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은범.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야구를 보다 보면 가끔 포수가 이상한 동작을 취할 때가 있다. 투수를 향해 고개를 옆으로 누이며 투구하는 포즈를 보여준다. 고개가 먼저 떨어진다는 뜻이다.

포수들에게 물으면 “투수의 팔이 잘 넘어오지 않을 때 그런 동작을 한다”고 말한다. 투수의 밸런스는 일정하지 않다. 때에 따라 릴리스 포인트가 달라진다. 주로 밸런스가 나쁠 때 공을 앞으로 끌고나오지 못한다고 포수들은 입을 모은다.

포수들은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히 동료 투수들의 공을 받는다. 언제 좋았고 좋지 않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투구 전문가가 아님에도 투구 폼 지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릴리스 포인트가 뒤에 형성됐을 때 안 좋은 결과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일까.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시스템에 따르면 올 시즌 가장 짧은 익스텐션(투수판에서 공을 놓는 지점까지 거리)을 기록한 선수는 두 명 있었다. 모두 한화 소속의 송은범과 박정진이었다. 워스트 5중 송은범이 3번, 박정진이 2번을 기록했다.

기록적으로 봤을 때에도 둘은 익스텐션이 긴 선수들은 아니다. 공을 앞으로 끌고나와 때리며 승부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송은범은 직구 평균은 1m72, 슬라이더 1m70, 커브 1m62, 체인지업 1m82를 기록했다.

박정진은 직구 1m55cm, 슬라이더 1m70cm, 커터 1m67cm 커브 1m55cm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평균이 1m90cm인 점을 감안해 보면 익스텐션 자체가 긴 선수들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안 좋았을 때는 확실히 더 짧아졌다는 점이다. 1m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표 참조>

송은범이 가장 익스텐션이 짧았던 경기는 5월7일 kt전으로 79cm에 불과했다. 박정진은 6월7일 KIA전서 버나디나를 상대할 때 기록했던 85cm였다. 나머지 세 번의 짧은 익스텐션도 1m를 넘지 못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시 경기 결과다. “투수들의 팔이 잘 안 넘어올 때 결과가 안 좋다”는 포수들의 말이 맞으려면 이들이 짧은 익스텐션을 기록했을 때 결과가 나빠야 말이 맞는다.

확인 결과 포수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송은범이 짧은 익스텐션을 기록한 5월7일과 6월7일, 각각 5.1이닝 4실점과 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박정진도 6월7일 경기서 홈런 1개를 맞으며 0.1이닝 1실점으로 흔들렸다. 손이 다 넘어오지 않으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포수들의 지적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 증명되는 자료라 할 수 있다. 둘은 유독 올 시즌 기복이 심했는데 안 좋은 결과를 낸 경기서는 확실히 익스텐션도 짧았다.  

둘의 익스텐션이 평균에 다가갔을 때도 나쁜 결과가 나온 경기는 있었다. 다만 짧았을 때 그 빈도가 훨씬 높았다고 기록은 말해주고 있다.

최근 부진한 양현종도 트랙맨 시스템 추적 결과 익스텐션이 좋았을 때 보다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것이 밸런스의 문제이건 체력적 문제이건 분명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익스텐션이 길다고 꼭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수치를 밑돌 땐 점검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숫자가 그 사실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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