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SK에서 10년을 뛰는 동안 저는 투구 폼이 ‘예쁜’ 투수가 아니었어요. 현역 시절 동안 예쁘게 던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1년 간 저와 함께할 투수들이 좋은 투구 폼으로 다치지 않고 던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사진을 찍으면 화보고 영상을 찍으면 드라마가 될 법한 선수와 코치. 그러나 야구 선수와 지도자는 야구로 이야기해야 한다. 외모로 주목은 받을 수 있으나 결국 경기력이 야구 선수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신병 훈련을 마치고 갓 합류한 투수는 데뷔 시즌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입대하며 더 빛나는 미래를 꿈꾼다.

반면 초보 코치는 현역 생활의 미련을 뒤로하고 후배이자 제자들의 더 좋은 선수 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경찰청 야구단의 ‘미남 사제(師弟)’ 이한진(33) 투수 코치와 사이드암 이경 박정수(20, KIA 타이거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2006년 SK에 입단해 2007~2008년 계투 추격조로 팀의 통합 우승에 이바지했던 이 코치는 손가락 혈행 장애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병을 치료해 지난해 SK 퓨처스팀 기둥 선발로 활약했으나 스피드가 더 올라오지 않아 1군에서 좋은 기회는 얻지 못했다. 지난해 말 SK에서 방출된 이 코치는 미련을 갖는 대신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코치는 1990년대 OB(두산의 전신)의 강력한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경원 투수 코치를 보좌하며 퓨처스리그 강호 경찰청 투수들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현역 시절 심수창(한화), 이대형(kt) 등과 함께 프로 야구 최고 미남 선수로도 알려졌던 이 코치는 착한 성품과 성실한 자세로 김성근 한화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야탑고를 졸업하고 KIA에 2차 7라운드로 입단한 박정수는 1군 19경기 3패 평균자책점 5.53을 기록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 승리는 얻지 못했으나 사이드암으로서 최고 구속 144km의 빠른 공과 씩씩한 투구 내용으로 기대를 모았다. 많은 여성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 만한 ‘아이돌’ 외모는 보너스였다.

3일 경기도 고양시 내유동 서울경찰수련장에서 만난 이 코치와 박정수. 박정수는 신병 훈련을 마치고 야구단에 합류한 지 5일 째였다. 그래서 어색하고 뻣뻣하게 굳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형들 말씀 열심히 듣고 경찰 야구단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연신 얼굴을 손으로 비벼 대며 멋쩍게 웃었다. 이 코치는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됐기 때문인지 단단하고 묵직한 각오를 밝혔다.

“코치로 왔습니다만 저도 지도자로 보면 이제 배우는 사람입니다. 유승안 감독님과 김경원 코치님, 그리고 야수들을 가르치는 김동건, 조중근 코치님 모두 선배세요. 잘 배우고 따르면서 열정을 앞세워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투수들에게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전해 주고 선수들이 앞으로 귀중한 것들을 얻고 제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경찰 야구단의 사이드암 투수는 박정수와 안규현(삼성), 변진수(두산) 세 명이다. 메인 투수 코치인 김경원 코치가 경찰청 투수들의 지도를 총괄하는 가운데 이 코치는 자신과 같은 사이드암스로 세 투수들에게도 사이드암 투수 출신으로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전해 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모든 투수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가운데 세 명의 사이드암 투수들도 모두 잘 던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박)정수의 경우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삼는 투수인데 살짝 떨어지는 싱커 종류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KIA에서 미래 선발감으로도 점찍은 투수인 만큼 제대 후 선발로도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땅볼 유도형 구종인 싱커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게 이 코치의 생각이다. 굳은 표정으로 이 코치의 이야기를 듣던 박정수는 입대를 빨리 결정한 이유, 그리고 경찰 야구단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지난해 처음 1군에 올라갔을 때 제대로 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코칭스태프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빨리 입대하고 싶었고 주위에서도 ‘빨리 군대에 다녀오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 주셔서 경찰청 입단 테스트를 신청했는데 합격해서 정말 기쁩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지 않습니까.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던지면서 체중도 불려 단단한 체격과 체력을 만들고 싶습니다.”

20대 젊은 선수들에게 피할 수 없는 병역이라면 이 코치가 현역 생활 연장 대신 경찰청 코치로 자리를 옮긴 것은 선택에 의한 모험이다. 다른 팀에서라도 더 던지고 싶기도 했으나 선수로서 기회 대신 코치로 좀 더 일찍 출발한 이 코치는 아직 유망주의 틀을 깨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경찰청 투수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우리 투수들이 오랫동안 좋은 투구 폼으로 다치지 않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직구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변화구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젊은 투수들을 보면 유리한 카운트에서 하나 보여 주는 식으로 변화구를 던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빼기 위해 던지는 변화구가 아니라 타자를 상대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후배들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영상] 경찰청 ‘미남 사제들’ ⓒ 영상취재, 편집 배정호.

[사진1] 이한진 코치 ⓒ 한희재 기자. 

[사진2] 박정수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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