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지난달 11일 삼성전에서 데뷔 홈런을 친 LG 외야수 이형종은 "아드레날린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흥분됐다"며 기뻐했다. 한 달 뒤 그를 다시 만난 곳은 잠실구장이 아닌, 이천 LG챔피언스파크였다. 이형종은 홈런을 치고 바로 다음날인 12일 외야수 임훈과 자리를 바꿨다. 양상문 감독은 이 경기 후 이형종의 홈런을 축하하면서 "고민이 된다"며 엔트리 변경 가능성을 살짝 흘렸다. 이형종은 12일까지 1군 선수단에 남아 하루를 보냈다. 

이형종은 "감독님이 1군에서 잘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고, 내려가서도 지금처럼 하고 있으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이제 이형종이 머무는 곳은 집이 아닌 이천 숙소다. 그는 "매일 똑같다. 아침에 밥 먹고, 오전 훈련하고, 경기하고, 야간 훈련하고, 1군 경기도 좀 보고. 여기서 잘 준비해서 1군에 올라갈 수 있도록 생활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4월 10일부터 5월 11일까지 1군 19경기에서 타율 0.303, OPS 0.828을 남겼다. 2루타와 3루타, 홈런이 하나씩 있었다. 공격 쪽에서는 기대 이상이었는데 밤 경기에서 뜬공 처리를 어려워했다. 코칭스태프의 판단으로는 팀에서 한 손에 꼽히는 수비력을 가진 외야수가 이형종이었지만 실전은 조금 달랐다. 

이형종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까 1군에서는 타석도 그렇고 수비도 그렇고 매 경기가 전쟁 같았다. 실수 하나로 경기가 잘못될 수 있다. 여기서는 실수 속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수비에서 더 심리적으로 편하게 마음먹게 된다"며 "낮 경기만 하다가 밤 경기를 올해 처음 한 거나 마찬가지다. 어려웠다. 심리적으로 수비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다. 낮과 밤 차이에서 오는 어려운 것도 있지만 심리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 LG 이형종 ⓒ LG 트윈스

양 감독은 이형종이 투수로 입단해 방황할 때까지 그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래서 이형종의 1군 말소를 더 미안해 했다. 감독뿐만 아니라 이형종을 돕는 사람들이 많다. 개막하고 두 달 넘게 퓨처스팀에 머물고 있는 이병규(9번) 역시 좋은 멘토다. 이형종은 "(이)병규 선배님한테 타격할 때 어떻게 치는지, 볼카운트 싸움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면 잘 대답해 주신다. 원래 잘 물어보는 편은 아닌데 질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야수로는 이제 두 번째 시즌이다. 코치들은 입단 후 투수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던 그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형종은 "코치님들이 훈련을 많이 시켜 주신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자주 잡혀 있는 편이다. 하면서도 가끔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이게 좋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안 하는 것보다는 힘들어도 참고 할 때 얻는 게 있어서 이겨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1군에서 외야수로 뛰면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다. 이형종에게 타자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그는 "(4월 12일)롯데와 경기에서 처음 타점을 올렸다. 8-8에서 2타점을 쳤는데 소름이 많이 돋았다. 첫 안타 때(4월 10일 SK전)는 뒤지고 있기도 해서 잘 몰랐는데, 타점을 올렸을 때는 그동안 힘들었던 경험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표정 관리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 너무 좋아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제했다"고 얘기했다. 

▲ LG 이형종 ⓒ LG 트윈스

이 '짜릿한 순간'은 더 나중에 찾아왔을 지도 모른다. 양 감독의 밑그림에서 이형종의 1군 콜업은 빨라야 초여름이었다. 이형종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처음 1군에 올라간 4월 10일 떠올리며 "얼떨떨했다. 1월부터 생각한 목표가 열심히 해서 6월, 7월쯤에라도 기회를 잡겠다는 거였는데 개막하고 10일 만에 불려서 실감이 안 났다. 엄청 떨렸다. 가서 다 보여 주고 싶고 그랬다"고 말했다. 

퓨처스팀에 돌아온 뒤에는 22경기에서 타율 0.246를 기록하고 있다. 이형종은 "퓨처스팀 내려온 뒤에 신경식 코치님께서 왼쪽 어깨가 들리는 점을 지적해 주셨다. 손목을 빨리 쓰는 훈련을 하고 있는데, 감은 좋은 것 같은데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엄청 좋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려온 뒤로 계속하고 있는데 당장 결과를 떠나서 더 좋은 날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그 '더 좋은 날'은 어떤 날일까. 이형종은 "1군에 올라간 뒤에는, 그때보다 더 오래 있고 안타도 많이 치고, 못 보여 드린 도루도 하고 수비도 더 잘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 그다음은 주전이 되는 것 아닐까. 천천히 준비 잘하겠다"고 대답했다. 1차 지명 선수, '눈물의 에이스'로 주목 받다 '사고뭉치'로 낙인 찍혔던 이형종의 야구 인생 2장은 1장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더 치밀하게 하이라이트로 향하고 있다. 

[영상] 20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 ⓒ SPOTV NEWS 정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