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신기록 날아갔다" 英·佛·獨 모두 격앙…베네마르스의 가장 잔인한 올림픽 데뷔→중국은 억울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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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4년간 이어온 올림픽 메달 꿈과 24년 만에 신기록 기대감이 차례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차세대 간판 유프 베네마르스(23)의 생애 첫 올림픽 포디움 도전은 예상치 못한 ‘접촉 사고’ 한 번에 물거품이 됐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전 유럽이 분노하는 양상이다.
베네르마스는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1,000m에서 1분07초34의 기록으로 5위에 머물렀다.
동메달을 차지한 닝중옌(중국)과 격차는 불과 0.24초였다.
남자 1,000m 모든 레이스가 끝난 뒤 베네마르스는 홀로 다시 빙판 위에 서 '재경기'를 치렀다. 여기엔 사연이 있었다.
앞선 레이스에서 베네마르스는 11조 인코스에서 출발해 얼음을 지쳤다. 롄쯔원(27, 중국)과 속도 경쟁을 벌였다.
코너를 돌아 레인을 바꾸는 순간 아웃코스로 빠져나가던 롄쯔원 스케이트 날이 베네마르스 스케이트를 툭 건드렸다.
찰나였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베네마르스는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막판 스퍼트를 위한 가속을 내야 할 구간에서 오히려 속도가 줄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대로(大怒)와 허탈, 원망이 어지럽게 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롄쯔원을 째려봤다.
기록은 1분07초58이 찍혔다. 11조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베네마르스는 일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접촉만 없었다면 기록을 더 줄일 수 있었다. 아울러 500m 구간까진 올림픽 신기록 페이스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헤라르트 판 펠더(네덜란드)가 세운 대회 최고 기록(1분07초08)을 충분히 경신할 만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베네마르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15조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결국 조던 스톨츠(미국·1분06초28)-제닝 데 부(네덜란드·1분06초78)-닝중옌-다미안 주레크(폴란드·1분07초41)에게 차곡차곡 상위 순위를 헌납했다.
올림픽 신기록 영광도 스톨츠에게 내줬다. 베네마르스는 심판진에 요청해 재경기를 치렀고 출발 신호와 동시에 온 힘을 쏟아냈지만 이미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1차 레이스보다 더 떨어진 기록이 전광판에 찍혔다. 막판 뒤집기는 없었고 그는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떨궜다.
스피드스케이팅 규정상 레인 변경 시엔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우선권이 있다. 심판진은 롄쯔원이 무리하게 아웃코스로 빠져나가다 접촉을 유발했다 판단했고 곧바로 실격을 선언했다.
하나 판정이 되돌려주지 못하는 것이 많은 경기였다. 비통한 감정은 추스르기 어려웠고 메달을 향한 꿈은 허망하게 날아가버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베네마르스는 말투는 담담했지만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적어도 동메달은 내 것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울고 싶지만 울 수가 없다”며 쓰린 속을 부여잡았다.
실격 처리된 롄쯔원은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과하면서도 “왜 그런 판정이 나왔는진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가 먼저 앞서가고 있었다 판단했고 지금도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해외 반응은 극명하다. 베네마르스 쪽에 힘을 실고 있다.
영국 '스포츠바이블'은 '격분한 유프 베네마르스, 올림픽 기록 가능성을 방해받다'란 제하의 기사를 싣고 해당 장면을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TNT 빙상 종목 해설위원인 칼턴 커비 말을 인용해 이번 상황을 “참사”라고 표현했다. "올림픽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그 일 또한 결과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지만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 충돌은 베네마르스로선 너무나도 애석할 재앙 같은 장면"이라 꼬집었다.
커비 해설위원 역시 “네덜란드 청년에겐 악몽 같은 하루가 될 것이다. 분명 올림픽 최고 기록을 깰 레이스였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밀라노 올림픽에서) 이보다 더 쓰라린 드라마가 나올진 미지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프랑스 르 피가로, 독일 공영방송 ZDF, 일본 데일리스포츠 등 해외 각국 외신도 "네덜란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얼음 위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빙판에서 불거진 '민폐 주행'으로 인한 단 한 번의 접촉이 베네마르스의 첫 올림픽 메달 꿈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지워버렸다는 말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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