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vs이란 예상라인업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경기 당일 명단에 나올 때까지 숨기겠다.” 신태용 감독은 능동적으로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이다. 변화무쌍하지만 힌트를 남긴다. 훈련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방향성을 이야기하길 즐긴다. 카드를 내보여도 완성도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길 수 있는 작전이니 자신 있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란전(31일 밤 9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은 다르다. 과정과 발전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이 경기를 잡지 못하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이어온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역사가 중단될 수 있다. 최종예선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경기 일정이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신 감독은 30일 파주NFC에서 진행한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기존 방식이냐, 변칙적인 파격 기용도 있을 것이냐’는 추상적 질문 조차 “답이 없는 게 답”이라고 답하고 말았다. 28일 유럽파까지 전원 소집해 완전체가 된 이후에는 몸 풀기만 볼 수 있는 초반 15분 공개 훈련으로 진행했다. 경기 당일 각 언론사가 내놓은 ‘예상 선발 명단’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적중률도 여느 때보다 낮을 것이다. 

▲ 주장 김영권의 선발 자리 하나는 확정이다 ⓒ곽혜미 기자

#수비력 강조하는 이란, 한국 수비도 실험 보다 경험

그래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 골문에서 먼 지역부터 예상하는 것이 편하다. 수비 라인은 안정감이 우선이기에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 골문을 지킬 선수는 김승규(27, 빗셀고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현우(26, 대구)는 아직 A매치 데뷔전도 치르지 못했다. 국가 대표가 되기 충분한 기량을 갖춘 선수지만, 조기 소집 과정에 국내파 골키퍼 훈련 멤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자리를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세 명의 골키퍼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는 김진현(30, 세레소오사카)이지만, 김승규의 A매치 출전 경험(23경기, 김진현 12경기)이 더 많고, 성향상으로도 방어 능력에서 더 안정적이다. 

수비 라인의 한 자리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신임 주장으로 선임된 김영권(27, 광저우헝다)이 왼쪽 센터백이다. 수비 라인은 앞서 스리백이냐, 포백이냐를 두고 답을 주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라볼피아나’로 불리는 후방 빌드업과 풀백의 공격 가담 극대화를 위해 스리백을 즐겨 사용해왔다. 이번에도 스리백-포백 혼용 전술이 예상된다. 김영권의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이냐가 난제인 가운데, 우선 좌우 풀백으로는 전북현대 소속 김진수(25)와 최철순(30)이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레프트백 포지션에는 김진수와 김민우(27, 수원삼성)가 소집되었는데, 김민우의 경우 그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때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나 공격수로 기용됐다. 수원에서는 스리백의 윙백으로, 수비보다 공격에 무게중심을 둔 플레이를 했다. 윙백보다 윙으로 뛸 때 더 잘했다. 아예 풀백 자리로 내려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김진수는 오버래핑에 능하지만 풀백 영역에서 수비에 몰두하는 역할도 익숙한 선수다. 

왼쪽에 공격적인 김진수가 투입되면, 균형을 위해서라도 오른쪽에는 조금 더 수비적인 풀백이 배치될 것이다. 경험이 많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 센터백 영역까지 수비가 가능한 최철순이 적임자다. 라이트백 포지션에 최철순과 함께 소집된 선수가 고요한(29, FC서울)이라는 점도 예상의 근거다. 

고요한이 최철순(5경기)보다 A매치 경험(11경기)은 더 많지만, 라이트백으로 출전한 경기는 없었다. 주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고요한도 스리백의 윙백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김민우와 고요한 모두 총공세가 필요할 때 공격 숫자를 늘리기 위한 옵션이다. 초반은 신중하게 나서겠다는 신 감독이 부상 변수가 없다면 둘을 선발로 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 권경원은 이란전에 A매치 데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곽혜미 기자

#척추 라인의 고민, 센터백-미드필더 다 되는 권경원 깜짝 선발 ‘가능성’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지점은 김영권과 짝을 이룰 오른쪽 센터백, 기성용이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 빌드업 미드필더로 배치될 선수다. 최철순이 라이트백으로 나설 경우 김영권의 유력한 파트너는 장현수(26, FC도쿄)다. 김영권과 장현수는 2015 EAFF 동아시안컵 우승을 함께 이끈 콤비다. 올림픽 대표, 중국 슈퍼리그 생활을 하며 막역한 관계다.

전술 구조적으로도 장현수의 활용도가 높다. 장현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라이트백으로도 뛰었다. 최철순과 우측 수비 영역에서 협업 범위가 넓다. 장현수는 신태용호 1기 명단에서 미드필더로 분류되어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으로의 전진도 가능하다. 

장현수 투입은 경기 중 유연한 포메이션 변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최철순으로 안으로 좁혀 스리백을 이루며 장현수가 스리백 보호자로 올라갈 수 있고, 우측면 수비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란이 기본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역습 형태를 취하며, 롱볼을 중앙 지역으로 연결해 세컨드볼 경합으로 쇼트 카운터를 노린다는 점에서도, 전진 수비와 공중볼 경합에 능한 장현수는 좋은 옵션이다. 

