션은 테이블 세터다.

지난 시즌 NC의 1, 2번은 박민우와 김종호가 책임졌다. 박민우가 1번에서 124경기, 2번에서 김종호가 99경기를 뛰며 붙박이 테이블 세터를 구축했다. 올 시즌에도 빼어난 도루 능력을 지녔고, 정확한 타격을 하는 박민우와 김종호가 중심 타자들 앞에서 '밥상'을 차릴 유력한 후보다.

◆ 박병호 없는 타선, 서건창이 뛴다

넥센 히어로즈는 2015년 시즌 가을 야구를 하면서 2013년 시즌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2016년 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홈런왕 박병호를 미네소타 트윈스로, 유한준을 kt 위즈로 보내면서 중심 타선이 약해졌다. 뚜겅은 열어 봐야 하지만 박병호와 유한준이 없는 타선은 파괴력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진다. 때문에 올 시즌 주장이 된 서건창과 고종욱이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며 내야를 휘저어야 한다.

지난해 넥센의 1번은 고종욱(63경기)과 서건창(35경기)이 주로 맡았다. 2번 타순에는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58경기)가 가장 많이 나섰다. 그러나 스나이더가 떠났고 새 외국인 타자로 대니 돈을 영입했다. 돈은 아직 KBO 리그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 검증이 안됐다. 따라서 올 시즌 테이블 세터 임무는 김하성도 있지만, 유격수로서 체력 부담이 있기 때문에 고종욱과 서건창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 물러날 수 없는 SK가 믿는 2인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왕조 재건을 노린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회 우승을 이룬 SK는 이후 3년 연속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013년과 2014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015년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명기와 조동화의 활약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SK의 1번 타순에서는 주로 이명기(107경기)가 뛰었다. 그리고 2번에서는 조동화(47경기)가 나섰다. 조동화는 1번 타순에서도 14경기에 출전하며 테이블 세터 노릇을 했다. 박재상과 박계현도 번갈아 가며 나설 수 있지만 이명기와 조동화가 주로 SK의 공격 첨병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2016년 시즌 '밥상' 차릴 테이블 세터 ⓒ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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