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김건일 기자·영상 장아라 기자] 부리부리한 눈매와 울끈불끈 근육질 몸매. 그리고 맹수처럼 저돌적인 격투 스타일까지.

국내 팬들은 '남자 같다'는 뜻에서 UFC 여성 페더급 챔피언 크리스 사이보그(31, 브라질)를 '싸형(사이보그 형님)'이라고 부른다.

사이보그는 18승 1무효 1패 전적을 쌓고 있다. 2005년 데뷔전 이후 11년 동안 무패다. 18승 가운데 16승을 (T)KO 승리로 장식했다.

다시 말해 사이보그의 주먹에 16명이 쓰러졌다. 지난해 1월 다리아 이브라기모바는 주먹 한 대에 실신했고, 리나 랜스버그는 코 뼈가 세 개나 부러졌다.

혹자는 '남자와 붙어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체급 성별을 막론하고 랭킹을 매기는 UFC 파운드 포 파운드 순위에서 사이보그는 전체 10위에 올라 있다.

지난 3월 한 국내 격투기 단체 행사를 위해 내한한 사이보그를 만났다. 이때 문득 사이보그의 힘이 '얼마나 강할까'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그에게 팔씨름을 제안했고 흔쾌히 OK 사인을 받았다.

본 기자는 왼손잡이이지만 사이보그가 오른손잡이, 그리고 여성인 점을 고려해 오른손으로 경기를 했다. 제아무리 사이보그라도 선천적인 신체적 능력 차이를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행여나 사이보그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힘을 조금 빼기로 했다.

준비 신호와 함께 오른손을 잡았다. 팔씨름을 해봤다면 이때 어느 정도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렇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보그의 손은 마치 돌덩이같이 단단했다. '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계획을 달리해 전력으로 넘기려 했지만 끄떡하지 않았다. 샌드백을 치면서 으쓱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졌다. "힘든 상대였다"는 사이보그의 말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이 정도라면 경량급 남성 선수와 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UFC 초대 여성 페더급 챔피언이었던 저메인 데란다미에는 부상을 이유로 사이보그와 방어전을 미루다가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사이보그의 첫 번째 표적이었던 론다 로우지는 수 년 전 시작된 사이보그의 도발에 단 한번도 반응하지 않았다. 사이보그와 직접 맞닥뜨려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이보그와 대결을 받아들인 선수들을 보고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미국 언론의 반응에 공감이 갔다.

오는 31일 UFC 219에서 도전자 홀리 홈은 사이보그와 치고받는다. 5라운드 5분 경기. 홈은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으로 그래플링 공방 없이 사이보그와 타격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승부는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홈은 프로 복싱에서 38경기를 치러 33번 이겼다. 치고빠지는 전략이 능숙하다. 2002년 데뷔전 이후 KO패는 단 두 번뿐이다. 종합격투기에선 조르기에 졌을 뿐 맞아서 진 적은 없다. 홈의 코치는 "라운드 후반으로 가면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한다.

다만 홈이 UFC에서 처음으로 (T)KO로 진다면 이번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이보그는 "(홈처럼) 잘 도망가는 선수가 처음이다. 하지만 난 그를 잡을 5라운드가 있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사이보그와 팔씨름했던 지난 3월을 떠올리면 살벌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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