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2년 반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화는 23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김성근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시즌 도중 감독 부재 상황이 벌어진 만큼 우선 팀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때까지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조속히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구단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타 저지가 발단이었다. 21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를 마친 뒤 김 감독은 1군에 등록되지 않은 내야수 김주현과 외야수 박준혁의 특타를 진행하려 했다. 구단 운영 팀장은 감독실을 찾아가 퓨처스리그 선수가 야간 타격 훈련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현했고,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이 물러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 "22일부터 경기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화는 22일부터 사의 수용 여부를 고민했다. 우선 23일부터 열리는 경기를 이끌 수장이 필요했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낮 12시 50분 김광수 수석 코치를 만나 감독 대행을 부탁했지만, 김 코치는 고사했다. 박 단장은 30분 뒤인 오후 1시 20분 코칭 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이상군 투수 코치에게 감독 대행직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더그아웃에는 김 감독에게 맞춰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가 치워졌다.

선수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이른 4시 10분쯤 훈련을 정리하고 선수단 미팅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과 이상군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게 된 사실을 전달했다. 

김 감독은 2014년 10월 한화 제 10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한화는 3년 20억 원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2007년 이후 암흑기를 맞이한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리길 기대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감독 체제를 갖춘 한화는 야심차게 2015년 시즌을 맞이했다. '마리 한화'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끈적한 야구를 하며 팬들을 끌어모았다. 가을 야구 진출은 실패했지만, 68승 76패 6위를 기록하며 최하위에서 벗어난 데 만족했다.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강도 높은 훈련 방식은 선수 혹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잦은 퀵후크와 투수 혹사 논란 이후 부상 선수가 속출하자 팬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시즌 66승 75패 3무로 7위에 그치며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올 시즌 박종훈 한화 단장이 부임하면서 김 감독과 내부 갈등이 반복됐다. 박 단장이 선수 육성을 전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선수 육성과 훈련 계획과 관련해 구단이 개입한다고 받아들인 김 감독은 끝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 감독은 한화 감독직을 맡고 치른 331경기에서 152승 176패 3무를 기록했다. 허리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김광수 감독 대행이 이끈 12경기를 포함한 기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