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비스핑은 가족을 위해 종합격투기에 입문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마이클 비스핑(37, 영국)은 지난 6월 5일(이하 한국 시간)부터  30일까지 미들급 왕좌에 앉아 있는 178일 동안 크리스 와이드먼,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 루크 락홀드, 요엘 로메로 등 미들급 톱 4에게 '겁쟁이 챔피언'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타이틀 1차 방어전 상대로 랭커들을 제쳐 두고 은퇴를 앞둔 댄 헨더슨(45, 미국)을 골랐다. 당시 헨더슨은 랭킹 13위였다. 다음 상대로 조르주 생피에르, 닉 디아즈 등 한 체급 낮은 선수들에게 흥미를 보인다. 최근 "자카레와 안 한다. (인기가 없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깎아내린 발언이 비난 불씨를 키웠다.

챔피언이 명예 대신 돈을 바란다. 돈이 안 되는 경기는 손사래를 친다. 챔피언의 고집에 상위 랭커들을 제치고 노장 파이터가 은퇴전을 타이틀전으로 치르는 등 '강한 자들끼리 타이틀전을 치른다'는 의미가 퇴색됐다. 게다가 방어전까지 미룬다. 톱 4는 타이틀전 시기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새 챔피언 비스핑의 '고집 불통' 행보에 UFC 미들급은 178일 동안 아수라장이다.

하지만 비스핑의 행동에는 근거가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대로 달라진 UFC 풍토가 비스핑의 욕심을 정당화한다.

▲ 코너 맥그리거(오른쪽)를 바라보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 흐뭇한 표정이다
UFC는 지난해부터 론다 로우지, 코너 맥그리거를 내세워 '돈이 되는' 경기 위주로 대진을 짜고 있다. 명분과 절차는 뒤로 제쳐 뒀다. 

맥그리거는 페더급 방어전을 하지 않고,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의 첫 방어전 상대가 됐다. 밴텀급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는 랭킹 1위 TJ 딜라쇼 또는 2위 존 리네커 대신 랭킹 5위 코디 가브란트와 방어전을 치르는 이유로 "새 소유주 WME-IMG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스토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페더급을 넘어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넘보는 맥그리거의 기행은 비스핑 이상으로 지탄 받는다. 조제 알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UFC와 맥그리거를 싸잡아 비난하며 "떠나겠다"고 엄포를 놨다.

역설적인 점은 UFC 체계를 무너뜨린 맥그리거가 UFC 아이콘이 됐다는 사실이다. 페이퍼 뷰 판매 1, 2위가 모두 맥그리거의 작품(UFC 205, UFC 202)이다. 화이트 대표는 맥그리거가 기자회견에서 남의 챔피언벨트를 훔치고, 가운뎃손가락을 세워도 '아빠 미소'를 짓는다. UFC가 계속 상업적인 색깔을 덧칠하는 이유다.

맥그리거의 성공을 지켜본 모두가 원하는 걸 말한다. 챔피언들은 더 그렇다. 맥그리거는 UFC 지분을 요구했다. 여성 밴텀급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는 론다 로우지를 간절히 바란 결과 다음 달 31일 UFC 207에서 뜻을 이룬다.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요안나 예드제칙은 고국 폴란드에서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을 하겠다고 말한다.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와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마디씩 강하게 던지는 추세다.

▲ 루크 락홀드(왼쪽)과 비스핑은 라이벌이다. 1승씩 나눠 가졌다.
비스핑은 '외길 인생' 파이터다. 공장에서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었다. 정상을 향해 UFC에서만 10년 넘게 달렸다. 30일 현재 영국인 최초 UFC 챔피언이며 UFC 역대 최다승 보유자(2위 조르주 생피에르, 19승)다. 강자로 성장해 영국에 UFC 붐을 일으켰다. 영국에서 싸웠을 땐 한번도 지지 않은 무패 영웅이다.‘

숱한 역경을 넘었다. 2009년 7월 UFC 100에서 댄 헨더슨에게 KO패 했고, 2014년 11월 락홀드에게 길로틴 초크에 걸려 지는 등 타이틀 문턱에서만 두 차례 주저앉았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하다가 다친 탓에 오른쪽 눈도 정상이 아니다. 그래도 경기하고 또 경기했다. 지난해 2월 앤더슨 실바와 경기에서 마우스피스가 빠져 니킥을 맞고 실신 위기까지 갔으나 투혼을 발휘해 판정승했다.

화이트 대표는 "비스핑은 언제, 누구와 붙여도 거절하지 않는다. 정신력이 대단하다. 우리가 비스핑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라고 치켜세운다.

비스핑은 1979년생으로 UFC에서 라이트헤비급 다니엘 코미어와 더불어 최고령 챔피언이다. 운동 능력이 젊은 시절에 비해 떨어져 있다. 미들급은 랭킹 1위 로메로부터 2위 락홀드, 3위 자카레, 4위, 와이드먼, 5위 게가드 무사시까지 쟁쟁하다. 로버트 휘태커도 6연승을 달려 치고 올라온다. 지금의 비스핑은 누구와 붙어도 언더독으로 평가 받을 확률이 높다.

비스핑은 앞으로 두 경기를 더 목표로 하고 있다. 3차 방어까지 성공하고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바라는 대로 생피에르, 디아즈처럼 돈 되는 선수를 상대로 방어전을 치를 확률은 크지 않다. 다음 상대는 로메로가 유력하다.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선수들과 싸울 가능성이 0이라고 볼 수 없다. UFC 행보를 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족들에게 최고의 삶을 제공해 주고 싶다. 난 그저 내 가족과 아이들이 최고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비스핑은 선수 생활 황혼기에 두른 챔피언벨트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영업한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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