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금지됐던 기술 ‘부활’…충격적인 빙판 위 공중회전, ‘세계 1위’ 말리닌이 선보인 ‘백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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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일리야 말리닌(22, 미국)이 50년 만에 금지된 기술을 꺼냈다.
말리닌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마지막 순서로 빙판에 섰다.
세계 랭킹 1위에 ‘쿼드 갓(Quad God)’이라는 별명인 그는 기술점수(TES) 54.65점, 예술점수(PCS) 44.35점, 감점 1점을 포함해 총점 98.00점으로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108.67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2위였지만 이날 경기장의 모든 이목은 말리닌에게 집중됐다. 말리닌은 강렬한 힙합 음악에 맞춰 쿼드러플 플립, 쿼드러플 러츠 등 고난도 점프를 연달아 수행한 뒤, 스텝 시퀀스 도중 빙판을 박차고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를 도는 백플립을 시도했다.
완벽한 착지와 함께 기술이 성공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는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반세기 만에 정식으로, 감점 없이 인정받은 백플립이었다. 미국 USA투데이는 “말리닌이 21세기 피겨계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기술을 해내며 올림픽의 새 페이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백플립은 피겨스케이팅에서 오랫동안 금기된 기술이었다.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백플립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 인스브루크 대회. 당시 미국 남자 싱글 대표였던 테리 쿠비카가 이 기술을 처음 선보였으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착지 과정에서 날이 아닌 두 발로 착지해야 하는 특성과 머리부터 떨어질 수 있는 부상 위험성을 이유로 이듬해부터 금지 기술로 지정했다. 이후 백플립을 시도하는 선수에게는 2점의 감점(deduction)이 부여됐다.
백플립이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금지된 이후 다시 올림픽 무대에 등장한 것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었다. 프랑스의 여자 싱글 선수 수리야 보날리가 자신의 은퇴 무대에서 보란 듯이 백플립을 시도하고 한 발로 착지했다.
흑인 선수였던 보날리는 당시 피겨계가 백인과 아시아 선수 위주로 돌아가며, 자신이 인종차별적인 판정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보날리의 백플립은 차별에 대한 항의와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로 해석됐고,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백플립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피겨스케이팅의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관중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202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감점을 감수하고 백플립을 시도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선수들 사이에서도 금지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백플립을 시도했던 샤오 잉 파는 “감점이라는 걸 알았지만 피겨의 발전을 위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ISU는 2024년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회에서 백플립 금지 규정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ISU는 “피겨스케이팅이 발전함에 따라 공중제비 점프를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논리적이지 않다. 관중과 미디어에 매력적인 요소를 제공하고 스포츠의 현대화를 위해 규정을 개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백플립은 2024-25시즌부터 감점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부터 정식 기술로 허용됐다. 다만 별도의 기본 점수나 가산점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는 선수들이 무리하게 백플립을 시도하다 부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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