부상만 없다면, 부동의 주전이라 할 수 있는 기성용의 자리도 궁금증이 큰 포지션이다. 기성용의 역할을 그대로 대신할 선수를 투입한다면 정우영(28, 충칭당다이리판)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오히려 깜짝 카드를 예상할 수 있다. 톈진취안젠에서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권경원(25)의 출격 가능성이 있다. 

▲ 디종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돌아온 권창훈 ⓒ곽혜미


#디종서 펄펄 날다 온 권창훈, 골이 필요한 K리그 공격수들

권경원은 신태용호 전술 훈련에서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모두 점검 받았다. 189센티미터의 장신에 공을 다루는 능력, 볼 배급력에 힘 있는 몸 싸움과 문전 진입 후 득점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 권경원이 투입된다면 장현수와의 자리 바꿈이 가능하고, 아예 김영권 장현수 사이로 내려와 스리백을 형성해 풀백을 윙백으로 쓸 수 있다. 권경원도 공중전에 능하다. 이란의 롱볼 플레이를 장현수와 권경원이 선제적으로 제어하고 역습을 펼칠 수 있다.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도 좋은 옵션이다.

이제 공격 라인 절반의 영역을 예상해볼 차례다. 토트넘홋스퍼에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고 온 손흥민(25)이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선다. 손흥민의 존재 만으로도 이란 공격의 핵심인 라이트백 라민 레자이안의 오버래핑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왼발의 지배자’로 불리는 수원 주장 염기훈(33)은 후반전 어느 시점에 보다 직선적이 플레이가 필요할 때 교체 카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는 이근호(32, 강원), 남태희(26, 알두하일), 권창훈(23, 디종)이 경합하는데, 권창훈의 출격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남태희는 카타르스타즈리그가 오프시즌 중이고, 남태희에게 가장 좋은 위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영역이다. 이근호 역시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될 여지가 있다. 권창훈은 오른쪽 날개 자리가 소속팀 디종에서도 주 포지션이고,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치르면서 신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 대해 이해가 잘 된 상황이다. 

두 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앞서 오른쪽 날개 후보자이기도 한 남태희 외에 김보경(28, 가시와레이솔), 구자철(28, 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25, 전북현대) 중 두 명이 선택될 것이다. 우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고 있으며, 대표팀이 분위기를 잘 알고, 책임감의 의미를 알고 뛰는 구자철이 배제되기는 어렵다. 구자철이 수비적으로 더 헌신해 줄 수 있기에 공격 연결 과정에 더 재능이 있는 파트너가 자리할 것이다. 

카타르전는 이재성이 이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보경은 대표팀과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길었고, 조기 소집 대상자도 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남태희는 오프시즌이라는 점에서 100%의 컨디션은 아니다. 신 감독이 추구하는 ‘돌려치기’와 제2 동작을 가장 잘 하는 선수가 이재성이다. 구자철 곁에 이재성이 선발 미드필더로 나설 확률이 결코 작지 않다.

▲ 이동국의 경험, 김신욱의 키보다 이근호의 활동력이 첫 옵션이 될 수 있다 ⓒ곽혜미 기자


#황희찬 무릎 부상으로 원톱 고민…'경험 이동국, '장신' 김신욱, '활동력' 이근호

마지막 한 자리는 9번 공격수, 원톱이다. 컨디션에 문제가 없었다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은 황희찬(21, 레드불잘츠부르크)의 자리다. 하지만 황희찬은 무릎 부상으로 지난 주말 오스트리아분데스리가 경기를 결장하고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다. 빨라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야 온전한 회복이 가능한 상태다. 

황희찬이 선발로 나올 수 없다면 공격 라인의 후보자는 이동국(38, 전북)과 김신욱(29, 전북), 이근호다. 신 감독은 이동국을 정신적 지주 역할로 뽑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주장 완장을 주지 않은 것은 선발로 내보낼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황혼기의 이동국은 상대 체력이 충만한 전반전부터 전력으로 부딪히기 보다, 상대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후반 중반 이후 들어가 슈탕 기회를 잡아 빠른 타이밍으로 해결한다. 이동국 선발 투입 시 전방 압박 밀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196센티미터의 장신 김신욱은 이란 센터백의 전진을 제어하고, 한국 역시 직접 이란 골문을 노려 빌드업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그런 축구는 신 감독의 방향과 다르다. 김신욱의 경우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롱볼을 빈번하게 쓰고, 중원 빌드업의 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유발할 수 있다. 장신의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

남은 공격수 후보는 이근호다. 이근호는 최전방에서 쉼없이 뛰며 전방 압박을 하고, 좌우 측면 지역까지 치고 들어가 공격 운반 역할도 한다. 강력한 한 방,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의 슈팅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낼 때도 있다. 이근호가 선발 명단에 들어 갈 경우 실제 공격진 운영은 제로톱처럼 될 수도 있다. 김신욱이든, 이근호든, 혹은 이동국이든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반전에 이근호가 많이 뛰어주고, 후반전에 김신욱의 높이 혹은 이동국의 결정력을 활용하는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예상이 실제 이란전 라인업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일지는 경기 한 시간 전 배포되는 미디어용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정공법이든, 예상밖의 깜짝 카드이든,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실행하고 구현하느냐다. 결전의 날이다.31일 밤 9시. 이제 예상과 전망이 아닌 결과를 확인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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