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격이 안 된다… SSG 냉정한 자기 진단과 “바꿔보자”, 장기 프로젝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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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OPS(출루율+장타율)는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단순히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데, 구하기 쉬운 값치고는 신뢰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득점생산력이나 가중출루율과 같은 신개념 지표들이 여럿 있는 요즘에도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이유다.
그리고 OPS를 보면, SSG 타선의 총체적 난국이 짚인다. 근래 흐름을 볼 때 SSG가 팀 타율이 높은 타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천SSG랜더스필드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격의 경기장을 쓰면서 장타 생산의 방향성을 잡고 열을 올린 결과 OPS는 항상 리그 상위권이었다. 출루율보다 숫자적으로 더 올리기 좋은 장타율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팀 OPS가 0.706까지 처지며 리그 9위권에 머물렀다. SSG보다 팀 OPS가 더 낮은 팀은 키움(.671)이 유일했다.
결국 작은 구장을 쓰면서 OPS가 높지 않다는 것은 팀 타선이 지난해 얼마나 답답했는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 SSG가 올해 가장 신경을 쓰는 지표가 OPS라는 것도 당연하다. SSG 관계자는 “올 시즌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타선 강화를 설정했다”면서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격 지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단순한 타율 상승이 아닌 OPS 향상을 타격 파트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잘 치는 타자들은 모두 OPS가 높기 마련이다. 모두가 OPS를 높이기 위해 평생 타격 훈련을 한다. 문제는 그 방법론이다. SSG는 출루율보다는 장타율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장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게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 가고시마 유망주 육성 캠프 당시부터 시작됐다.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를 동시에 고려한 훈련을 통해 장타율 상향 조정을 시도했다.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십분 참고해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애를 썼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이어볼 훈련과 배트 길이 변화에 따른 타격 훈련이다. 플라이어볼은 200g, 250g, 300g 등 다양한 무게의 공을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성해 활용한다. 무거운 공은 실제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격하는 것과 유사한 부하를 제공해 타구에 힘을 실어주는 데 효과적이며, 가벼운 공은 배트 스피드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 훈련 방식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훌리오 로드리게스, LA 다저스의 무키 베츠 등 정상급 타자들도 비시즌부터 플라이어볼 훈련을 통해 타격 메커니즘을 다듬고 있다. SSG 역시 퓨처스(2군) 팀에서는 해당 훈련을 일부 적용해 왔지만, 1군 선수단 전체가 이를 체계적으로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과 경기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의 스텝업을 기대하고 있다.
배트 길이를 달리한 훈련도 병행된다. 볼 카운트, 주자 상황 등 다양한 경기 상황을 가정해 다른 길이의 배트를 사용함으로써 경기 중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머슬 메모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거운 배트로 힘을 기르고, 가벼운 배트로 속도를 익히는 과정을 반복하면 실전 배트를 휘두를 때 더 적은 노력으로 폭발적인 스윙이 가능하다. 배트 길이에 따라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타격 시 수용 감각이 발달해, 어떤 코스의 공에도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훈련에서는 다양한 배트를 활용하지만, 경기에서는 일반 배트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통해 형성된 타격 감각과 스윙 궤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루틴은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선수들의 자신감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SSG 관계자는 “반복된 훈련을 통해 타석에서의 판단이 빨라지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높아지고 있다”고 훈련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SSG가 롤모델로 삼는 것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이었던 토론토다. 토론토는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가 있고, 여기에 체구가 작은 선수들도 뛰어난 콘택트 비율과 하드히트 비율을 자랑한다. 이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오르고 월드시리즈에서도 ‘최강팀’ LA 다저스를 괴롭힐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타선 전체가 인플레이타구를 잘 만들고, 특히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상대 마운드로서는 ‘쉬어 갈’ 타순이 없었다. 토론토는 강한 타구 생성과 플라이볼 비율 증가를 통해 공격 지표 개선 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SG 관계자는 “지난해 팀의 하드히트(타구 속도 152.9㎞ 이상의 타구) 비율은 리그 8위 수준이었다”면서 “쳐야 할 공을 강하게 치자는 게 구단 전체의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한 선수의 가세, 또 특정 주축 선수들의 분전으로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니다. 평균을 다 같이 끌어올려야 한다. ‘홈런 군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SSG 타선이 ‘타구 속도’라는 또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것이 팀의 사활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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