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김성근 전 한화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LG를 4승 2패로 꺾고 우승한 김응룡 삼성 감독은 6차전이 끝나고 상대 팀 벤치에 앉아 있던 김성근 당시 LG 감독을 두고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SK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면서 '야구의 신'으로 추앙 받았던 김성근 감독이 유니폼을 벗는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지난 21일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23일 보도 자료를 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내, 외부 FA 13명을 잡는 데 약 465억 원이라는 '통 큰' 지원을 받았으나 부임 첫해인 2015년 6위, 지난해 7위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연봉 총액이 102억 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지만 23일 현재 18승 25패로 9위에 머무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김 감독을 다시 신임하는 대신 박종훈 신임 단장을 임명해 김 감독의 권한을 축소했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박 단장의 간섭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시즌을 치르면서 엔트리 변동, 트레이드 등 선수 이동에 관련한 권한까지 제한 받자 불만을 토로했다.

실업 야구에서 선수 생활을 한 김성근 전 감독은 1969년 마산상업고등학교 감독으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해 1984년 김영덕 초대 감독에 이어 OB 베어스 2대 감독(~1988년)으로 프로 첫 지휘봉을 잡았다. 2015년 한화 이글스까지 프로에서 7개 팀을 이끌었다.

성적주의에 얽매여 혹사와 선발과 중간의 보직을 허무는 구시대적 야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감수하면서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고, 2007년 SK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신생 팀 SK는 김 감독이 있을 때 세 차례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 전 감독이 2,651경기 동안 남긴 성적은 1,388승 60무 1,203패다.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롭협회장(2,910경기, 1,554승)에 이어 지휘 경기와 승리 부문에서 역대 2위다.

또 2012년부터 3년 동안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선수들을 지도해 신성현 황목치승 김원석 등 12명을 발굴하고 프로에 보냈다.

김 전 감독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여기가 내 마지막 팀"이라는 말을 종종 했다.

평생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펑고를 쳤던 김 전 감독이 이렇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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